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주도권 잃은 민주당, 사법부에 '공 넘기기'

장관 고시 이틀 앞두고 헌법소원·가처분 신청 내기로

등록 2008.05.12 17:28수정 2008.05.12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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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선진당 권선택, 통합민주당 김효석, 민주노동당 천영세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미국산 쇠고기수입과 관련 야3당 원내대표 회담을 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자유선진당 권선택, 통합민주당 김효석, 민주노동당 천영세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미국산 쇠고기수입과 관련 야3당 원내대표 회담을 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남소연
자유선진당 권선택, 통합민주당 김효석, 민주노동당 천영세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미국산 쇠고기수입과 관련 야3당 원내대표 회담을 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 남소연

 

미국산 쇠고기 문제의 해법이 사법부로 넘어갈 공산이 높아졌다.

 

통합민주당이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과 함께 13일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헌법소원과 법원 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했기 때문이다.

 

17대 국회가 정부로 하여금 미국과의 재협상을 압박할 수단들이 소멸되어가는 상황에서 양대 국가기관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쇠고기 정국의 방향이 정해지게 된 셈이다.

 

미국산 쇠고기, 야3당 손 떠나 사법부로

 

민주당 법률담당 원내부대표를 맡고 있는 김종률 의원은 12일 당사 기자회견에서 "한미 쇠고기 협상에 대한 헌법소원과 함께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쇠고기 수입' 고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이번 쇠고기 협상은 헌법상의 국민주권과 행복추구권, 소비자의 권리 등을 침해했다"며 "다른 국가로부터 수입된 가축이나 식품을 검역하는 것은 주권의 범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협정에 의해 포기되거나 양도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고시는 국민의 생명권 및 건강권을 위협하는 내용으로서 예고기간을 단축해 그대로 고시하려는 것은 적법절차 원칙에 위반된다"며 "고시 발효 즉시 막대한 물량의 미국산 쇠고기가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내에 대량 유통돼 국민의 식탁에 오르게 되는 만큼 고시의 효력을 정지시켜야 할 중대한 필요성과 긴급성이 있다"고 가처분 신청의 이유를 밝혔다.

 

민주당 김효석, 선진당 권선택, 민노당 천영세 등 야3당 원내대표들은 13일 오전 국회에서 만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검토할 예정이다. 3당이 모두 쇠고기 재협상에 찬성하는 입장이어서 13일 중에 가처분 신청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특별법 추진 무산, 국회 안에 묘수 없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9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교육·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강기정 통합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15일에 미국산쇠고기 합의문을 고시한다는 정부 계획에 변동이 없다"고 답변하고 있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9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교육·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강기정 통합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15일에 미국산쇠고기 합의문을 고시한다는 정부 계획에 변동이 없다"고 답변하고 있다.유성호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9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교육·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강기정 통합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15일에 미국산쇠고기 합의문을 고시한다는 정부 계획에 변동이 없다"고 답변하고 있다. ⓒ 유성호

민주당이 다른 야당들과 함께 법원에 장관 고시 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한 것은 국회 차원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무력화할 수단이 더 이상 없는 현실을 반영한다.

 

민주당과 민노당은 7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의 '쇠고기' 청문회가 끝나는 대로 '농림장관 고시 무효화'를 골자로 하는 가칭 '광우병 쇠고기 수입 특별법'을 발의하고 농림장관 해임건의안까지 제출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선진당이 '특별법 반대' 입장을 내놓고, 정부가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모든 쇠고기의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천명하면서 특별법 추진의 동력이 없어졌다.

 

물론, 한나라당(111석)과 선진당(9석)이 반대하더라도 민주당(136석)과 민주노동당(6석), 10여 명의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들을 총동원하면 국회 재적과반수(146석)를 넘기는 것이 산술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다. 그러나 민주당에만 낙선·낙천 의원들이 80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야당 단독의 법안 처리는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이다.

 

설령 재적과반수를 채운 야당들이 여당의 저지를 뚫고 국회에서 특별법을 통과시킨다고 해도 '대통령 거부권'이라는 큰 산이 버티고 있다.

 

대통령은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이 이송된 후 15일 이내에 국회에 재의를 요구할 수 있는데, 17대 국회는 29일로 임기가 끝난다. 역산하면, 14일 이후로는 17대 국회에서 어떤 법률안이 통과되더라도 대통령이 29일 거부권을 행사하면 법안이 자동 폐기되는 것이다. 30일부터 시작되는 18대 국회는 여대야소로 의석 분포가 바뀌기 때문에 여당이 반대하는 한 야당이 바라는 대로 법안이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들이 국회에서 할 수 있는 것은 13~14일 국회 FTA청문회에서 '재협상론'을 다시 거론하고 15일 '쇠고기' 고시가 발효될 경우 농림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키는 정도이지만 정치공세 이상의 효과를 거두기는 어렵다.

 

이명박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민심이 들끓는 와중에도 무기력한 야당들의 모습은 어쩌면 '18대 국회의 예고판'이 될지도 모른다. 민주당 주변에서 "장외투쟁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만성 무기력증을 떨쳐내자는 몸부림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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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12 17:28ⓒ 2008 OhmyNews
#광우병 #민주당 #김종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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