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무형문화재 제 90호 평산소놀음굿 펼쳐져

소놀음굿은 우리 민족의 사상과 정체성을 담고 있는 중요한 문화유산

등록 2008.05.11 19:53수정 2008.05.11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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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제


황해도 내륙지방 굿을 대표하는 중요무형문화재 제 90호 황해도 평산 소놀음굿(보유자/이선비)이 지난 9일 인천 화도진공원 내사마당에서 열렸다.


황해도굿을 대표하는 굿으로는 해안지방의 서해안 풍어제와 평산소놀음굿을 들 수 있다. 서해안풍어제가 어선들의 만선을 기원하는 굿이라면, 평산소놀음굿은 내륙지방에서 펼쳐지는 농경사회의 대표적인 굿으로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의미를 지닌 굿이다.

소놀음굿 순서는 총 16거리로 나뉘어지는데, 하루 전날 하는 <안반고사>를 시작으로 신청울림, 산천거리, 초감흥 초영정, 칠성제석거리, 소놀음, 성주굿, 장군거리, 소대감거리, 사냥거리, 타살군웅거리, 대감거리, 말명거리, 서낭거리, 조상거리, 마당거리 순서로 진행되었다.

특히 칠성굿에서 연희 형식으로 펼쳐지는 소놀움굿은 칠성제석님이 머나먼 서천서역에서 오셔서 인간들에게 농사 짓는 법, 연장 만드는 법, 소를 다루는 법, 방아짓는 법, 집을 지을 때 지정다지는 법 등 농경사회에서 살아가는데 필요한 여러가지 지혜를 깨우쳐주고 인간사회에 풍요를 가져다 준다는 뜻을 담고 있는 놀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우리 민족의 사상과 철학 등 많은 것을 깨우치게 하는 아주 중요한 놀이 문화다.

특히 칠성님이 쓰고 계시는 고깔은 마고삼신의 의미를 담고 있어 이 고깔을 벗은 칠성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인간들이 마귀할멈이라고 외면하는 장면은 이 시대에 우리들이 마고삼신의 사상과 가르침을 잊어버렸다는 것을 암시한다.

결국 칠성제석님이 고깔을 찾아 다시 쓰니 많은 백성들이 칠성제석님이 오셨다고 환호하며 몰려오는 모습은 우리 민족이 칠성 신앙을 잊어버렸다가 다시 찾는 과정을 표현한 듯하여 가슴이 숙연해졌다.


조성제


또한 마고삼신이 팔려의 음인 율려에서 태어나 우주를 창조하였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팔선녀가 등장한 것은 소몰음 굿에 우리 민족의 사상과 철학을 잘 내포되어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이러한 모습은 우리 민족 가슴 속에는 마고삼신과 칠성님을 섬기는 민족종교인 무교가 면면히 흐르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모습이기도 하다.


굿이 담고 있는 외면적인 의미는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것이지만, 이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것은 바로 <생생지생(生生之生)>의 정신이다. 마고삼신의 기본사상이면서 무교의 기본 정신이기도 한 이 <생생지생>은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의 가치를 인정허고 존중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생생지생의 정신이 굿판에서는 다시 이웃 간의 반목과 갈등, 그리고 오해를 털어버리고 굿판에 함께 동참한다는 의미의 <화해동참>과, 굿판에 한데 어울려 우리라는 동질성을 회복하고 지난 1년 간의 갈등과 반목 등을 풀고 서로의 발전을 위하여 기원한다는 의미의 <和解相生>이 있다.

특별출연으로 <은율탈춤 청소년 '탈사랑'> 회원들이 펼친 은율탈춤도 굿판에 참석한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었다. 특히 은율탐춤에서 무당 역을 맡은 차은선(19, 안양대) 양은 무당의 춤이나 공수, 연희 등을 너무나 완벽하게 연출하여 현장에 있는 많은 무당들과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조성제


마지막으로 펼쳐진 <마당거리>는 오늘 굿판에 참석한 모든 이들이 동참하여 일상다반사에서 쌓인 모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한판의 놀이. 마지막 대미를 화해동참, 해원상생으로 종식한다는 것이 굿이 가지고 있는 가장 매력적인 순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시대에 새롭게 부각되는 문화가 바로 우리 무교의 굿문화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미신이라는 시각에서 점차 벗어나 굿도 우리의 전통문화라는 인식을 갖게 된 것이다. 그러나 굿은 단순히 우리 민족의 전통문화가 아니라 우리 민족의 정체성이 담겨있는 우리 민족의 삶의 표현이며, 생활의 지혜를 얻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또 굿 속에 나오는 우리 민족의 사상과 철학, 우리 상고사의 수많은 영웅들과 우리 민족의 흥망성쇄의 과정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사설과 연희 등을 보고 들으며, 민족의 무궁한 역사와 천손의식을 깨우쳐 스스로 자긍심을 가져야 하며, 열강들의 틈바구니에서 우리의 주체성과 정체성을 스스로 지킬 수 있는 지혜와 방법을 터득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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