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종호 교수가 보내온 문자메시지
김병기
한나라당의 압승이 확실시되던 9일 저녁 9시경, 기자의 핸드폰에 뜬 문자이다. 전날 전화 통화를 할 때만도 "심호흡을 하고 준비 중"이라며 "내일이 지나면 무슨 난리가 날지 몰라 마음 단단히 먹고 있다"고 벼르던 홍종호 한양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가 개표방송을 지켜보다가 날린 메시지다.
전화를 끊은 뒤 <KBS> 개표현황 사이트에서 확인해 보니 실제로 그랬다.
서울 은평 을 - 9시6분 현재 (33.9% 개표율) 한나라당 이재오 40.5% : 창조한국당 문국현 52.5% 당선 확실시부산 금정구 - 9시7분 현재 (90.9% 개표율) 무소속 김세연 65.8% 당선 확실시 : 한나라당 박승환 26.5% 낙선 확실시경기 용인수지 - 9시8분 현재(93.1% 개표율) 무소속 한선교 43.2% 당선 확실시 : 한나라당 윤건영 37.3%이재오 의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대운하 전도사'다. 인수위의 한반도대운하 태스크포스(TF)팀의 상임 고문을 맡았고, 지난해 추석 연휴 때 자전거를 타고 한강과 낙동강 탐방 길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이 의원을 따라 완주했던 인물은 박승환, 윤건영 의원이었다. 박 의원은 한반도대운하 추진단장도 맡았다.
'운하 3총사'라고 할 수 있는 이들은 결국 낙선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과반수를 획득했다. 따라서 지난 1년반동안 각종 토론회에 나가 "한반도대운하는 국운파탄 프로젝트"라고 강조해 온 홍 교수뿐만 아니라 학계와 시민사회단체 인사들은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여론수렴? 일방적 홍보 그칠 것" 이들은 우선 이명박 정부의 운하 추진 가능성을 100%로 봤다. 하지만 전방위적인 반대여론에 부딪쳐 "준공은 하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들은 또 정부와 여당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운하 추진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일방적 홍보'에 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운하 추진에 앞서 철저한 사전 검증과 국민 여론 수렴 작업이 진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한반도대운하건설을 반대하는 서울대 교수모임 공동대표)는 "지금까지 해왔던 행태를 보면 정부가 운하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불도저로 밀듯이 착공을 할 수 있을지 몰라도 거대한 반대에 부딪쳐 완공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진섭 생태지평 부소장은 "지난 대선 직후에도 그러했듯이 총선에서의 승리를 운하 여론 청취 정도로 생각할 수도 있다"면서도 "하지만 정부도 국민의 여론 수렴을 공언했고, 한나라당도 운하를 총선 공약에서 뺐기 때문에 이같은 논리로 국민을 설득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병옥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정부는 겉으로는 여론을 수렴한다고 하는데 물밑 흐름을 보면 내년 4월 착공을 기정사실화한 채 민간 부문을 원격조정하면서 100% 추진하려고 할 것"이라며 "여론수렴과 추진을 동시 병행하겠다는 것은 국민을 들러리로 세우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우려했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4월 말이나 5월초에 민간 사업자들이 민자사업신청을 내고 5월 말경에 사업자가 선정되면 실시설계에 들어갈지도 모른다"면서 "실제 공사를 한다면 자기 마을에 15-30m 높이의 콘크리트 댐이 만들어지고, 제방이 높아지고, 한강과 낙동강이 준설로 인해 흙탕물로 변하는 것을 주민들이 목격하면 반대여론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박진섭 생태지평 부소장, 홍종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안병옥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등은 그동안 각종 토론회와 강연 등을 통해 '운하 반대' 활동에 전념해 온 인사들이다. 이들 5인으로부터 한나라당의 승리로 나타난 총선, 그후 '대운하'의 향방에 대한 전망 등을 들어봤다. 다음은 그들과의 전화인터뷰 요약이다.
[홍종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총선결과로 밀어붙이려 하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