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오르한 파묵이 국제출판협회 서울총회 참가차 지난 11일 한국을 찾았다.
컬처뉴스
2006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소설가 오르한 파묵(터키)이 지난 11일 한국을 찾았다. 서울에서 열린 국제출판협회(IPA) 서울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파묵은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내 이름은 빨강>을 비롯해 <하얀 성> <검은 책> 등으로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다. 파묵은 12일 IPA 총회 개막식에 참석해 기조강연을 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국방문에 대한 소감을 밝혔다. 지난 2005년에 이어 두 번째 한국을 찾은 파묵을 만나보자.
- 3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았다. 소감이 어떤가."한국에 다시 오게 되어서 기쁘다. 이번에 한국을 찾은 것은 IPA 총회 참석과 최근 한국에서 출간된 <이스탄불>이라는 책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한국에 오기 직전에 6년 동안 작업한 신작소설을 끝마쳐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올 수 있었다."
- 지난 7일 한국에서 출간된 <이스탄불>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이스탄불>은 22살까지의 내 삶을 다룬 자전적 소설이다. 7살 때부터 22살까지의 내 꿈은 작가가 아니라 화가였다. 청소년기에는 이스탄불 거리 곳곳을 돌아다니며 그림을 그렸는데, 그래서 이 책은 이스탄불 도시의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책이다. 물론 이 책이 이스탄불의 사원이 어디 있고, 관광지가 어디라고 말하는 관광책자는 아니다. 풍경의 세부적인 것이 아니라 풍경을 바라보는 나의 느낌, 감정을 담은 책이다. 더불어 작가가 되기 전의 내가 젊은 시절에 품었던 분노와 고민, 도시에 대한 상념들이 담겨 있다."
- 작품이 세계 56개 언어로 번역돼 많은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각 나라의 문화를 넘나들고 소통할 수 있는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는가."터키가 아닌 다른 나라에 내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하얀 성>(1985) 때부터다. 서른 살이 됐을 때 처음으로 내 작품이 번역되기 시작했는데, 각 나라마다 잘 읽히는 책이 다르다. 유럽과 미국에서는 <눈>이, 중국과 한국에서는 <내 이름은 빨강>이, 이탈리아·스페인에서는 <이스탄불>이 많은 독자들에게 읽혔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미국과 유럽은 정치적 이슬람주의에 관심이 많기 때문인 것 같고, 스페인은 이스탄불과 어린 시절의 경험이 비슷하기 때문인 것 같다. <내 이름은 빨강>이 중국과 한국에서 읽히는 것은 확실치는 않지만 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인 것 같다."
- 오늘 IPA 개막연설에서 '안과 밖'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했는데."내 안의 금기, 경계에 대한 이야기였다. 금기는 안과 밖에 모두 존재하는데, 밖이라고 하면 사회적인 것, 법적인 것, 정치적인 것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내 안의 금기이다. 우리 안의 금기. 그것은 행동방식이 될 수 있고, 생각하는 방식일 수도 있다. 모두 알고 있지만 또한 모두가 무감각한 것들. 내가 글을 쓰는 목적은 바로 그처럼, 우리 인간이 간과하고 넘어가는 문제, 그 경계에 대해 말하고, 그것들을 허물고자 글을 쓰는 것이다."
- 2005년 한국 방문 이후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스스로 변화를 느끼는 점은 무엇인가?"우선 집 문 앞에 경찰들이 더 많아졌다.(웃음) 터키의 비민주적인 역사에 대해 비판하는 칼럼 때문에 테러위협을 받고 있는데 3년 사이에 극심해졌다. (* 오르한 파묵은 노벨문학상 수상 직전 "터키가 아르메니아인 100만 명을 학살한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칼럼을 발표해 터키 민족주의자들로부터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 또 많은 책들이 외국어로 번역됐고 노벨상도 받았다. 보통 노벨상을 받으면 은퇴하는 분위기가 되는데 나는 아직 젊기 때문에 그에 준하는 작품을 쓰기 위해 더욱 노력하고 있다. 그 밖에도 매년 가을 학기에는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