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레이트에 파인 골 사이로 흘러내리는 빗물을 많이 모을 수있어 고마운 지붕이다.
박미경
비만 오면 옥상에 올라가서 빗물 모으느라 허리 아픈 줄 모르고 쓰레받기로 열심히 모았다. 내 빗물 모으기는 이웃도 전염시켰다. 이웃 아주머니께서도 자신의 집 옥상에 커다란 대야를 놓고 빗물을 받아놓았다.
언젠가 큰 대야에 물이 없자 회사 출근한 남편에게 전화해서 뭐라고 하는 것을 들었다. "당신이 큰 대야 물 버렸는겨? 내가 애써 모아놓은 건데 버리면 우짜노?"하시며 화내는 것을 보았다. 속으로 웃음이 나왔다. 아저씨가 모르고 버린 것을 너무 많이 뭐라 하셨기 때문이다.
아주머니도 직접 빗물로 채소를 키워본 뒤에야 수돗물보다 빗물이 채소에 좋다는 것을 경험하시곤 내게 "어야, 빗물 주니까 채소가 훨씬 잘 자란다. 맞제?"하시며 즐거워하셨다.
지금도 길을 걷다가 버려진 빈 통을 보면 주워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빗물 모으고 싶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