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큰누나 같은 얼굴
이승철
목련꽃 아래 서면 어디선가 들려올 것 같은 노래, 가수 양희은씨가 노랫말을 지어 부른 노래다. “그대 떠난 봄처럼 다시 목련은 피어나고, 아픈 가슴 빈자라엔 하얀 목련이 진다” 아직 스산한 바람결에 흔들리는 꽃잎 앞에 서보라, 하얀 목련은 그리움이 소록소록 돋아나게 하는 꽃이다.
30일 오후, 서울 성동구 사근동 산동네 골목길 가난한 지붕 위에 살구꽃이 흐드러졌다. 언덕 비탈에서 늘어진 가지가 다닥다닥 가난한 지붕들이 맞붙은 위로 꽃을 피운 것이다. 마을의 모습처럼 가난해보이지만 너무 초라하지 않고 너무 화려하지도 않은 꽃.
그래서 살구꽃은 고향 같은 꽃이다. 연분홍 꽃 색깔과 소박한 모양이 고향을 떠올리기에 알맞은 꽃이 바로 살구꽃인 것이다. 살구꽃은 홍매화나 복숭아꽃처럼 꽃술이 붉어 화려하지도 않고, 배꽃이나 하얀 매화처럼 너무 하얗지도 않아 화려함이나 고고함과는 거리가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