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의 벛꽃,
윤재훈
2008년 4월 6일 한강에는…. 꽃들이 화사하게 만개한 한강변에 봄꽃처럼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간이 매점마다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솜사탕을 파는 아저씨, 아이스크림을 파는 아줌마. 동업을 하는지 아저씨 두 사람은 호두과자를 파느라 정신이 없었다.
번데기, 옥수수, 뻥튀기 파는 사람들, 늙수그레한 커피장수 아줌마, 액세서리와 문어빵를 파는 아줌마와 아저씨는 사이좋게 붙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에 재미가 들렸다.
봄날 세상은 살아 있었고 마실 나온 꿀벌마냥 생존경쟁은 치열했다. 종이박스를 찢어 바람을 막고 열심히 달고나를 젓고 있는 아줌마, 아이들은 그 추억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히 지나간다. 그곳에는 어린날의 추억이 아지랑이 처럼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설탕과 소다만 합하며 적당히 부풀어 올라 우리들의 유년을 달래주던 그 추억의 먹거리, 어른들도 다 잊었는지 무심히 지나가고, 젖고 있는 아줌마의 손만 봄꽃 아래 하릴 없다. 그 옛날 나는 바늘이나 성냥개비에 침을 발라 그 목부분을 열심히 문질러 많이도 다시 타먹었는데.
모처럼 한강변에 나오니 이 많은 사람들 숲속에는 옛추억들이 새록새록 숨어들 있었다. 어디선가 풍겨오는 샌드위치, 핫도그 냄새 아이들의 배고픔을 더욱 유혹하는지 어린 딸애가 자꾸 조른다.
횡단보도를 건너 길 가운데에 선다. 양편으로는 차들이 쌩쌩 달려 더욱 주눅이 들게 만든다. 도로 한가운데 위태로이 만들어진 삼각주, 주객이 바뀌어버린 도로 위에서 사람들의 모습만 더욱 왜소해 진다.
그곳에 정박해 있는 쬐그만 트럭 하나. 외국인인지, 말을 못하는지, 사내 하나 연신 호떡만 밀고 있었다. 하나 둘 손님들이 모여들면 그는 호떡만 팔 뿐 단 한 마디 말도 하지 않고 손짓만 한다. 쌩쌩 달리는 대형 트럭들 속에 그의 차는 겨울나무에 걸린 연처럼 흔들거린다. 계속해서 차량의 행렬은 거대한 황하의 물결처럼 쓸려 내려갔다.
도로 여기저기 쓰레기가 막 뒹귄다. 간이매점 곁에는 더욱 심하다. 우리의 산천은 어디를 가나 쓰레기를 버리는 어른들이 뒹구는 쓰레기마냥 많다. 양심도 저버린 채 슬쩍 버리가나, 어디 모퉁이에 쑤셔박고고 모르는 척 사라져 버린다. 자기들 차에 버리면 더러워져서 안 된단다.
누군가가 아이의 손을 잡고 가면서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고 한다. 옆에서는 누군가가 또 실컷 배를 채우고 먹던 것을 버리고 간다. 그 등 뒤에다가 대고 “자기가 먹은 것도 치우지 못하는 사람은 먹을 자격도 없다”라고 해주고 싶었다. 그것 때문에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모두 눈살을 찌푸릴 것 아닌가.
어른이란 무엇인가? 체구만 커지면 어른인가. 그것은 아니다. 정신까지 같이 성숙해야 어른이 아닌가. 몸만 비대해지고, 세상의 좋은 것은 다 골라서 먹으면서, 정신은 유아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등치만 큰 미숙아, 바보들.
꽃 터널 속에서는 새들이 즐겁게 노래 부르고, 강변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나와 이 공해 속에서도 봄볕을 즐기고 있었다. 서울 사람들은 아마 잘 느끼지 못하는 것 같은데 시골에서 온 사람은 이 탁함을 금방 알겠다. 걷는 사람, 인라인을 타거나, 자전거 타는 사람. 낚시꾼 몇은 한강과 대좌하고 앉아 팽팽한 긴장을 유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