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
십대 후반 혹은 이십 전후에 연애를 했어야 했는데
팝송이 유행했었지
몇 곡의 노래 함께 들으며
마른 풀섶 혹은 교외선 열차에 다정하게 기대앉아
사랑의 밀어를 나누어야 했는데
젊음의 의무였는데 권리였는데
십대 후반 혹은 이십 전후에 성탄절, 크리스마스 캐롤
한 번의 크리스마스 이브는 밤을 지새며
아름다운 사랑으로 장식해야 했는데
한 번의 여름은 뜨거운 바닷가에서
영원과 사랑의 얘기 젊은 날의 번민도 나누어야 했는데
별이 총총한 바닷가 밤하늘, 모래성을 쌓으며
혁명을 얘기하고 민주주의를 논하고
우리는 밤을 새워 긴긴 사랑의 편지 썼어야 했는데
무지개처럼 찬란한 젊은 날의 꿈
가슴 설레는 사랑 이야기
한 번의 가을엔 운명처럼 쓰라린 이별도 와야 했으리
너무도 긴 세월 흘러왔구나
뜨겁게 활활활 타오르던 가슴 속 정열
너무도 긴 세월 흘러왔구나
시작노트
내가 젊었던 시절엔 팝송이 유행했었습니다. 청소년들은 너도나도 팝송에 열광했습니다. 그 팝송을 들으며 멋진 사랑을 하지 못한 것이 내 인생의 또 하나 큰 아쉬움으로 남아 있습니다. 물론 사랑하는 소녀는 있었습니다. 편지를 하고 전화를 해도 응답이 없으니 결국 짝사랑으로 끝나고 만 것입니다. 왜 젊은 날 멋진 연애 한 번 못했는지 지천명을 지나 이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여전히 아쉬운 미련만 남아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최일화 기자는 시인이며 수필가다. 현재 고등학교 영어교사로 재직하고 있다. 시집에 <우리사랑이 성숙하는 날까지>(1985) <어머니>(1998) 에세이집에 <태양의 계절>(2005)이 있다.
2008.03.23 14:39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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