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뒤집는 주공, 분양원가 공개 안한다?

약속했던 88곳 공개 유보... "법원 판결 무시하나"

등록 2008.03.13 11:47수정 2008.03.13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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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자료사진)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모습. (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대한주택공사가 12일 분양원가 전면공개 유보 방침을 밝혀 "주공이 분양 원가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라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주공은 이날 "아파트 원가 공개가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야기할 수 있어, 전면 공개를 유보하기로 했다"며 고양 풍동지구와 화성 봉담지구 등 2곳에 대해서만 부분적인 분양원가 공개를 결정했다.

 

이 같은 결정은 주공이 분양원가를 공개할 의지가 없음을 다시 한 번 보여준 것이라는 지적이다. 주공은 "분양원가를 공개하라"는 대법원 판결 이후 사회적 여론에 밀려 여러 차례 분양원가를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그 말을 뒤집는 등 약속 이행을 미뤄왔다.

 

말 뒤집는 주공... 억지로 일부만 공개

 

지난해 6월 대법원이 "분양원가는 영업상 비밀이 아니다"고 판결을 내린 후 주공은 최대한 빨리 분양원가를 공개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특히 지난해 8월 "다음달에 2002~2006년 5년간 공급한 전국 아파트 단지 88곳의 분양원가를 모두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또한 같은 해 11월 박세흠 주공 사장이 "올 12월 안에 분양 원가를 전면 공개하겠다"고 말했지만, 이 또한 유야무야됐다.

 

이번 고양 풍동·화성 봉담지구에 대한 분양원가 공개 결정도 주공 스스로 선택한 게 아니다. 화성 봉담지구의 주공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이 지난 2월 28일 "법원 판결대로 분양원가 정보를 7일 내에 공개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하루에 10만원씩 지급하라"며 원가 공개 간접 강제신청을 한 데 따른 것이다.

 

게다가 이날 주공의 원가 공개는 부분적인 것에 불과하다. 주공은 고양 풍동지구의 경우, 토지매입 보상비와 택지 조성비 등 7개 항목, 화성 봉담지구는 분양원가 산출내역 등 4가지만 공개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해 4월 SH공사(서울시 도시개발공사)가 장지·발산지구에서 분양원가를 공개하면서, 60여 가지의 세부항목의 원가를 공개한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공공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찬성했던 이명박, 답 내놓아야"

 

a  대한주택공사 본사 건물. (자료사진)

대한주택공사 본사 건물. (자료사진) ⓒ 대한주택공사 제공

대한주택공사 본사 건물. (자료사진) ⓒ 대한주택공사 제공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주공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윤순철 경실련 시민감시국장은 "주공이 자기 말 뒤집는 게 너무 뻔뻔하다"며 "분양 원가를 공개하면, 공기업이 국민을 상대로 부당이득을 취한 게 들어나니 공개하지 않은 것이다, 공개 의지가 없다"고 꼬집었다.

 

윤 국장은 "사법부에선 민간 아파트 분양 원가까지 공개하라고 하는데, 공기업에서는 반대로 못하겠다고 한다"며 "공공아파트의 분양원가 공개를 찬성했던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도 이날 논평을 내고 "주공은 투명한 분양원가 공개로 서민주거안정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주공이 분양원가 소송에서 패소한 곳이 2개뿐이 아닌데, 다른 단지는 공개하지 않는 것은 법원의 판결을 경시하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분양원가를 공개한다 해도, 건설비용과 이윤을 알 수 없는 7개 항목만 공개한다는 것은 빛 좋은 개살구"라며 "건설원가와 이윤을 명확히 알 수 있도록 공개해, 적정 분양가 산정 및 집값 안정을 도모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편, 주공측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2002~2006년 중 분양된 단지에 대한 분양원가 공개 여부는 백지화 된 것이 아니라 현재 검토 중에 있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원가공개 업무를 담당하는 주공 판매계획팀의 한 관계자는 "백지화는 아니고, 검토중"이라며 "그 이외에는 말할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계속해서 말을 뒤집는다,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공개가 늦어진 건 사실"이라면서도 구체적 답변을 피했다.

2008.03.13 11:47ⓒ 2008 OhmyNews
#분양원가 공개 #주택공사 #주공 #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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