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냐, 친박이냐!20일 오후 칠곡군 왜관읍 시외버스 터미널. 탈당한 '친박' 의원들 얘기에 두 할머니 사이에 말싸움이 붙었다.
문경미
"탈당했어도 박근혜 사람을 찍어뿌야지!""대통령당을 안 밀어주면 경제가 살겄나!"20일 오후 경북 칠곡군 왜관읍 시외버스 터미널. 탈당한 '친박' 의원들 얘기에 두 할머니 사이에 말싸움이 붙었다. 기자의 질문 때문이다.
이아무개(60) 할머니는 "요즘 박근혜를 생각하면 속이 상해 죽겠다"며 "당이 내친 '친박' 의원들을 찍어야 한다"고 답했다. 그러자 곁에서 바로 반론이 들어왔다. 우아무개(68) 할머니는 "박근혜가 불쌍하고 공천이 잘못된 건 맞지만 그렇다고 무소속을 찍으면 어떻게 하느냐"며 이 할머니의 의견에 맞섰다.
칠곡은 '친박계'인 이인기 의원의 지역구다. 이 의원은 한나라당 공천심사에서 탈락해 무소속 출마를 결정했다. 한나라당은 석호익 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을 공천했다.
두 할머니의 대화는 요즘 대구 경북 민심의 축소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탈당한 친박 의원들의 지역구는 총선을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도전 받는 한나라 텃밭... 최대의 적은 '친박 무소속 연대'한나라당의 텃밭 TK(대구·경북)가 위협받고 있다. '친박' 무소속 후보군 때문이다.
TK 민심의 뿌리에는 박 전 대표가 자리잡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인 구미와 박 전 대표의 지역구(대구 달성)가 있는 대구를 중심으로 '박근혜 파워'는 막강하다.
지역민 사이에서도 '친박 의원들=박근혜'로 인식하는 경향이 짙음을 느낄 수 있었다. 무소속 친박 의원들의 '박근혜 마케팅'이 통하는 이유다.
바닥 민심에도 바람이 일고 있다. 이 지역에서는 '한나라당 대 박근혜'라는 흥미로운 구도가 그려지고 있다.
[중·남구] '한나라당' - '박근혜' 사이에서 갈등"이명박이가 뉘 때문에 대통령이 됐는데! 나도 박근혜 때문에 이명박 찍었다 아이가."대구 최대의 도매시장인 서문시장. '친박 의원들의 탈당을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전아무개(52)씨는 분통을 터뜨렸다.
전씨는 "탈당한 의원들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며 "대구 경북에선 아무래도 박근혜를 봐서 무소속 후보들을 많이 찍어주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나라당 공천 결과를 보면, 탈락한 '친박' 의원 19명 중 11명이 영남권이다. 이중 대구 경북이 지역구인 의원은 이해봉(대구 달서을)·이인기(경북 고령·성주·칠곡)·박종근(대구 달서갑)·김태환(경북 구미을) 등 4명. 박 전 대표로서는 안방에서 수족을 잘린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