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막은 농림부에 퇴박당한 농민단체

[현장] 한농연-농림부 차관 약속된 만남, 끝내 '문전박대'

등록 2008.04.22 16:51수정 2008.04.22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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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열린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의 기자회견에서 고철희 부회장이 '농민'이라고 쓰인 스티로폼 망치로 '한미FTA', '쇠고기 협상'이라고 쓰인 나무 상자를 부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2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열린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의 기자회견에서 고철희 부회장이 '농민'이라고 쓰인 스티로폼 망치로 '한미FTA', '쇠고기 협상'이라고 쓰인 나무 상자를 부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선대식
22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열린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의 기자회견에서 고철희 부회장이 '농민'이라고 쓰인 스티로폼 망치로 '한미FTA', '쇠고기 협상'이라고 쓰인 나무 상자를 부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선대식

 

"무서우니까 문을 안 열어주나?"

 

비가 흩뿌리던 22일 오전 11시 반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방문객 안내소 앞에선 퇴박당한 농민단체 회원들의 격양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농림수산식품부와 경찰이 미국산 쇠고기 개방과 관련, 면담 약속을 깨고 농민들을 청사 내로 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농민단체 회원들은 30여분 비를 맞으며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지만 허사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미국산 쇠고기 개방과 관련해 "축산 농가를 설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 말이 무색하게 됐다.

 

전날(21일) 알맹이 없는 축산 농가 대책으로 "축산 농가의 의견을 들었느냐"며 한소리 들은 농림부가 "이젠 아예 농민들과의 대화를 피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농민단체 "대통령의 '쇠고기 발언'은 농민의 피·땀·눈물을 담보로 하는 것"

 

이날 오전 11시께 박의규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 회장과 이 단체의 임원, 시·도연합회장 등 회원 20여명은 기자회견과 농림부 항의방문을 위해 정부과천청사에 닿았다.

 

박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낙농업자는 숫자가 적으니 괜찮고, 일반 시민들은 세계에서 제일 비싼 쇠고기 먹으니 값싸고 질 좋은 고기를 들여야 한다'고 했다"며 "그것은 농민들의 피·땀·눈물을 담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이명박 정부는 매년 1400명씩 자살하는 농민의 현실을 너무 모른다"며 "결코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승용 강원도농업경영인연합회 회장은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충분히 대책을 세우고 한미FTA를 한다고 했다"면서 "지금 미국산 쇠고기 개방하고 한미FTA 비준해 달라고 하는데, 이는 한우농가들이 한우 사육을 포기하게 할 것이다,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식 한농연 정책부회장은 성명서를 통해 "한미FTA를 막아내기 위해 350만 농민들은 미국산 쇠고기 협상 철회, 대정부 규탄 집회, 농성 등 강력한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고철희 부회장이 '농민'이라고 쓰인 스티로폼 망치로 '한미FTA', '쇠고기 협상'이라고 쓰인 나무 상자를 부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약속된 면담도 퇴박당한 농민단체 "투쟁하라는 것"

 

 비가 흩뿌리던 22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방문객 안내소 입구에서 박의규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 회장이 정학수 농림부 1차관과의 면담을 기다리고 있다. 결국 박 회장은 정 차관을 만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비가 흩뿌리던 22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방문객 안내소 입구에서 박의규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 회장이 정학수 농림부 1차관과의 면담을 기다리고 있다. 결국 박 회장은 정 차관을 만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선대식
비가 흩뿌리던 22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방문객 안내소 입구에서 박의규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 회장이 정학수 농림부 1차관과의 면담을 기다리고 있다. 결국 박 회장은 정 차관을 만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 선대식

 

이어 11시 30분께 한농연 회원 20여명은 약속된 정학수 농림부 1차관 면담을 위해 정부과천청사 방문객 안내소로 향했다. 하지만 입구에는 경찰이 막아서고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다 못 들어간다, 5명만 들여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한농연 관계자가 "차관과 면담 약속이 돼있다, 왜 5명만 들어가야 하느냐? 규정이 있느냐? 불과 10명도 안 된다? 들여보내 달라"고 했지만, 경찰은 "관례상 그렇게 한다, 청사 앞에서 민주노총 노조원 1만 명이 집회하면, 모두 들여보내야 하느냐"고 반박했다.

 

한농연 회원들은 비를 맞으며 기다렸지만 경찰은 묵묵부답이었다. 박의규 회장이 "우리가 집회 용품을 가지고 들어가 농성하려는 게 아니다, 자연스럽게 약속된 면담을 하는 것"이라며 "전 정권의 박홍수 농림부 장관 때는 30명도 들어간 적 있다"고 말했지만 경찰을 움직일 수 없었다.

 

이어 한농연 회원들 사이에서 "겁이 나고 무서우니까 우리 안 들여보내는 것 아니냐", "차관이 오라 그랬는데, 경찰이 왜 막느냐", "장관 퇴진 운동을 해야 한다"는 말이 터져 나왔다. 대치가 30여분 지속됐지만, 정부과천청사 문은 열리지 않았고, 한농연 회원들은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박의규 회장이 정학수 차관에게 전화를 했지만 "농림부에서 요청해도 경비는 경찰과 경비대의 책임이라…"는 답만 들었다. 그는 "이런 자연스러운 만남도 안 되는데 이후 비중 있는 얘기를 어떻게 하겠느냐"며 상기된 표정으로 말을 전했다.

 

"농림부와 농민들이 대화하면 서로의 입장을 들을 수 있고, 애로 사항도 공유할 수 있는데, 이제 신뢰가 깨졌다. 만나주는 게 애정을 보이는 건데, 차관이 경찰을 설득시키는 걸 못하겠다는 것은 우리가 투쟁할 수 있는 명분을 준 것이다,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다."

 

농림부-경찰, 서로 네 탓

 

한편, 농림부 운영지원과 관계자는 "한농연에서도 처음에 5명만 들어온다고 했다가 계속 사람수가 늘어났다"면서도 "한농연은 자주 만나기 때문에 우리는 20명 상관도 없는데, 기자회견을 한 후라 경찰이 경비 차원에서 막은 것 같다"며 경찰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이날 한농연 회원들의 청사 진입을 막았던 과천경찰서 관계자는 "농림부에서 5명으로 제한하라고 해서 막은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송기호 한농연 대외협력실장은 "처음에 5명이 들어가겠다고 약속한 적 없다"며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정권이 교체 되자마자 바뀌었기 때문에 농림부에서 할 말이 없어 만나주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8.04.22 16:51ⓒ 2008 OhmyNews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한농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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