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검과 삶운명은 그대 손에 있다! 남한에서 북한군에게 뿌린 삐라.
강기희
삐라의 추억을 되살려내는 '추억의 박물관'그래서일까. 그 아픈 역사를 간직한 삐라가 추억의 대상이 되었단다. 강원도 정선아리랑학교에서 운영하는 '추억의 박물관'에서 개관 3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작지만 의미있는 기획전을 마련했는데 '삐라의 추억'이 바로 그것이다.
전시는 지난 4월 5일부터 시작되었다. 이번에 전시된 삐라는 100여장. 6월 30일까지 매달 전시된 삐라를 교체한단다. 삐라를 한 번에 전시하지 못하는 것은 전시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추억의 박물관은 각종 자료를 상설 전시를 하고 있어 공간을 찾기 힘들었다고 한다.
전시된 삐라는 오래전 보았음 직한 것들도 있지만, 처음 보는 것들도 많다. 북한에서 남한으로 보낸 삐라도 있고, 연합군이나 남한에서 북한으로 보낸 삐라도 있다. 삐라만 보아도 당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사료적인 가치도 높다.
전시 코너에는 '중공군에게 뿌린 삐라'와 '북한으로 보낸 삐라',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서 뿌린 삐라', '연합군이 뿌린 삐라', '대통령 비방 삐라', '팀스피리트 훈련 중에 미군이 뿌린 삐라', '광복의 기쁨이 적힌 전단' 등이 시기와 사안별·종류별로 전시되어 있다.
전시된 삐라는 '삐라가 이렇게 다양할 수도 있을까' 싶을 정도로 소재와 내용이 다양하다. 감성을 자극하는 내용도 있고, 눈물을 쏟게 만드는 그림과 문구도 있다. 삐라에 적힌 달콤한 손길은 그 유혹을 거부하기도 힘들어 보인다. 정치적인 삐라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5공 세력이 되살아난다'라는 카툰도 있다.
삐라의 변천사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전시된 삐라는 광복 후부터 한국전쟁, 1960년대와 70년대, 가장 최근의 것은 김영삼 대통령을 비방한 삐라까지 있다. 아직도 공개하지 않은 삐라를 감안한다면, 삐라가 교체 전시되는 다음 달이 기다려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