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콤, 비정규직 노조 밀착감시 논란

코스콤 매일 노조 행적 기록... 노조, 도·감청 의혹도 제기 "인권침해, 부당노동행위"

등록 2008.03.27 20:46수정 2008.03.27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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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미행하는 등 밀착 감시를 했다는 주장이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증권산업노동조합(위원장 강종면)은 27일 도·감청, 경찰의 정보 제공 의혹 등을 제기하며 코스콤과 경찰을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코스콤은 이를 부인했다.  

 

이 같은 사실은 코스콤이 지난 5일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속한 증권노조를 상대로 8억2600만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면서 알려졌다. 코스콤이 증거 자료로 '증권노조 비정규지부 일일상황'이라는 문건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코스콤, 노조의 행적을 매일 세세하게 기록

 

 코스콤에서 작성한 '중권노조 비정규지부 일일상황'이라는 보고서의 내용. 코스콤은 노조의 행적을 기상에서 취침까지 자세하게 기록했다.
코스콤에서 작성한 '중권노조 비정규지부 일일상황'이라는 보고서의 내용. 코스콤은 노조의 행적을 기상에서 취침까지 자세하게 기록했다.선대식
코스콤에서 작성한 '중권노조 비정규지부 일일상황'이라는 보고서의 내용. 코스콤은 노조의 행적을 기상에서 취침까지 자세하게 기록했다. ⓒ 선대식

코스콤이 제출한 이 문건은 파업 첫날인 지난해 9월 11일부터 같은 해 10월 29일까지 기상부터 취임까지 노조의 일정을 시간대별로 정리해 놓은 것이었다.

 

지난해 9월 15일치 내용을 보면 '16:43 비정규노조, 이랜드 목동 홈에버 매장 도착', '16:54 이랜드 목동 홈에버 매장에서 경찰과 충돌' 등 노조의 행적을 분 단위로 세세하게 정리해 놓았다.

 

특히 9월 21일치에서는 '00:10 (코스콤 비정규) 지부, 의정부 다락원으로 이동', '07:30 당사 직원 다락원 정보수집 이동', '12:52 지부, 의정부 다락원에서 서울로 이동', '13:17, 승용차 동부간선도로 창동교 진입' 등의 내용이 눈에 띄었다.

 

노조는 "코스콤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미행했다는 사실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찰로부터 정보를 얻었다는 문구도 눈에 띄었다. 9월 23일치 문서엔 '영등포 경찰서 정보과장으로부터 정보 입수, 9월 27일 비정규 조합원 근무복귀 예상'이라고 기록돼있었다.

 

10월 9일자 보고서에는 '17:17 연행자 경찰서별로 10명씩 분산배치', '21:20 연행자 명단 확보, 공무집행방해 3명, 일반교통방행 71명'이라고 나와 있다. 이에 대해 노조는 "경찰의 정보 제공이 아니면 알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9월 29일자 보고서에는 '13:00 11차 조합원 총회(영등포 민주노총), 파업 18일차까지의 성과 및 문제점 토론, 이후 전개방향 제시 및 조합원 투쟁의식 재무장'이라고 적혀있다.

 

이를 두고 노조는 "어떻게 민주노총 건물에서 진행된 조합원 총회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느냐"며 도·감청 의혹을 제기했다.

 

노조-전문가 "인권 유린에 부당노동행위다"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앞에서 차별 시정을 요구하며 182일째 파업 중이던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천막농성장이 구청 직원과 용역 직원 150여명에 의해 강제 철거됐다. 한 용역직원이 저항하는 농성자를 무릎으로 누르고 있다.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앞에서 차별 시정을 요구하며 182일째 파업 중이던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천막농성장이 구청 직원과 용역 직원 150여명에 의해 강제 철거됐다. 한 용역직원이 저항하는 농성자를 무릎으로 누르고 있다.노동과세계 이기태 제공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증권선물거래소앞에서 차별 시정을 요구하며 182일째 파업 중이던 코스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천막농성장이 구청 직원과 용역 직원 150여명에 의해 강제 철거됐다. 한 용역직원이 저항하는 농성자를 무릎으로 누르고 있다. ⓒ 노동과세계 이기태 제공

노조는 이 문건에 대해 강력히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민정 증권노조 선전부장은 "명백한 인권 유린이고 부당노동행위다, 내일 고소고발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전문가들도 코스콤이 일지를 작성한 것에 대해 인권침해와 부동노동행위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권영국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는 "차량으로 미행하고 계속 밀착 감시한 것은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한 것으로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회사의 일일 동향보고는 노조 활동에 참여한 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주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노조 활동에 대한 개입이라는 부당노동행위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경찰의 정보 제공 의혹과 관련 민주노총은 "경찰이 '자본의 시녀'로 스스로의 명예를 훼손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우문숙 민주노총 대변인은 "대통령이 나서서 법질서 확립을 강조하는 마당에 경찰이 인권침해를 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이와 관련, 권 변호사는 "경찰이 코스콤에 정보를 제공했다면, 공권력을 사용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게 한 것으로, 직권 남용 소지가 높다"고 강조했다.

 

코스콤 "따라가는 걸 노조에서 알고 있으니 미행 아니다"

 

반면, 코스콤 쪽은 일일동향을 기록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미행, 도·감청을 하거나 경찰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윤홍식 코스콤 홍보팀장은 "노무 담당자가 노조에서 격하게 하니까 따라다닌 거다, 노조 쪽도 이 사실을 알고 있으니 미행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도 행적을 파악하고 있지만, 예전처럼 세세하게 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경찰의 정보 제공, 도·감청 의혹에 대해선 "노조 소식지·방송을 통해서 알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영등포 경찰서 정보과의 한 관계자 역시 "우리는 코스콤에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2008.03.27 20:46ⓒ 2008 OhmyNews
#코스콤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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