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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겨울은 유난히 추웠습니다.
집 뒤편의 숲이 베어지면서 겨우내 모진 북풍이 창문을 흔들어대는 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숲을 등지고 있던 개장에서 겨울을 나던 닥스훈트 개도 감기에 걸려 죽고 말았습니다. 한 해의 마지막 날, 언 땅에 개를 묻노라니 가슴 속에서 찬바람 소리가 났습니다.
얼마 전, 산에 오를 때만 해도 응달배기에 잔설이 남아 있더니 이제는 흔적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경첩이 언제인지 모르고 지나갔는데 벌써 개울에서 들려오는 개구리 울음소리가 봄밤을 설레게 합니다. 집 밖보다 집안이 쓸쓸해지는 걸 보니 봄이 오긴 왔나 봅니다.
당장이라도 망울을 터뜨릴 듯한 진달래가 봄볕에 줄기를 반짝이고, 물가의 갯버들이 은빛 버들강아지들을 내놓았습니다. 향나무 그루터기에서 무언가 불룩하니 치솟는가 싶더니 이내 파르스름한 새싹을 내보입니다. 상사화입니다.
심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날아와 자리를 잡더니, 봄이면 언 땅을 뚫고 가장 이르게 푸릇한 싹들을 내밉니다.
볕 바른 마당을 지나다가 내리 딛던 발을 화들짝 놀라 추켜들었습니다. 발밑에 눈곱 같은 별꽃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습니다. 어찌나 작은지 선 채로는 뵈지도 않아 무릎을 낮춰야 합니다. 공식적으로 우리 집에서 가장 이르게 핀 꽃입니다. 이렇게 작은 꽃이 가장 이르게 봄을 맞이하다니 대견하기만 합니다.
겨우내 닭장 안에 갇혀 있던 닭도 풀어줍니다. 홰를 치며 울어대는 수탉을 따라 시골 아낙을 닮은 암탉들이 조르르 달려갑니다. 꺼칠하던 거위도 꽥꽥거리며 기지개를 켭니다. 아직 황사와 꽃샘추위가 남아 있지만 오는 봄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짧기만 한 봄볕이 뉘엿뉘엿 기웁니다. 마당에 무언가 돌멩이가 놓여 있기에 발로 걷어차려다가 놀라 멈춥니다. 얼핏 두꺼비 같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니, 한 마리가 아니고 두 마리입니다. 산개구리 두 마리가 서로 업혀 있는데, 벌써 짝짓기를 하는가 봅니다. 얼어붙은 개울을 뒤지며 개구리를 잡아가던 이들의 눈을 피해 용케도 봄을 맞이합니다. 아직 한기가 느껴지는 저녁 무렵에 저렇게 벌거벗은 개구리들이 안쓰럽습니다. 언제나 이른 봄을 맞이하는 데는 이런 추위와 고통을 맞이해야 하나 봅니다. 게으름에 패다 만 장작들이 마당 한가운데 아직 수북이 쌓여 있는데, 벌써 봄은 저만치 오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남양주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3.16 16:18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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