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투정하는 아이에게 글밥 먹이세요

[이럴 때 이런 책] 봄입니다, 농사 그림책이 제철이지요

등록 2008.04.06 18:07수정 2008.04.06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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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된장 담그는 이야기며 볍씨 상자 만드는 과정까지 세세하게 우리 농촌의 일년 풍경을 담은 그림책 입니다.

된장 담그는 이야기며 볍씨 상자 만드는 과정까지 세세하게 우리 농촌의 일년 풍경을 담은 그림책 입니다. ⓒ 소나무

된장 담그는 이야기며 볍씨 상자 만드는 과정까지 세세하게 우리 농촌의 일년 풍경을 담은 그림책 입니다. ⓒ 소나무

봄비 다녀가신 농촌에는 갈아엎어둔 밭이 뽀얀 속살을 드러낸 채 새 씨앗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집 근처 춘천 서면의 배추밭이며 복숭아 과수원 근처를 지나칠 때 일입니다. 휑허니 아무것도 자라지 않은 너른 빈 밭을 보더니 쿠하는 "저기는 뭐하는 데야?"하고 묻습니다. 아이 걸음으로는 5분도 넘게 걸어야 할 넓은 땅에 흙밖에 없으니 꽤나 궁금했던 모양입니다.

 

"이제 곧 저 땅에 새싹이 나고, 봄내 우리가 먹을 채소가 자란단다"고 설명해 주고는 엄마도 사실은 손으로 배운 적 없고 글자로만 아는 농사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쿠하가 먹는 밥을 만들려면 지금부터 가을까지 농부가 허리 숙여 일하며 땀을 흘려야 하고, 쿠하가 맹물에 한 번 흔들어 먹는 배추 김치나 요즘 자주 먹는 시금치 나물도 다 저 밭에서 자라는 거야."

 

딱 지금이 제철, 맛있는 농사 그림책

 

돌아오는 길, 쿠하는 할머니가 가르쳐준 노래 "삼천리 강산에 새 봄이 왔구나, 농부는 밭을 갈고 씨를 뿌린다~"를 질리지도 않는지 대여섯 차례나 부르며 왔습니다.

  

농사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은 요즘처럼 산과 들에 연록빛 새순이 돋는 계절에, 또 가을걷이 한창인 추석 무렵에 잊지 않고 읽어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밥투정을 하다가도 할머니가 "삼천리 강산에~"를 부르면서 "농부가 힘들게 만든 쌀밥을 남기면 안 된다"고 하시면 기어이 밥그릇 긁는 소리가 날 때까지 다 먹게 된 데는 농사 그림책도 한 몫 거들었습니다.

 

[할머니 농사일기] 우리 할머니가 들려주는 것 같은 글밥

 

a  구수한 할머니의 말씀으로 그려진 <할머니 농사일기>

구수한 할머니의 말씀으로 그려진 <할머니 농사일기> ⓒ 소나무

구수한 할머니의 말씀으로 그려진 <할머니 농사일기> ⓒ 소나무

2월 25일은 일흔한 살의 김용학 할머니가 잘 띄운 메주로 된장을 담그는 날입니다. 장맛을 지켜주라고 빨간 고추와 검정 숯도 넣어둡니다.

 

3월 5일, '겨울잠 자던 개구리도 깜짝 놀라 일어나는' 경칩에 할아버지가 밭을 가는 장면이 나옵니다.

 

다랑이논에서 현대식 농기계 대신 소가 쟁기를 끌고 밭을 가는 오래된 농사 방법이지요.

 

동물 그림책이나 고기로 팔기 위해 축사에서 키우는 한우를 본 적은 있지만 소(쿠하는 'ㅅ'발음이 안돼서 '호'라고 부릅니다)가 밭에서 쟁기를 끄는 모습은 이 책에서 처음 봅니다.

 

볍씨 상자를 만들고, "오동꽃이 필 때가 모 심기 제일 좋은 때여"라며 벼농사 과정을 알려주는 이 책. 가을에 빨간 고추를 따서 김장 준비를 하고, 낫으로 콩대를 베고 추수를 하는 장면들도 시절에 맞게 등장합니다.

 

"아침저녁으로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들리면 자식들하고 손자들 생각나서 추석이 언젠가 하고 달력을 자꾸 쳐다보게 돼."

 

우리네 할머니가 전화기 건너편에서 직접 말씀하시는 것 같은 자연스럽고 구수한 말투가 그대로 전해지는 글밥은 읽어주는 엄마에게도, 고흥할머니를 보고 싶어하는 쿠하에게도 시골에서 혼자 지내시는 할머니를 떠올리게 합니다.  

 

[달구지를 끌고] 미국 달구지는 무얼 싣고 달릴까요?

 

a  오래전 미국 농촌의 일상을 볼 수 있는 예쁜 책.

오래전 미국 농촌의 일상을 볼 수 있는 예쁜 책. ⓒ 비룡소

오래전 미국 농촌의 일상을 볼 수 있는 예쁜 책. ⓒ 비룡소
시골 풍경은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모두 정겹기 마련인가 봅니다. 미국 뉴잉글랜드 지방의 19세기 농사 짓는 모습을 그린 이 책에는 1년 농사가 꼬박 담겨 있습니다.

 

10월이 되어 그동안 키운 농산물들을 달구지에 가득 싣는 모습. 농부가 깎은 양털, 아내가 짠 숄, 딸이 짠 장갑 등 온가족이 만든 농산물과 수공계품을 시장에 가서 팔고 가족들에게 필요한 물건으로 바꿔오는 모습. 그리고 또 농가의 한 해가 시작되지요.

 

예쁜 그림으로 백 년도 전에 살던 미국 농부의 생활을 엿볼 수 있습니다.

 

[바빠요 바빠] 유기농법으로 농사짓는 공동체, 가을엔 바쁘죠

 

a  산골 마을의 가을 걷이가 이태수의 세밀화에 담겨있다.

산골 마을의 가을 걷이가 이태수의 세밀화에 담겨있다. ⓒ 보리

산골 마을의 가을 걷이가 이태수의 세밀화에 담겨있다. ⓒ 보리
변산반도에서 유기농법으로 땅과 밥상을 함께 살리는 윤구병 선생님이 글을 쓰고, 세밀화로 유명한 이태수 선생님이 그림을 그린 <바빠요 바빠>는 사계절 연작 가운데 가을 편입니다. (쿠하는 여름 편 <심심해서 그랬어>를 제일 좋아하는데, 아마도 집에서 혼자 놀던 아이가 제 모습과 닮아서 그런 건 아닐까 싶은 엄마의 짐작이 맞는 것 같습니다.)  

 

대학에서 철학교수로 학생들을 만나다가 유기농 공동체를 만들어 일하면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도 공을 들이는 윤구병 선생님의 그림책에는 우리 농촌 풍경과 정서와 사람들의 표정이 살갑게 담겨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옥수수를 말리고, 할머니는 참깨를 터느라 바쁜 가을 날의 일상이 정겹게 그려져 있어 우리 농촌과 농사 이야기를 함께 나누기에 좋은 책입니다.

#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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