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삼보일배로 서울에 입성한 직후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는 수경스님과 문규현 신부(자료사진).
권우성
<한겨레> 객원논설위원인 이태수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교 교수가 22일 쓴 '반동의 시대를 사는 법'이란 제목의 칼럼은 이런 맥락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진정한 보수라면 가치면에서는 개인의 자유와 효율성, 시장을 신봉하면서도, 실천면에서는 도덕성과 투명성, 법치성을 갖추고 있지만, 현재 우리 사회의 주류는 천박한 보수, 사이비보수에 다름 아니다"고 보수회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진보의 철학과 정책이란 씨앗을 그 토양에 뿌리고 부지런히 소통이란 이름으로 땅을 갈아 나간다면 희망의 한국사는 새로운 기회를 안겨주지 않을 리 없다"고 했다. 그는 또한 "반동의 시기를 진보의 디딤돌로 삼은 수많은 역사가 있기에 이 반동의 시대를 즐길 수 있는 역설적 처세법이 지금 우리에겐 절실히 필요하다"고 답을 내렸다. 답이야 어떻든 일단 그는 보수위에 진보가 있음을 위안으로 삼았다.
지역의 대안매체들도 표류하는 진보활로 찾기에 나섰다. 그 중 <경남도민일보>의 '새로운 진보 찾기'에 대한 의제설정이 돋보인다. 25일 백두주 부산대 사회학과 연구교수를 통해 대안을 모색했다. 백 교수는 '진보의 새 길 찾기'란 제목의 칼럼에서 진보의 위기와 해법을 제시했다.
백두주 "진보진영, 생태적 가치 통해 물질주의에 맞서야"백 교수는 "국가권력·의회권력에 더해 지방권력까지 보수독점의 시대가 도래했다"며 "정치사회와 시민사회의 동시적 보수화는 진보세력의 성장토대를 더욱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고 전제했다.
또한 그는 "진보세력의 혁신이 없다면 보수세력에 의한 권력독점은 지속될 것이고, 보수와 진보의 불균형 현상도 심화될 것"이라며 "최근 진보진영에서는 '진보의 재구성'이 뜨거운 화두로 부상하고 있지만 낡고 닫힌 진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는 혁신의 방향과 내용을 제대로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대안 없는 진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진보진영은 생태적 가치를 통해 물질주의 및 경제적 가치에 맞서야 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선언적이고 당위적 수준을 넘어 모든 진보운동에 생태주의를 결합하려는 의식적 노력 없이는 진보운동은 자기모순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무분별한 개발논리와 분권을 스스로 훼손하는 자가당착에 빠진 보수진영에 맞서 진보진영이 대안세력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내부의 낡은 관행과 가치, 이념을 혁파하고 대중과 소통방식을 새롭게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자면 진보는 패배감과 절망감에 젖어있을 시간이 없다. 현실과 전망을 검토하고 비판하고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제 진보는 과거의 처세술이나 이기주의의 냄새만을 맡는 기존 습속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이른바 우파를 참칭하던 극우세력들의 글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던 진보논객들이 다시 일어서야 한다. 강건한 진보담론이 아쉬운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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