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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왜 자꾸 라면 사와?"
다섯 개들이 한 묶음으로 된 라면을 보자 아들아이가 묻는다. 며칠 전에도 같은 라면을 샀는데 왜 자꾸 라면을 사오는지 녀석은 궁금하다.
라면값 오르면 오른 값으로 조금 덜 먹어야지 했다. 날마다 라면만 먹고 살 수도 없고, 식구들이 즐겨먹는 편도 아니어서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웬 걸, 동네 농협에 갔더니 라면이 예전 가격으로 붙어있는 것이 아닌가. 마트에는 3000원인데, 농협은 2600원이었다. 400원 차이가 엄청 크게 다가오면서 나도 모르게 라면을 덥석 집어 들었다.
요즘은 시장가기가 겁난다. 오늘은 어떤 물건이 또 얼마나 올랐을까, 하는 심정으로 장을 보게 된다. 두부 한 모도 이제 1000원 한 장으로는 어림없다. 어디 두부 뿐이랴, 맛있게 먹던 국산콩나물도 50%나 올라 지금은 1500원으로 손을 주저하게 만든다.
밀가루 값이 들썩일 때 가장 먼저 오른 것은 동네 붕어빵이었다. 네 개에 1000원이던 것이 한 개가 줄어 세 개가 되었다. 붕어빵 옆에는 떡볶이와 어묵을 파는 포장마차가 있는데, 사람들은 여전히 가격변동이 없는 떡볶이 집으로 몰린다.
아들아이는 한창 크는 때라 그런지 먹고 뒤돌아서면 배가 고프다. 밥을 먹고도 다른 간식거리가 없는지 헛헛한 뱃속을 채우고 싶어 한다. 가끔 사 먹는 빵이나 우유·피자·치킨 같은 음식이 눈앞에 있으면 게 눈 감추듯 먹어치운다.
식구들이 모였을 때, 한동안 뜸했던 피자를 주문하려고 전화기를 들었다. 언제나 시켜먹던 감자가 들어간 피자였다.
"손님, 주문하신 피자가 1000원 올랐습니다!"
동네에는 농협하나로마트와 중소형인 OO마트, 그리고 재래시장 이렇게 세 군데가 있다. 그 동안 나는 주로 마트에서 장을 보았다. 마트에는 농협과 재래시장에 있는 물건들이 다 있어서 한군데서 필요한 물건들을 다 구입할 수 있어 편리했다. 그런데 요즘 장을 보는 내 움직임이 달라졌다.
다섯 개들이 라면 한 봉지 값 차이를 확인하면서 농협과 마트의 값을 꼼꼼하게 비교하게 되었다. 마트가 제일 싸겠거니 했던 막연한 생각이 아주 구체적으로 눈에 들어왔다. 물건마다 마트가 싼 것도 있고 농협이 더 비싼 것도 있었다. 요즘 나는 농협과 마트를 왔다갔다 하며 발품을 팔아 꽤나 알뜰하게 장을 보고 있다. 닭고기나 야채는 역시나 재래시장이 가장 싸서 마트에서 포장된 닭고기보다 500원을 덜 주고 산다.
아주 쬐끔 남는다는 1000원 김밥, 너 참 반갑구나
며칠 전, 꼬치구이 가게 문 앞에 '꼬치 1200원' 이라고 쓴 종이가 붙여 있었다. 바로 옆집은 김밥 집이었다. 아들녀석이 그리도 좋아하는 닭꼬치. 200원이나 오르다니. 정말 월급만 안 오르고 모든 게 다 오른다. 1000원 하는 꼬치가 올랐으니 1000원짜리 김밥도 조만간 오르겠지 싶어 아무것도 써 붙여 있지 않은 김밥 집을 바라보았다.
김밥 집 아줌마는 여전히 김밥을 싸느라 바쁘다. 남편이 가끔 아들아이와 사먹던 1000원김밥. 저것도 1200원쯤 될 테지. 그리고 며칠 후, 김밥 집 앞에 노란색으로 작은 펼침막이 하나 붙어있는 게 눈에 띄었다. 멀리서 잘 보이지 않지만 보나마나 값을 올렸다는 내용이 써 있을 것이었다.
1000원 김밥은 우리도 가끔 사먹지만, 시장 노점에서 장사하는 아주머니들이 시장기를 달랠 때 주로 사 먹은 음식인데 한 줄에 200원쯤 오르면, 푸성귀를 팔아 얼마나 남길 수 있을까.
'천원 김밥 너마저?"
김밥 집 앞에서 나는 펼침막의 글을 읽었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 않은 글이 써 있다. 김밥이 아직도 1000원이냐구요? 그렇단다. 그러면 중국 쌀을 쓰느냐? 농협 쌀이란다. 재료도 투실하고 상급의 김으로 싼다. 나는 문을 열고 들어가서 1000원 김밥 세 줄을 샀다.
"물가가 다 오르는데 이렇게 1000원에 팔아서 남아요?"
"어디 많이 남겠어요? 아주 쬐~끔 남아요. 호호... 1000원 김밥 값 안올리니까 자주 오세요."
김밥을 기다리는 손님이 자주 문을 드나든다. 김밥을 써는 아주머니 손이 바쁘다.
덧붙이는 글 |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2008.03.13 13:44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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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가면을 줘보게, 그럼 진실을 말하게 될 테니까. 오스카와일드<거짓의 쇠락>p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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