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제11차국무회의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과 유인촌 문화부장관.
청와대 제공
유인촌 문화관광체육부 장관이 본래 연기자였다는 사실을 지금껏 미처 깨닫질 못했습니다.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사는 까닭에 문화적 혜택을 못 받은 탓인지, 지금은 종영된 드라마 <전원일기> 외에는 만나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서울문화재단의 이사장과 대학교수라는 직함에 익숙해지다 보니, 그는 우리의 문화 역량을 키우고 다음 세대에 전수하는 전문가이자 학자로 여겼습니다. 그러하기에 그의 문화적 소양과 애정이 남다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반듯한 외모도 그렇지만, 확신에 찬 얼굴 표정과 또렷한 발음, 유창한 언변에서 풍겨져 나오는 카리스마는 그가 진행하는 그 어떤 프로그램, 그가 꾸리는 그 어떤 일에도 신뢰감을 갖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적어도 제게 '유인촌'은 '신뢰'와 동의어였습니다.
수업에서도 그의 이름을 활용해왔건만...그랬기에 그의 '이름'을 교실 수업에도 적극 활용해 왔습니다. 아이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종종 활용하는 다큐멘터리 영상물의 진행자가 바로 그입니다. 지금은 종영되었지만, KBS <역사스페셜>은 (비록 진행자였을 뿐이지만) '유인촌의 작품'으로 각인돼 있습니다.
그 어떤 책과 자료보다도, 심지어 교과서보다도 더 효과적이라고 여겨왔습니다. 60분 분량의 모든 장면을 수업 시간에 활용할 수는 없지만, 필요한 부분을 군데군데 발췌해 쓰니 교과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선생님보다 유인촌이 훨씬 나아요. 저 아저씨가 말하면 어쩐지 믿음이 가고, 머릿속에도 쏙쏙 잘 들어오는 것 같아요." 똑같은 내용도 그가 말하면 다르게 느껴졌던 모양입니다. 비록 날마다 교실에서 부대끼는 교사로서 '썩 내키는' 얘기는 아니었지만, 저 역시 그렇게 느꼈고 덕분에 수업의 질도 높일 수 있었으니 외려 고마운 일이라 여겼습니다.
이태 전에는 아예 KBS 영상사업단에서 판매하는 <역사스페셜> 전집을 학교예산으로 구입했고, 작년에는 주제별로 2~3분 분량으로 발췌해 편집한 DVD 자료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온전히 그의 이름 때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다른 사람이 진행했다면 아마 주저했을 겁니다.
제게도, 또 아이들에게도 그런 그였는데, 문화계의 수장으로서 수많은 문화계의 공직자들에게 휘하의 부하에게 명하듯 "그만 두라"고 말하는 모습을 뉴스를 통해 보았습니다. ‘상식’ 운운하며 천연덕스럽게 말하는 그 모습은 귀를 의심할 만큼 충격적이었습니다.
"원래 저런 사람이었나"를 자문하기에 앞서, 그를 믿었고 너무나 좋아했기에 "저렇게 말해서는 안 되는데"라는 독백을 먼저 흘렸습니다. "아마도 윗분들의 강요(?)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저렇게 내뱉고 있는 걸 거야"라며, 그를 위한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마음속으로 떠올려보기까지 했습니다.
꼬맹이도 아는 '다양성'을 장관님은 모르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