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2008.04.24 17:17수정 2008.04.24 20:29
살림 몇 해 만에 재산을 몇 곱절 불렸다는 이야기가 신문 큰 자리를 채웁니다. 많은 이들이 이이를 취재하고 더 많은 이들이 이이 이야기를 읽습니다. 1억을 얼마 만에 버느냐 이야기를 하던 때는 아스라한 옛날입니다.
이제는 10억이나 100억을 이야기합니다. 서민이든 부자이든 권력자이든 '더 많이 거두어들이는 돈'에 눈길이 촘촘히 박힙니다. 우리 주머니에 넣고 자랑하는 돈이 어디를 거쳐서 왔는지, 누구 주머니에서 옮겨 왔는지 돌아보지 않습니다. 그런데 양아무개씨 재산은 말썽거리가 됩니다. 새 정부 사람들 재산도 말밥에 오릅니다. 그러면 지나간 정부 사람들 주머니는 어떠했을까요.
돈굴리기를 자랑하고 돈모으기를 소리 높이 외치는 가운데, 정작 이 사람들이 지난 세월에 누구와 무슨 일을 했는가는 도마에 오르지 않습니다. 책을 몇 권쯤 읽었고, 영화와 연극을 몇 편 보았고, 어떤 사람과 어떤 일을 해서 어떤 보람을 얻었는가는 밝히지 않습니다. 아마, 밝힐 만한 이야기가 없을지 모릅니다.
금리·주식·투자·자동차·외국여행·아파트 값 들에는 빠삭하지만, 우리 사는 동네에 어떤 이웃이 어느 곳에서 어떻게 지내는지에는 젬병입니다. 책 많이 읽을 사람도 책 지식에 묻혀서 세상 훌륭한 책을 펼쳐낸 사람들 속뜻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거나 곰삭이거나 나누는 데에는 어줍잖습니다.
- 76쪽
'계절노동자'로 도요타자동차 일꾼으로 들어간 사람이 남긴 일기가 <자동차 절망공장>(우리일터기획, 1995)이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때는 1973년.
일찍이 찰리 채플린은 〈모던 타임즈〉를 보여주었고, 2000년대 우리들은 통장에 찍히는 숫자를 높이는 톱니바퀴마냥 살아가면서도, 스스로 톱니로 구르고 있는 줄 모릅니다.
1억을 벌거나 10억을 벌었다고 "만세!"하고 외칩니다. 번 돈을 어디에 쓸 생각인지, 벌어들인 돈은 누구와 나눌 마음인지, 돈을 버는 동안 이웃과 동무하고는 어떤 사이로 지냈는지에는 눈길 한 번 기울이지 않습니다.
"나는 내 노동으로 자동차에서 중요한 기능을 하는 트랜스미션을 만들고 있는 것인데도, 이것에 의해 차가 움직이고 그 차 안에 인간이 타며 그 차가 달리는 앞뒤를 인간이 걷고 있는 등의 상상을 한 적이 없다. 오로지 이 한 대를 때맞춰 작업하여 다음에 오는 한 대를 맞이하기 위해서만, 오로지 늦지 않기 위해서만 손을 움직이고 있다 …… 기계적인 움직임을 강요당한 인간이며, 기계보다 싸고 대치하기가 쉬운 부품이며, 더 간단히 말하자면 한 번 쓰고 버리는 전지인 셈이다.(101쪽)"
연봉 5천을 받거나 연봉 1억을 받으면서 하는 일이란 무엇일까요. 재산을 100억으로 불린 다음에는 남은 자기 삶을 어떻게 보낼 생각일까요. 삼성그룹 이건희님한테 <자동차 절망공장>을 헌책방에서 2천 원에 사서 선물해 드리고 싶습니다.
덧붙이는 글 | - <시민사회신문>에 함께 싣는 글입니다.
- 인터넷방 <함께살기 http://hbooks.cyworld.com> 나들이를 하시면 책+헌책방+우리 말 이야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2008.04.24 17:17 | ⓒ 2008 OhmyNews |
|
자동차 절망공장
가마타 사토시 지음, 서혜영 옮김,
우리일터기획, 1995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