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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 달 전, 시골에 새끼 낳을 수 있는 어미 소가 네 마리 있는데(중간 소포함 5마리) 한 마리만 남기고 팔라고 한 적이 있었습니다. 무게와 소 상태에 따라 가격차이가 있겠지만 그 당시 어미 소 정도면 평균 300만원 정도에 팔 수 있었지요.
그래서 세 마리 팔면 쉽게 말해서 1000만원 정도가 생기니, 사료 값 대느라 힘들게 만날 마늘 까지 말고 그냥 그 돈 은행에 넣어 두었다가 살아생전 당신들께서 쓰시면서 좀 편하게 사시라 했습니다.
솔직히 계산상으로 따지면 사료 값이 너무 올라 키우면 키울수록 더 손해였습니다. 그리고 아버지도 연세가 들어 키우기도 힘들고, 또 조금 있으면 미국 산 쇠고기 들어와 소 값 떨어질 것이 뻔하니 세 마리 정도 빨리 팔라 했던 거지요.
하지만 아버지는 그냥 두라면서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그거 팔아서 그 돈 다 까먹고 나면 그 다음은 어떡허냐? 농사지어야 남는 것도 없는데, 그렇다고 니들도 먹고 살기 힘든데 매달 아버지 엄마 돈 줄 수도 없고. 그러니께 힘들어도 그냥 먹이는 수밖에 없어. 이거라도 있어야 새끼 내서 팔고, 그 돈으로 니들헌티 손 안 벌리고 살지.
요즘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인디, 아버지 엄마 보태주면 니들은 새끼들이랑 어떻게 사냐? 그러니께 그냥 내버려둬. 설마 미국 쇠고기 들어온다고혀도 나라에서 농민들 다 죽이기야 허겄냐?"
아버지는 당신들이 아무리 힘들어도 어떻게 하든 마늘 등을 까서 사료 값 대고, 그렇게 소 키워서 송아지 낳으면 그 송아지 판돈으로 용돈도 쓰고 병원도 가면서 자식들의 짐을 덜어주려 했던 겁니다.
그렇게 소에게 의지해 남은 삶을 살려 했습니다. 그게 당신들의 소박한 꿈이었습니다. 당신들 몸이 성할 때까지는 어떻게 하든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것, 그래서 자식들이 이 험한 세상에서 조금이나마 기 펴고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당신들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아버지와 엄마의 꿈, 이제는 정말 그냥 '꿈'이 되어버렸습니다.
이제 자식이 다 컸으니 힘든 삶 내려놓으시고 얼마 안 되지만 용돈 드릴 테니 그 돈으로 편하게 사시라 해도 '요즘 세상 얼마나 살기 힘든데' 하시며 자식들 한 푼이라도 아끼게 해서 자식들 살게 하려 했던 내 아버지와 어머니!
사료 값 올라 사실 남은 것이 없으면서도, 그래도 어떻게든 소 키워 송아지 낳으면 그것 팔아 당신들 생활비로 쓰면서 자식들 부담을 덜어주려 했던 내 아버지와 어머니, 얼마 안 되는 논이고 보니 농사지어야 남을 것 없는 현실에서 소 키우며 송아지 낳으면 넉넉하지는 않지만 그것으로 남은여생 생활에 보탬을 받으려 했던 내 아버지와 엄마의 꿈!
하지만 미국 산 쇠고기 수입으로 인해 한 순간에 날아갔습니다.
가뜩이나 사료 값이 올라 소 키우기가 버거운 상황에서, 기존 가격대인 170만원 정도 받아도 이윤이 남을까말까 하는 상황에서, 미국산 쇠고기 협상 소식이 들리자마자 50만원이나 떨어지고, 앞으로 더 떨어진다고 하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아버지는 막막하기만 합니다.
아버지는 전화통화에서 "어떡헌다니? 할 수 없지. 나라에서 농민들 팔아 기업들 살리려고 하는디, 농부들이 뭔 힘이 있겄냐?" 하시며,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세상에 대한 분노를 당신 가슴에 묻고 삭히십니다.
그렇게 여든을 앞두신 내 아버지와 엄마의 꿈은 미국산 쇠고기로 인해 한 순간에 날아갔습니다. 미국산 쇠고기가 내 아버지와 엄마의 꿈을 빼앗아 가버렸습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가 국가경제를 위해 취한 조치였다고 백번 양보해 이해한다고 해도, 자식 된 입장에서는 한 평생 소박하게 살아온 내 아버지와 엄마의 꿈을 빼앗은 대통령과 정부가 그저 원망스러울 뿐입니다.
아버지! 아버지는 "나라에서 농민들 다 죽이기야 허겄냐?" 하셨지요?
하지만 아버지!
"이 나라는 농민을 버린 지 아주 오래됐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블로거 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08.05.03 12:10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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