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과 배움은 함께 춤출 수 없다>겉그림. 이 책은 <프리스쿨>(2002)에 새로운 이름을 달아 다시 출간한 책이다.
민들레
손과 발, 눈과 입, 모든 게 똑같아 보이는 쌍둥이조차 세상을 서로 다르게 본다. 두 사람은 서로 비슷하지만 결코 같지 않기 때문이다. 수학에 젬병인 사람이 역사에는 무척 큰 관심과 열정을 보일 수 있으며, 그 반대 경우도 있다. 그리고 우리는 어느 한 쪽을 '틀렸다'로 규정짓지 않는다. 다만, 사람은 서로 다르다거나 다양하다는 식으로 말할 수 있을뿐이다.
"자유와 존중이 동의어이듯 '삶'과 '배움'이 동의어라는 사실을 계속 증명해 보일 것"이라며 새롭고도 진정한 교육을 꿈 꿔온 크리스 메르코글리아노는 학교 아닌 학교인 '프리스쿨'(The Albany Free School) 이야기에 교육 이야기와 함께 자기 삶을 참 많이도 담았다. 꿈 꿔 온 이상이며 진정한 교육가를 꿈꾸며 현장에서 실수를 거듭하던 이야기도 여러 군데 집어넣었다.
그는 교육이란 일방적 가르침이 아니라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공동작업으로 여겼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실천하려 노력했고, 그 오랜 실천 과정을 삶에 담아 책으로 내놓았다. 그는 '아이들은 배우는 데 저항하는 게 아니라 가르치는 데 저항한다'는 존 테일러의 말에 동감하며 일방적일 뿐 아니라 파괴적이기까지 한 공격적 교육방식을 쓰지 않겠노라고 다짐했다. 그는 자신이 걸어온 여정, 자신이 실천해 온 교육가치를 언제나 '과정'으로 여겼다. 완성을 추구하지 않기에 늘 건강한 긴장을 하며 흥미로운 탐색을 하고 꾸준히 (교사와 학생 모두 서로) 배운다.
"나는 대체로 세 가지 목표를 두고 이 책을 써 나갔다. 일단 프리스쿨의 심층 역사를 다루어 보려 했는데 학교를 넘어선 더 큰 조감도 안에서 학교의 역할과 모습에 대한 짧은 분석도 덧붙였다. 또 전통적인 학교교육에 대한 다양한 대안들에 어떤 식으로든 관련을 맺고 있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모두에게 의미 있게 프리스쿨의 모습을 그려 보려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삶의 기본을 이루는 요소인 공격성, 성, 인종과 계급, 영성-이 네 가지는 아주 오래 전부터 아이들에 관한 미국인의 생각을 자극하는, 인간 경험을 이루는 4원색이다-과 같은 주제를 소개해 보려 했다."교사는 자신이 누구인가를 가르친다조셉 칠턴 피어스(J. C. Pearce)라는 사람은 "교사는 자신이 누구인가를 가르친다"고 말했다. 그가 한 말은, 교육이란 지식을 전달하는 수단이 아니라 서로 다른 삶 곧 교사와 학생의 삶을 서로 주고 받는 일종의 공동작업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물론, 크리스 역시 같은 생각을 했을 게다. 삶이 곧 배움이라고 했던 크리스의 고백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크리스에게 교육이란 단계적 성취가 아니라 영원한 과정이며 그 자체가 배움이다. 그가 '프리스쿨' 이야기를 책에 담고자 한 건 (다른 교육가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기 위해서라기보다 자신이 경험하고 실천해 온 교육 세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자신과 같은 이들을 격려하는 데 있었다. 제1장의 제목이 '함께 만들어 온 역사'라는 사실은 이 같은 그의 기본태도를 잘 보여준다.
무엇을 가르쳐야 하냐고 묻는 교사에게 크리스는 '아니오'라고 말한다. 반대로, 그는 (학생에게서) 배우라고 말한다. 배우려는 이가 무엇을 원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를 배우라고 말한다. 학생의 재능과 특징을 발견하고 그것에 맞는 길, 곧 교육방식을 찾아가라고 말한다. 어려운 작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불쑥 들지만 '진정한 교육'과 '소통하는 교육'을 꿈꾸는 많은 (대안)교육가들에겐 이 말은 이미 낯익은 말일 게다.
많은 교육개혁가들이 그렇듯이, 크리스는 왜 교육의 의미가 '가르침'이 아니라고 말할까. 심지어, 그는 왜 전통적 의미의 교육가치가 담긴 '학교'마저 거부하려 들까. '전혀 학교 같지 않은 학교'인 프리스쿨에서 지낸 몇 십년의 세월을 보내면서 그가 추구했던 가치는 진정 무엇이었을까.
크리스에게 있어 교육이란 공동체 안에서 이루어지는 과정이다. 그 공동체란 한 무리의 사람들을 말할 수도 있고 지역사회를 말할 수도 있다. 여하튼, 그는 교육이란 결코 특정한 건물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천편일률적이고 일방적인 지시와 수용일 수 없다고 말한다. 그가 꿈 꾸는 세상, 그가 실천해 온 교육은 늘 '공동체'라는 토대 위에서 이루어졌다.
"이 책은 한 학교에 대한 이야기이다. 사실 '학교'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학교 같지 않은 학교에서 삼십 년 가깝게 아이들과 어런들이 함께 지내온 이야기이다. 또한 학교를 넘어선 훨씬 넓은 토대 곧 가족, 이웃, 나라, 인종, 계급, 문화 따위와 학교 공동체가 주고받는 상호작용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어떤 학교도 외부와 관련 없이 홀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많은 학교들이 홀로 존재하는 섬이 되고자 힘들여 노력하고 있지만."문제아는 없다, 삶이 곧 배움이다옮긴이가 말했듯, 이 책은 전문 저술가가 쓴 책이 아니다. 이 책은 그저 교육에 관한 일반적인 이야기만 늘어놓은 책도 아니다. 누누이 말하건대, 이 책은 곧 크리스의 삶이며 '프리스쿨'의 삶이며 그 학교와 구성원이 소속된 공동체의 삶 그 자체이다. 그리고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서로 뒤섞여 있거나 혹은 어우러져 있다. 목차가 그것을 말해준다.
'문제아는 없다'(2장)고 믿는 크리스는 '프리스쿨'이 '치료의 학교'(4장)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삶이 곧 배움이라면 그런 교육에는 당연히 고통과 치료 과정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서다. 그러기에 그는 서로 배우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물리적) 다툼마저 하나의 과정으로 본다.
공격성, 성, 인종과 계급, 영성이라는 4가지 문제에 크리스가 집중한 이유도 결국은 공동체에서 큰 관심을 기울여여 할 요소들을 찾는 과정에서 나온 것들이다. '인종과 계급의 갈등을 넘어서'(10장)려 하고 '여성과 남성의 조화를 위해'(11장) 노력하며 '신은 우리에게 종교를 묻지 않는다'(9장)고 말하는 이유도 결국 공동체 속 개인, 공동체 속 교육에 대한 기본태도에서 비롯된다.
'프리스쿨'은 유령학교가 아니다. '프리스쿨'은 학교가 머물고 있는 지역사회와 동떨어진 섬이 아니다. 그러기에 그는 결코 전통적인 학교 자체를 죄악시하지 않는다. 다만, 그는 전통적인 학교 체계가 지닌 가치와 기본태도에 의문을 제시해 온 것이다.
삶이 곧 배움이라는 짧고도 의미깊은 말에 선뜻 마음이 움직인다면 이 책 구석구석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A. S. 니힐의 <섬머힐>과 같은 책을 보았든 안 보았든, 이 책을 읽는 이들에게 결코 교육이란 더 이상 예전같은 방식일 수 없고 또 교육방식 역시 한가지일 수 없을 게다. 수십년 간 교사로 살아온 그는 지금도 배우고 있고 또 배우고 있다. 그리고 그를 알게 된 우리 역시 끊임없이 배우고 또 배운다. 지식에 앞서 삶을, 경쟁에 앞서 협동을.
"두뇌(정신)에 대한 최근 연구는 아이들을 교육하는 데 새롭게 일고 있는 이 접근법의 타당성을 확신시켜 준다. 이 새로운 접근법 속에서 강제는 자유선택으로 바뀌고, 교사 위주는 어린이 위주로, 경쟁은 협동으로, 강제된 함께하기는 혼자 추구할 기회로, 타율은 자율로, 암기는 탐구와 발견으로, 등급 매기기는 자기평가로, 의무와 책임은 상상력과 재능의 발현으로 바뀐다." 덧붙이는 글 | 1. <두려움과 배움은 함께 춤출 수 없다> 크리스 메르코글리아노 지음. 공양희 옮김. 민들레, 2005. 이 책은 <프리스쿨>(2002)에 새로운 이름을 달아 다시 출간한 책이다.
(원서) Make It Up as We Go Along: The story of the Albany Free School
2. 불필요한 오해를 막는 차원에서, 이 기사에 사용한 인용문은 <프리스쿨(2002)에서 가져 온 것임을 알린다.
바보 만들기 - 왜 우리는 교육을 받을수록 멍청해지는가
존 테일러 개토 지음, 김기협 옮김,
민들레,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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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저항하는 건 배움이 아닌 일방적인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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