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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가 대지를 촉촉이 적시더니 바람이 온 세상을 흔들어 깨운다. 뽀얀 먼지가 훌훌 털고 일어나 저 멀리 아득한 곳으로 날아가고, 이 봄을 놓칠새라 분주한 움직임으로 농촌의 일손이 바쁘다. 어느새 찾아온 봄기운이 땀 흘리는 농부들의 고마움을 아는지 생동감 넘치는 들녘에 꿈을 가득 심는다. 노랗게 말라죽은 덤불 사이로 뾰족뾰족 솟아나는 봄, 봄, 봄, 봄이다.
이곳(충남 연기군 서면 고복저수지 주변)은 전형적인 농촌마을이다. 포도와 복숭아, 배 등 과수재배를 많이 하기 때문에 봄이 시작되기 훨씬 전부터 농촌 들녘이 떠들썩했다. 배나무 전지와 복숭아 전지로 바쁜 일손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지금은 땅에 묻었던 포도나무를 꺼내어 굵은 철사에 매다는 작업이 한창이다. 가을에 튼실하게 열린 포도송이의 무게를 나무가 감당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부지런한 사람들이 사는 마을이기에 매년 포도농사가 효자노릇을 한다. 이곳 포도는 일명 머루포도라고 불리는 품종을 재배하기 때문에 늦가을까지 달고 맛있는 포도를 맛볼 수 있다. 농민들이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수고를 아끼지 않는 덕에 매년 이 머루포도를 먹을 수 있는 나는 행복한 사람임에 틀림없다.
농사를 짓지 않는 내가 농촌에 살면서 멋진 농촌의 풍경을 바라보고 열심히 일하는 농민들의 모습을 사진과 글로 담아낼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지 모른다. 이 모두가 농촌 들녘을 구석구석 누비며 계절에 맞게 일구는 농부들의 진솔한 땀과 소박한 꿈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생동감 넘치는 봄기운이 더해주니 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마을을 가로지르는 시냇물이 졸졸졸 흐르며 봄을 노래한다. 아! 봄이 흐르는 저 시냇물 소리, 고향에서 들려주는 어머니 노래처럼 정겹기만 하다. 농촌에는 아직도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흐르는 시냇물을 많이 볼 수 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생긴 대로 요리조리 길을 만들어 흐르는 시냇물을 바라보노라면 옛 생각이 절로 난다. 포근하고 정겨운 고향의 모습이 느껴져 더 반가운 시냇가에 핀 노란 산수유 꽃이 파랗게 열린 하늘을 바라보고 서 있다. 이 또한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이른 새벽부터 들에 나가 일을 하는 농부들의 모습이 봄 햇살을 받으며 한 폭의 그림 같이 아름답다. 진솔한 그들의 모습이 좋아 나도 모르게 포도밭 고랑으로 내달린다. 농부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연신 눌러대는 카메라 셔터소리가 오늘 따라 더 경쾌하게 들리는 것은 봄이 함께 하기 때문이다.
아! 봄이다. 양지바른 들녘에는 속살 뽀송뽀송한 쑥이 자라고, 봄 향기 가득 실은 냉이는 어느새 꽃대를 세우고 봄을 노래한다. 여기저기서 쑥쑥 자라나는 봄의 향연이 농촌 들녘에서 농부들의 일손을 재촉하며 힘차게 펼쳐진다.
봄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봄의 마음으로 느끼고, 봄의 시선으로 마주치는 농촌 들녘에는 오늘도 쉼 없는 탄생과 성장이 함께 하며 생동감 넘치는 봄을 쏟아낸다.
덧붙이는 글 | sbs u포터에도 송고합니다.
2008.03.26 15:05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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