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쓰레기, 너 정말 어여쁘다

자원순환·미래에너지 전시회, 킨텍스서 28일까지 열려

등록 2008.03.26 14:33수정 2008.03.2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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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물쓰레기엔 숟가락도 들어있고, 젓가락도 들어있고...
음식물쓰레기엔 숟가락도 들어있고, 젓가락도 들어있고...김대홍

 쓰레기를 이용한 각종 재활용제품들
쓰레기를 이용한 각종 재활용제품들김대홍


인천시 서구 백석동에 있는 수도권매립지에 매일 들어오는 평균 쓰레기량은 1만9235톤.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등 수도권 3개 시·도 2400여만명이 만들어내는 쓰레기량이다. 수도권 사람 한 명당 매일 0.8㎏씩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땅 크기는 정해져 있는데, 무한정 쓰레기를 받아낼 수는 없는 법. 쓰레기 재활용에 관심을 쏟아야 하는 이유다.

지난 25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 서구 대화동에 있는 킨텍스(KINTEX)에서 시작된 2008 자원순환·미래에너지 전시회는 쓰레기 재활용에 초점을 맞췄다. 건설쓰레기·음식물쓰레기·생활쓰레기 등 여러 분야에서 만들어지는 쓰레기량과 쓰레기 재활용 방안을 볼 수 있다.

쓰레기가 쓰레기가 아니야

2004년 기준 세계 환경시장 규모가 5890억달러(약 588조원) 정도로 추산되는 상황에 비춰보면 기업들이 큰 관심을 쏟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번 전시회엔 75개 업체가 참여해 220개 부스를 차렸다.

현재 쓰레기 실태를 알고자 하면 전시관 입구에 있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부스를 찾아가면 된다. 2007년 현재 1만9235톤/1일 쓰레기 중 건설쓰레기가 1만130톤(53%)으로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뒤를 사업장쓰레기 4733톤(24%), 생활쓰레기 4372톤(23%)가 잇는다.


지역별로 나누면 서울시가 9210톤(48%)으로 전체 절반가량이고, 경기도가 6734톤(35%), 인천시가 3291톤(17%)다. 지난해 말 기준 경기도 인구(1134만241명)가 서울시 인구(1042만1782명)보다 많다는 점에 비춰보면 서울시가 쓰레기를 많이 만들어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08 자원순환·미래에너지 전시회가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25-28일 열린다.
2008 자원순환·미래에너지 전시회가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25-28일 열린다.김대홍


성원ENT는 건설쓰레기를 재활용하는 업체다. 건설쓰레기가 빠르게 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1999년 6만2221톤/일이던 전국 건설쓰레기는 2004년 14만8489톤/일으로 5년 사이 두 배 이상 늘었다.


이 업체가 내놓은 제품은 건설쓰레기를 재활용해서 대체에너지를 만들었다. 플라스틱과 나무를 뺀 나머지를 가공해서 고형연료를 만든 것. 1㎏당 효율은 7000~9000㎈ 정도. 보일러 등유(1만~1만1000㎈/리터당)에 비해 효율은 떨어지지만 금액이 20분의 1에도 미치지 않는다는 게 장점이다.

업체 김욱환 대리는 "건설쓰레기가 계속 늘고 있다"면서 "철거작업 현장에서부터 선별하는 작업이 체계적으로 이뤄지면 재활용은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폐기물재활용기술개발사업단이 펴낸 <리사이클링백서>에 따르면 2003년 기준 고형 및 유해폐기물 관리시장이 2조9580억원, 자원재생시장이 3조7700억원으로 전체 시장에서 50% 이상을 차지한다.

음식물쓰레기는 보물이다

전시회장에서 가장 많은 부스는 음식물쓰레기. 미생물을 이용한 음식물처리기를 갖고 나온 업체가 있는가 하면 음식물비료화시설을 들고 나온 곳도 있다.

'음식물쓰레기는 쓰레기가 아니라 보물이다'라고 내건 홍보물이 눈에 들어왔다. 음식물처리기 제조업체인 아이엔탑 부스 앞이다. 이 업체 정재호 대표는 음식물분리수거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듯했다.

정 대표는 "음식물 봉투에 뼈가 많이 들어가고, 심지어 장갑·숟가락·젓가락 등이 들어가는 경우도 있다"면서 분리수거가 제대로 안 되는 게 음식물재활용이 어려운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어 자원화 시설이나 비료화공장을 대규모화하는 대신 소규모로 하는 게 더욱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음식물자원화시설이 실패한 이유는 무조건 크게 하려고 했기 때문이라고 봐요. 학교나 몇몇 집을 묶어서 작게 시작해서 넓히는 방식으로 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과천정부청사에서 나오는 음식물쓰레기는 청사 안에서 100% 재활용해야 한다는 것. 그는 외국에서 그렇게 하는 선례가 있기 때문에 의지가 있으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쓰레기통 박사' 김영화 크린원자원순환연구소 소장은 분리수거가 성공하려면 각 지역에 맞게 쓰레기 품목을 더 세분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쓰레기통 박사' 김영화 크린원자원순환연구소 소장은 분리수거가 성공하려면 각 지역에 맞게 쓰레기 품목을 더 세분화해야 한다고 말한다.김대홍


크린원자원순환연구소는 분리수거업체다. 이 업체 김영화 소장은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는데 10여 년 동안 매달려 '쓰레기통 박사'로 불린다. 관련 특허만 20여 개.

부스 앞에는 두툼한 논문이 두 개 놓여 있다. 하나는 '의왕시 안동시 춘천시 주택가 상업지 공업지 농촌 재활용품 분리수거 방법 연구 사진', 또 하나는 '효율적인 재활용품 분리수거로 편리하게 쓰레기 줄이는 방법 연구'다.

질문을 던졌더니 논문 두 개를 읽어보라고 건네면서 핵심 대목만 간추려서 이야기했다.

"우리 주위 분리수거통이 대부분 4종류입니다. 4가지 종류 가지고는 안 되고 최하 7종류를 분리수거해야 합니다. 2004년 1월부터 분리수거 품목에 추가된 일회용 비닐봉투, 스티로폼, 제품포장 필름 류를 분리수거해야 쓰레기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는 관리문제입니다. 관리가 안 되면 쓰레기 분리수거는 실패합니다. 우리 주위 노령인구가 많습니다. 이분들 교육시켜 관리케 하면 분리수거도 자리 잡히고 일자리 창출도 됩니다. 몇 군데 지자체 대상으로 해봤는데 효과를 봤습니다."

김영화 소장은 "대부분 지자체 공무원들이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서도 조금씩 귀를 기울이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거리 곳곳에 나뒹구는 전단지, 신문도 중요한 생활쓰레기 중 하나다. 한 업체는 골판지, OA용지, 신문지를 이용한 쿠션완충제를 선보였고, 폐전지 재활용 시스템, 친환경 폐자동차 해체 시스템을 선보인 업체도 있다.

새로운 청정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는 하이드레이드도 선을 보였다. 한 부스에선 미래형자원순환도시를 미니어처로 만들었다. 상자 안엔 고층빌딩이 있고 근처 바다(또는 강)엔 요트가 떠다니고 있다.

갑자기 든 생각. 왜 꼭 미래도시라고 하면 고층빌딩이어야 하고, 요트가 떠다녀야 할까. 정수라가 부른 '아! 대한민국'이 생각난다. "하늘엔 조각구름 떠있고 강물엔 유람선이 떠있고…."

쓰레기를 악기로 만든 연주단

 재활용악기예술단 '노리단'. 전시장에서 구경하러 온 아이들이 체험 중이다.
재활용악기예술단 '노리단'. 전시장에서 구경하러 온 아이들이 체험 중이다.김대홍


부스를 한참 돌아다니고 있는데, 갑자기 전시장 어느 곳에서 음악 소리가 났다. '휙 휙' 거리는 소리는 어린 시절 수도 파이프를 돌릴 때 났던 소리다.

소리를 따라 가보니 재활용예술단 '노리단'이 공연준비를 하고 있다. 2004년 6월 12일 태어난 노리단은 버린 물건을 가지고 악기를 만든다. 폐자동차 휠, 1.5ℓ 페트병, 인라인스케이터 바퀴, 플라스틱 파이프 등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악기다.

악기엔 각기 이름이 붙어 있다. PE 파이프를 음 길이에 맞춰서 잘라 여러 개를 붙인 악기는 '한내'로 베이스 소리가 난다. 알루미늄 판과 PE 파이프로 만든 악기는 공룡이 발을 내디딜 때 나는 소리 같다고 해서 '공룡'이다. 자동차 바퀴 알루미늄 휠로 만든 악기는 '감돌', 오래된 나무를 깎아서 만든 악기는 '고몽'이다.

연주하는 모습을 우두커니 쳐다보고 있으니 한 단원이 직접 연주를 해보라고 권한다. 갑작스런 제안에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문득 떠오르는 계이름이 있어 파이프를 두드렸다. '솔솔라라 솔솔 미 솔솔 미미래'. 불후의 명곡 '학교종'. 연주자가 싱긋 웃으며 함께 연주해준다.

공연장 곳곳에서 구경꾼들이 악기 하나씩 붙들고 연주를 하고 있다. 소리가 꽤 잘 나온다. '쓰레기가 악기가 된다'는 발상이 재미있다.

노리단은 악기뿐만 아니라 운영 면에서도 재활용이다. 사회에서 관리대상(?)으로 평가받는 10대들이 모여 기업을 만들었다. 지금 직원숫자는 41명. 11살부터 43살까지 다양하다. 얼마 전까진 50대도 있었다.

교육워크숍·공공미술·공연 등 세 개 부서로 나눠며 해외 공연도 종종 나간다. 다음 주엔 마카오 공연이 예정돼 있다.

'헌 것 옛 것 오래된 것 못쓰는 것 망가진 것들의 즉흥연주'를 내건 노리단. 이 글에 이번 전시회의 목표가 고스란히 담긴 듯 싶다.

 노리단
노리단김대홍

덧붙이는 글 | 킨텍스. 031-810-8182


덧붙이는 글 킨텍스. 031-810-8182
#쓰레기 #재활용 #노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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