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은 30일만 있어라?... 비자 대란 '중국'

비자 연장 까다로워진 중국... 올림픽 앞두고 악재로 작용

등록 2008.04.18 21:31수정 2008.04.18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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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 공항 2청사 외국인 입국 심사장. 비자 발급이 경색되어 접근이 만만치 않다

베이징 공항 2청사 외국인 입국 심사장. 비자 발급이 경색되어 접근이 만만치 않다 ⓒ 조창완


"이건 숫제 다 나가라는 얘기다. 영세한 가게를 꾸리는 이들은 비자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이제 나갈 수밖에 없다" (베이징 자영업자)

"연말부터는 미국은 무비자가 된다는데 중국은 갈수록 까다로워진다. 이제 중국 가기가 미국보다 어려울 것 같다" (중국 상시 방문자)

중국 속 한인 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바로 비자 문제 때문.

3월 28일 중국은 기존 다양한 비자 체계를 30일 단수발급으로 단일화했다. 기존에 중국 비자는 1년 동안 여러 번 중국을 방문할 수 있는 'F멀티'를 비롯해 6개월 단수 등 다양한 종류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사업자 비자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30일 체류'만 가능해졌으며 이제 중국을 방문하려면 매번 비자를 받아야 한다.

이번 조치가 언제까지 시행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8월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티베트 사태 재발 등을 염려한 일시적인 조치라는 설이 유력하지만 이로 인해 외국인들의 중국 방문이 불편해진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비자 정책 변경은 중국 체류 한국인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직 '30일 단수비자', 중국은 비자 대란

중국 내 한국인은 지난 해 70만 명을 넘어 올해 1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그 수가 대폭 감소할 전망이다. 박재영 주중한국인회 사무총장은 "이번 조치로 30% 정도의 한국인들이 곤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공안당국을 면담했는데, 올림픽을 앞두고 원칙에 따라 적용한다고 말해 별 다른 대응 방식을 찾기 어렵다"고 밝혔다.


주중한국인회는 30%라고 밝혔지만 실제로 사업용 비자인 'Z비자'나 학생 비자인 'X비자'를  갖고 있는 정식 체류자격자는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는 게 통설이다. 그 비자들이 없어도 장기 거주할 방법이 많았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는 장기체류비자가 없어도 중국의 각 도시에 있는 비자회사를 통해 중국 내에서도 1년까지 연장이 가능했다. 때문에 장기체류비자 없이도 중국에 오래 머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조치로 장기체류비자를 받지 않은 사람들은 한 달에 한 번씩 한국이나 홍콩에 나와 비자를 다시 발급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미 중국 거주 한국인들의 비자 대란은 시작됐다. 현지 교민들은 다양한 방편으로 비자를 연장하려고 하지만 대부분 포기하고 귀국하는 형편이다. 또 지금 귀국한다고 해도 한달 체류 비자밖에 받을 수 없어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다시 들어가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학생들도 비자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학생 비자인 X비자가 아니라 여행 비자인 'L비자', 방문 비자인 'F비자'를 받은 학생들도 상당수이기 때문. 혹시나 해서 출입국관리소에 비자 연장을 신청해 보지만 연장을 거부하고 있어 귀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존에는 비자 기간을 넘길 경우 하루 500위안(약 7만원), 최대 5000위안의 벌금을 내야 했다. 최근에는 장기간 불법체류시 구류까지 하는 경우가 있어 함부로 체류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이 여파로 중국 내 비자 연장도 쉽지 않아졌다. 기존에는 베이징 출입국사무소에서 160위안이면 비자 연장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10배 이상의 돈이 드는 일도 허다하다. 이에 칭다오 등 다른 지역 출입국사무소에 비자 연장을 신청하기도 하지만, 이나마도 7월 1일 이전까지만 연장이 가능하다.

비자 연장해도 숙박허가 어려워... 관광비자도 '빡빡'

a  중국의 비자 정책 변경으로 한국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베이징의 코리아타운인 왕징신청.

중국의 비자 정책 변경으로 한국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진은 베이징의 코리아타운인 왕징신청. ⓒ 조창완



문제는 이렇게 비자를 연장해도 중국 내 거주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외국인이 베이징 등 중국에 체류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에 도착한 후 24시간 안에 파출소에 숙박등기를 해야 한다. 최근에는 정식 호텔을 제외하고는 합법적으로 숙박허가를 받기 힘든 실정이다.

이에 따라 현지 사업자들은 급하게 사업 비자인 'Z비자'를 만드려 하고 있지만 이것도 조건이 까다로워져 쉽지 않은 상태다. 부인이 중국 사람이어서 다행히 이번 문제를 피해갔다는 문창주씨는 "이번 조치로 영세한 자영업자들이 모두 사업 비자 만들기에 혈안이 돼 있는데, 이도 쉽지 않아 대부분 쫓겨날 판"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는 투자회사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한 회사에서 여러 명까지 Z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투자액에 따라 비자를 내주는 인원이 달라 많은 회사가 곤란을 겪고 있다. 기존에 일하던 직원들도 연장이 불가능해 한 달에 한 번씩 한국을 다녀와야 하는 처지가 됐다.

중국 안에서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중국 비자 문제는 점입가경이다. 지난 3월 단수 비자 체제 전환에 이어, 4월 14일부터 한국인이 중국 비자를 받으려면 항공권 자료는 물론이고 호텔 예약 자료를 넣어야만 개인 방문 비자를 받을 수 있다.

관광객의 경우 단체 비자를 받을 수 있는데 이 경우 단체와 함께 출입국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어 있다. 자유로운 중국 배낭 여행이나 개인 여행이 쉽지 않아진 것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한국 정부가 기대하고 있는 올림픽 기간 내 무비자협정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에 뛰는 집값, 살던 사람도 나가라

어렵사리 장기체류비자를 받았다고 해도 거주 문제가 남아 있다.

최근 베이징스판(북경사범)대학 유학생들은 학교 측에서 이상한 통보를 받았다. 남은 학기와 상관없이 방학이 시작되는 7월 중에 기숙사를 비워 달라는 것. 이는 올림픽 기간 동안 기숙사를 숙소로 이용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교 학생인 류정우씨는 "이번 조치로 기숙사에 있는 친구들은 밖에 사는 친구들에게 짐을 맡겨야 하는 등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행히 이같은 조치는 다른 학교로까지 확대되진 않은 상태다.

이런 문제는 기숙사가 아닌 집을 빌려 사는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올림픽 때문에 호텔 렌탈료가 급등하면서 일반 주택의 렌탈료도 급등하고 있는 것. 때문에 집주인들은 계약 기간이 끝난 입주자들에게 터무니 없는 가격을 불러 나갈 수밖에 없게 만들고 있다. 또 계약 기간이 남은 입주자들에게도 갖은 이유를 들어 억지도 나가게 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대한 고발글이 유학생 커뮤니티에도 올라오고 있다.

최근 급등한 위안화 가치도 중국행을 가로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해까지만 해도 100위안에 13000원을 오르내렸지만 최근에는 최근에는 15000원을 넘어섰다. 지금 같은 추세로 봤을 때는 올해 안에 16000위안을 호가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유학생 등의 부담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현재 중국 현지의 외국인들은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태다. 또 이번 비자 정책 변경에 대해 해외 언론들은 "개방에 역행하는 조치"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시점에서 단행된 비자 정책 변경이 추후 어떤 결과를 낳을지 주목된다.
#중국비자 #한중관계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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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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