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물된 양식장차라리 이곳에 들어서지 않앗다면 더욱 아름다웠을 해안.
정태현
정부가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라는 모토로 1980년대 적극 장려했던 넙치축양장이 부실경영과 저가의 중국산에 밀려 도산하면서 방치돼 동해안의 흉물로 변했지만 대책이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경북도에 따르면 동해안 해안도로 절경지에 어김없이 자리잡고 있는 넙치 양식장은 2007년말 기준 포항시에는 52개소(16.09ha), 경주시 8개소(1.61ha), 영덕군 19개소(2.2ha), 울진군 17개소(2.53ha), 울릉군은 1개소(0.2ha)가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고급 횟감의 대명사로 귀한 대접을 받았던 넙치가 저가의 중국산에 밀려 ㎏당 2만5000원에서 1만원 이하로 곤두박질하고 인건비·사료비 상승 등으로 채산성이 악화되면서 부도로 도산하는 양식장이 늘어나 폐업하는 경우도 수십 건에 달했다.
정부만 믿고 뛰어들어 빚더미에 오른 양식장은 수년째 관리가 안 돼 사육조를 덮고 있던 천막이 찢겨 바람에 펄럭거리거나 건물 외벽은 녹물로 벌겋게 물들어 폐허 그 자체로 남아 있다.
영덕군 병곡면에 있는 H 축양장은 동해안 절경이 한 눈에 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2002년 주인 K씨의 부도로 무단 방치되면서 인근 휴게소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은 동해안의 수려한 해안이 아니라 경북수산업의 암울한 단면을 바라보는 흉물로 전락됐다.
포항시 구룡포읍의 K축양장도 주인 K씨가 40억에 가까운 전 재산을 투자했지만 결국 계속되는 적자로 2001년 문을 닫았다. 하지만 그 후 방치된 건물은 고물상인들이 들락거리면서 건물의 일부를 절단해 더욱 흉해졌고 물이 가득 찬 양식수조는 안전에 위험을 초래할 지경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