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9월 14일자 YTN 돌발영상 <호통+허무' 개그>의 한 장면
YTN 돌발영상 갈무리
그 당시의 돌발영상을 보면, 정몽준 의원의 앉은 자세도 유심히 보게 될 것이다. 꼬아앉은 자세에 옆의 의자에 팔을 턱하니 걸친 포즈도 단연 압권이다. 그런 자세에서 '너'라느니 '이 자식들'이라느니 하는 막말을, 취재기자들이 지켜보는 상황에서 작렬시킨 것이다. 이 동영상은 YTN 홈페이지(
http://www.ytn.co.kr/_ln/030201_200609141527557893)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치'라는 것을 의식하면서 사회생활을 한다. 제각기 성장배경과 환경이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뒤섞여 사는 틈에서 서로를 위한 배려 채원에서, 혹은 내가 다치지 않기 위해서 '눈치'를 의식하며 말과 행동을 조심하곤 한다. 이 '눈치'에는 순간적으로 화가 나더라도 상황과 장소를 따져가면서 그 화를 드러내지 않는 행위도 포함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국정감사장에는 정몽준 의원의 동료 국회의원들도 있으며, 이 현장을 얼마든지 보도할 수 있는 기자들도 다수 존재했다.
하지만, 그런 상황임에도 자신의 의문에 뚜렷하게 답변하는 의원이 없다는 이유로, "여야 간사의 합의 아래 국정감사 일정을 바꿨다"는 것을 알면서도 수석전문위원을 향해 '너'나 '당신'이라는 모욕적인 호칭을 사용했으며, '이 자식들'이라는 극언까지 남겼다.
직급상 아랫사람이라도 '너'라느니 '당신'이라느니 '이 자식들'이라느니 하는 모욕적인 호칭을 사용해도 된다는 발상은 어디에서도 인정받을 수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정몽준 의원은 국정감사장을 '공포 분위기'로 만들어가며 극언을 아끼지 않은 것이다.
정몽준 후보의 한계는 '도련님'의 한계정몽준 후보는 파문이 커지자, MBC 경영센터를 방문해 정관웅 보도제작국장과 윤능호 기획취재팀장, 피해자인 김아무개 기자 등과 만난 자리에서 "사과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했다고 한다.
폭행 사건이나 성추행 사건을 저질러도 처벌은 고사하고 시원하게 사과 한번 한 의원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나름대로는 용기있는 선택을 한 것이다.
물론, 총선 직전이라는 점에서 파문이 더 커지기 전에 직접 진화할 필요성을 느꼈을 수도 있으며, 오히려 이를 계기로 보수 성향의 유권자로 하여금 '솔직하다'는 호감을 줄 수도 있다는 점을 의식했을수도 있다.
그리고, 상대 후보인 정동영 통합민주당 후보가 MBC 아나운서 출신이기에, 이 이슈가 장기화되면 오히려 MBC에 악재가 될 여지도 있다는 점에서 '사과'를 재빨리 하는 것이 오히려 역으로 유리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몽준 후보는 다름아닌 잠재적인 여당의 당권주자이자 차기 대권을 노리는 정치인으로서 보다 심층적으로 지켜볼 이유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그 유명한 2002 대선에서의 '지지 철회' 파문이나 국정감사장에서의 극언 등을 동시에 고려한다면, 정몽준 후보는 자신의 요구가 충족되지 않거나 마땅치 않을 경우 분노를 절제하지 못해 이해할 수 없는 발언과 행동을 남길 수도 있다는 인상을 준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물질적으로 풍족한 환경에서 수많은 아랫사람들을 거느리면서 살아온 '도련님'의 부정적인 단면이다.
'이명박'과 '정몽준'으로 돌아보는 '한나라당의 세상'이명박 대통령은, 흔히 말하는 '개천에서 용이 나온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성장배경과 삶의 흔적을 안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가난한 서민들에 대한 관점 자체가 "난 이렇게 성공했는데 너희들은 왜 안되냐. 그건 너희들이 무능하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작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지 않고서야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나 '금산분리 폐지'와 같은 서민죽이기 정책을 집중적으로 제시할 수는 없다. "너희들의 가난은 너희들의 무능 때문. 그 무능 때문에 국가가 손해를 보거나 적자를 감당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드러나는 정책이다.
그런 반면에, '포스트 이명박'을 노리고 있을 정몽준 후보는 YTN 돌발영상과 성희롱 파문에서도 드러나고 있듯이, '도련님'의 한계를 명확히 드러낸 것이다.
'개천에서 일어난 용'이 5년간 1%를 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초석을 다져놓으면, 특정기업의 오너이기도 한 '도련님'이 그 뒤를 이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 사소해보이는 발언과 행동도 주목할 수 밖에 없다. 유력정치인의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그런 이들이 '대통령'이자 '잠재 차기대선주자'로 활약하고 있는 정당과 정권이 만들어갈 세상은 과연 어떤 세상일까? 1% 특권층을 위해 쏟아지는 정책들은 결국 우연이 아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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