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가 더럽히는 우리 삶 (26) 센스

[우리 말에 마음쓰기 257] ‘상당히 센스가 있어’, ‘센스도 필요하다’ 다듬기

등록 2008.03.25 11:30수정 2008.03.25 11:30
0
원고료로 응원
ㄱ. 상당히 센스가 있어

.. 응, 신입인데도 상당히 센스가 있어. 내가 우물거리다간 추월당할지도 몰라 ..  <미츠오 하시모토-어시장 삼대째 (18)>(대명종,2006) 120쪽


‘상당(相當)히’는 ‘무척’이나 ‘퍽’으로 다듬습니다. ‘추월(追越)당(當)할지도’는 ‘따라잡힐지도’나 ‘뒤처질지도’로 다듬을 수 있고, ‘나를 앞지를지도’로 다듬어도 됩니다.

 ┌ 센스(sense) : 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감각이나 판단력.
 │   ‘눈치’, ‘분별’, ‘분별력’, ‘감각’으로 순화
 │   - 센스가 있다 / 이번 일에서는 자네의 센스를 유감없이 발휘하길 바라네 /
 │     그녀는 센스 있게 일을 잘 처리해 부장에게 신임을 얻고 있다 /
 │     그는 옷차림만 보아도 센스가 뛰어난 사람임을 알 수 있다
 │
 ├ 신입인데도 상당히 센스가 있어
 │→ 새내기인데도 무척 감각이 있어
 │→ 처음 일하는데도 아주 재주가 있어
 │→ 처음인데도 생각(느낌)이 참 좋아
 └ …

ㅅ전자에서 내는 노트북 이름이 ‘센스’입니다. 국어사전을 보면 ‘눈치-분별-감각’ 같은 말로 고쳐써야 한다고 되어 있지만, 국어사전 보기글도 퍽 여럿이며, 이밖에도 온갖 곳에 두루 쓰이는 ‘센스’입니다. ‘센스’라는 말을 쓰지 말자고 하면, 퍽 많은 분들은 입을 꾹 다물어야 하느냐고 따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다른 자리야 어렵다고 하더라도, 국어사전에 나온 보기글만이라도 살피겠습니다. “센스가 있다”는 “재치가 있다”라든지 “눈치가 빠르다”쯤으로 다듬으면 어떨까요. “자네의 센스를 유감없이 발휘하길”은 “자네 재주를 남김없이 보여주길”이나 “자네 솜씨를 거침없이 펼쳐 주길”로 다듬어도 좋겠지요. “센스 있게 일을 잘 처리해”는 “야무지게 일을 잘해”나 “꼼꼼히 일을 잘해”로 풀어도 됩니다. “옷차림만 보아도 센스가 뛰어난”이라면 “옷차림만 보아도 느낌이 톡톡 튀는”이나 “옷차림만 보아도 눈썰미가 뛰어난”으로 풀어 보고 싶은데, 어떨는지요.

ㄴ. 센스도 필요하다


.. 산에 오를 때는 고단백 고열량 식품을 간식으로 준비해서 떨어진 체력을 보강해 주는 센스도 필요하다 ..  <김세환-김세환의 행복한 자전거>(헤르메스미디어,2007) 143쪽

‘등산(登山)할’이라 안 하고 ‘산에 오를’이라 하니 반갑습니다. “체력(體力)을 보강(補强)해”는 “힘을 채워”나 “힘을 북돋워”로 다듬어 줍니다. ‘필요(必要)하다’는 ‘있어야 한다’로 손보고 “고(高)단백 고(高)열량”은 “단백과 열량이 높은”으로 손봅니다. ‘간식(間食)’은 ‘참’이나 ‘사잇밥’으로 고쳐씁니다.


 ┌ 체력을 보강해 주는 센스도 필요하다
 │
 │→ 힘을 채워 주는 재치도 있어야 한다
 │→ 힘을 북돋워 주면 좋다
 └ …

제가 우리 말 이야기를 꾸준히 쓰고 있는 사람인 줄 알면서도, 제 앞에서 ‘센스’라는 말을 떨구어 내지 못하는 분이 많습니다. 생각해 보면 ‘센스’ 한 마디뿐이겠습니까. 다른 낱말과 말투는 어떻겠습니까.

생각해 보면, 우리 말 운동을 하는 사람 앞뿐 아니라, 우리 둘레 사람 누구 앞에서든지, 가려야 할 말을 가리거나 솎아야 할 말을 솎으면서 차분하게 말하고 글쓰는 사람이 자꾸만 줄어든다고 느낍니다. 이웃사람을 만나는 자리에서 맞은편 마음이나 형편을 찬찬히 못 헤아리며 살아가지 않느냐 싶기도 합니다. 좀 더 알맞은 쪽, 좀 더 아름다운 쪽, 좀 더 바르고 살가운 쪽으로 마음을 기울이기보다는, 이익과 욕심이 이끄는 대로 휘둘리면서 살아가고 있지는 않느냐 싶어요.

더 빨리 달리는 자동차가 좋다고 해도 골목길에서 씽씽 내달려서는 안 되는 법입니다. 골목길이 아닌 찻길을 달린다고 해도, 자동차가 내뿜는 배기가스를 돌아볼 줄 알아야지 싶습니다. 자동차는 되도록 적게 몰면서. 전철 빈자리가 보였다 하더라도, 타고내리는 문 앞에서 내릴 사람을 밀치며 우격다짐으로 들어가서야 되겠습니까. 내 주머니에 돈이 넘쳐난다고 하여, 어려운 이웃은 조금도 안 거들떠보며 펑펑 써대어도 괜찮은가요. 내 머리에 든 지식이 훌륭하다고 해서, 덜 배우거나 적게 배운 사람을 깔보거나 비웃거나 괴롭힐 만한가요.

 ┌ 떨어진 힘을 채워 주면 어떨까
 ├ 떨어진 힘을 채우는 데에도 마음을 써 보자
 ├ 떨어진 힘을 채울 수 있어서 좋다
 └ …

마음을 기울이기에 따라서 우리 삶과 생각이 바뀝니다. 마음을 쏟기에 따라서 우리 말과 글이 달라집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방 <함께살기 http://hbooks.cyworld.com> 나들이를 하시면 여러 가지 우리 말 이야기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인터넷방 <함께살기 http://hbooks.cyworld.com> 나들이를 하시면 여러 가지 우리 말 이야기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영어 #우리말 #우리 말 #미국말 #센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작은책집으로 걸어간 서른해

AD

AD

AD

인기기사

  1. 1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징역1년·집유2년' 이재명 "이것도 현대사의 한 장면 될 것"
  2. 2 1만2000 조각 났던 국보, 113년만에 제모습 갖췄다 1만2000 조각 났던 국보, 113년만에 제모습 갖췄다
  3. 3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수능 도시락으로 미역국 싸 준 엄마입니다
  4. 4 대학 안 가고 12년을 살았는데 이렇게 됐다 대학 안 가고 12년을 살았는데 이렇게 됐다
  5. 5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나는 폐허 속을 부끄럽게 살고 있다" 경희대 시국선언문 화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