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너와 그릇이 없어도 뜨거운 물만 있으면 O.K
이규봉
기분 좋은 아침이었다. 라면도 터지지 않았고 날씨도 맑으며 바람도 없었다. 언덕이 많을 것을 예상하고 일찍 출발하였다. 화리엔을 떠나 해안도로로 가니 넓은 해수욕장이 눈에 들어온다. 놀란 것은 그 뒤에 전투기 비행장이 있다는 것이다.
타이완이나 우리나라나 이웃한 공산국가와 대립관계에 놓여 있기는 마찬가지이나 우리나라 같으면 어림없는 풍경이다. 아마 군에서 보안을 핑계로 앞에 있는 해수욕장까지 모두 차지하였을 것이다. 이 넓디넓은 해수욕장에 사람은 없고 개가 휴식을 취하고 있다. 타이완 어디를 가나 풀어놓은 개가 많다.
작은 집과 같은 무덤이 서로 다르다193번 작은 길은 무덤 사이로 지나간다. 무덤을 작은 집처럼 꾸며놓아서인지 전혀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는다. 조금 다듬어서 어린이들이 뛰노는 공원으로 해도 될 것 같다. 그러면 죽은 자와 어린생명들의 조화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교육의 장이 될 것이다.
무덤의 모양은 서부와 동부가 너무도 다르다. 전체적인 모양은 타일로 덮은 작은 집과 같다. 그러나 서부 북쪽에서 남쪽까지 거의 모든 지역의 무덤에는 십자가 장식이 없으나 동부에서는 남쪽에서 쑤아오까지 거의 모든 무덤에 십자가를 달고 있다.
서부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던 교회도 이곳에서는 자주 보인다. 쑤아오부터는 높은 산이 나오지 않고 계속 평탄한 길이 이어지면서 서부와 같은 양식으로 변한다. 남북으로 가로 지른 높은 산이 쑤아오를 걍계로 서쪽과 동쪽의 문화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