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의 가을, 마른 낙엽과 짙은 녹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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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 께우에서 제일 먼저 나를 맞는 것은 하늘 끝까지 닿을 듯 수직으로 곧게 뻗은 나무들이다. 다른 사원들에서는 건물의 화려함에 가려 가장 나중에 보였던 숲이 이곳에서는 먼저 보이고, 그 안에 따 께우가 당당하게 앉아 있다. 짙은 숲 속에서 나뭇잎들이 우수수 떨어지며 바튼 기침소리를 낸다.
나무 끝은 아직도 창창한 녹음인데, 그 푸르름을 이탈해야만 하는 건기의 마른 낙엽들이 애처롭다. 좀처럼 사원 안으로 들지 못하고 한참을 숲 속에서 서성이다 머리가 일곱 개인 나가를 만나 아는 척을 한다. 지혜의 화신으로 이곳에 널려 있음에도 뱀에 대한 편견 때문에 좀처럼 친해질 수가 없다.
숲을 한참 돌아, 아직 복원되지 않아 위태로워 보이는 동문 계단으로 뛰어올라 사원 안으로 들어간다. 제자리를 찾지 못한 돌덩이들이 여기저기 쌓여 있다. 하루빨리 제자리를 찾아 본래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길 바라본다. 저마다 독특한 모습으로 섬세하게 조각된 다른 사원들과는 달리 따 께우는 한 점의 조각도 없이 미완인 채로 남아있는데, 아마도 몽골의 침입으로 공사 도중 중단된 것이 아닐까 하고 추정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