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농사꾼의 야무진 꿈~

주말을 틈타 시어머니 댁에서 봄맞이를 하다

등록 2008.03.28 14:01수정 2008.03.28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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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들어 봄볕이 따뜻해지면서 마음먹은 게 하나 있다. 어머님 댁에 있는 등나무 가지치기와 지난해 태풍으로 부러져 보기 흉하게 꺾여 있는 화단 같은 텃밭에 대추나무, 능소화나무를 옮겨심기를 하는 것. 마음먹은 지 오래건만 차일피일 미뤄오다 오늘(23일)에야 작심하고 드라이브 겸 집을 나섰다.

 

 담장 너머로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개나리를 닮은 이름모를 노란꽃
담장 너머로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개나리를 닮은 이름모를 노란꽃김정애
담장 너머로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개나리를 닮은 이름모를 노란꽃 ⓒ 김정애

 

하지만 주말이라 도로 사정이 좋질 않아 평소보다 시간이 더 걸려서 도착했다. 전화 연락도 없이 왔기 때문에 계시리란 기대도 안했지만 역시 자물쇠만이 빈집을 지키고 있었다.

 

시어머닌 늘 바쁘게 사시기 때문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뵙기가 힘들 정도다. 오늘은 어딜 가셨을까~? 집안을 둘러 보니 여기저기 치울 게 눈에 띄었다. 우선 겨우내 마루에 들여 놓았던 화분들부터 내다놓기로 했다.

 

커다란 화분은 둘이 들어도 무거웠다. 어머니 혼자선 도저히 하실 수 없는 일. 요즘은 아들, 며느리와 한 집에 같이 사는 것이 서로에게 시집살이라며 혼자 사시길 고집하는 노인 분들이 많다. 하지만 연세가 드시면 마음뿐 사소한 집안일부터 모든 게 예전 같지가 않아 힘에 겨워하신다. 

 

취미 생활처럼 혼자 하시던 화단 같은 텃밭 일구기도 힘이 부치신 듯 근자에 들어선 아들 며느리의 손을 빌리곤 하신다. 그래서 우린 어머님이 부르시기 전에 틈나는 대로 찾아뵙고 이것저것을 살펴드리기로 했다. 우선 남편과 마루에 있던 화분을 모두 내놓고 각자의 일을 분담키로 했다.

 

남편은 등나무 가지치기부터 시작하고 난 집안 청소를 하기로…. 여기서 몇 걸음 안 가면 대로가 나오긴 하지만 단독주택가라 아파트의 삭막한 풍경과는 달리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정겨운 동네다.  

 

마을 어귀 첫 번째 집. 담장 너머로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언뜻 보기엔 영락없이 개나리 같은 노란색의 이름모를 꽃이 오가는 사람들을 반기기라도 하듯 방긋 웃는 모습으로 피어있다. 봄은 새 생명이 움트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묵은 가지나 소생 불가능한 죽은 가지를 쳐내는 때이기도 하다. 또 풍성한 결실을 위해 과감히 곁가지를 잘라내기도 한다. 

 

집안 청소를 마무리하고 밖으로 나가보니 남편은 등나무 가지치기를 끝내고 부러진 나무를 베어내느라 손길이 바쁘다. 텃밭엔 추운 겨울을 어찌 났는지 파릇파릇한 뭔가가 땅을 비집고 삐쭉삐쭉 솟아있었다.

 

 지난 해 태풍에 무참히 허리가 꺽인 대추나무를 감고 올라가던 능소화를 자르고 있는 남편
지난 해 태풍에 무참히 허리가 꺽인 대추나무를 감고 올라가던 능소화를 자르고 있는 남편김정애
지난 해 태풍에 무참히 허리가 꺽인 대추나무를 감고 올라가던 능소화를 자르고 있는 남편 ⓒ 김정애

 

 작년에 필자가 뿌린 무 밭에 싹이 나온 모습
작년에 필자가 뿌린 무 밭에 싹이 나온 모습김정애
작년에 필자가 뿌린 무 밭에 싹이 나온 모습 ⓒ 김정애

작년엔 어머님께서 지켜보시는 가운데 가르쳐 주시는 대로 밭 파기부터 씨앗뿌리기 그리고 필자가 손수 심은 무와 콩을 수확하는 기쁨을 맛보아서인지 다른 때완 달리 텃밭에 마음이 쓰이고 애착이 느껴진다. 아마도 흙과 더불어 사는 농군의 마음이 이러하지 않을까 싶다.

 

해마다 주말농장을 경작하는 이웃에서 직접 가꾼 무공해 상추라며 먹어보라고 가지고 올 때면 은근히 부러웠는데…. 비록 어머님 소유이긴 하지만 우리에게도 주말농장과 같은 텃밭이 생긴 것이다. 올핸 작년 경험을 토대로 어머니 도움 없이 김장농사도 멋드러지게 지어 볼 생각이다. 그리고 그 동안 얻어먹기만 했던 이웃과도 나눠먹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작은 설렘이 인다.

 

빨랫줄에 널려 봄볕에 뽀송뽀송하게 마른 빨래를 걷어 가지런히 정리를 해 놓고 나니 "어멈도 왔어~?" 하시며 대문을 들어서시던 어머닌 집 안팎이 깨끗이 치워진 것을 보시고는 애들 썼다며 흐뭇해 하셨다. 평소 안 하던 일을 해서인지 몸은 고된 듯 했지만 구석구석 묵은 먼지를 닦아내고 어머니을 기쁘게 해 드렸다는 생각에 기분은 상쾌했다.

2008.03.28 14:01ⓒ 2008 OhmyNews
#텃밭 #봄맞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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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저는 글쓰기를 좋아하는 52세 주부입니다. 아직은 다듬어진 글이 아니라 여러분께 내놓기가 쑥스럽지만 좀 더 갈고 닦아 독자들의 가슴에 스며들 수 있는 혼이 담긴 글을 쓰고 싶습니다. 특히 사는이야기나 인물 여행정보에 대한 글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이곳에서 많을 것을 배울 수 있길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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