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을 헤지펀드에? 결국 '아메리카 프렌들리'

[이명박의 경제폭주 사람잡는다 ③] 이명박 정부의 '묻지마 실용', 나라 경제에 심각한 위협

등록 2008.05.14 18:57수정 2008.05.18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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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는 신자유주의를 전면적으로 받아들이는 정부다. 시장개방, 노동시장 유연화, 공기업 민영화 등을 골자로 하는 신자유주의는 IMF 이후 지난 10여 년간 한국사회에 몰아쳤고 한국경제를 서서히 신자유주의 질서로 바꿔나갔다.

 

그러한 가운데 실용을 내세우며 각종 파열음을 내고 있는 이명박 정부는 아니나 다를까 금융, 기업정책에 있어서도 '무조건 실용' 정신을 내세우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공기업 민영화라는 이름하에 추진되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민영화다.

 

산업은행은 기업은행, 농·수협, 수출입은행과 함께 특수은행으로 나라의 정책과 밀접한 연관을 갖는 주요 금융기관이다. 이러한 산업은행을 민영화한다니, 최근의 쇠고기 협정 문제가 맹목적인 한-미동맹 때문이라면 산업은행 민영화는 맹목적인 신자유주의 신봉에 따른 부작용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다.

 

서서히 드러나는 산업은행 민영화의 실체, 공기업 민영화라는 관점에서 살펴보도록 하자.

 

멀쩡한 은행을 왜 매각하나

 

산업은행은 1954년 4월 1일에 설립되어 2006년 12월말 기준으로 총자산이 104조 5,233억원이며 자기자본비율(BIS)이 16.15%에 달하며 신디케이트론에 관한 한 시장 1위를 고수하고 있어 한국의 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된다.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이다. 일반 은행업무를 통한 이익창출이 목표인 은행이 아니라 나라의 산업기반 확충과 발전을 위해 국가가 전략적으로 설립한 은행이란 말이다. 1990년대 자동차, 반도체 등의 설비가 공단지역으로 퍼져나가는 데에는 산업은행의 역할이 매우 지대하였던 것이 사실이다. IMF 이후에도 산업은행은 기업의 설비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설비자금을 공급하는 등 한국 기업이 처한 금융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자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민영화한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마저도 애초에는 기업은행을 포함하는 국책은행의 민영화 계획이었다가 청와대와 기획재정부의 조율에 의해 산업은행의 완전 민영화로 결론이 났다고 한다.

 

정부가 산업은행을 완전 민영화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일단 이명박 정부는 민영화를 해야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신자유주의 가치관을 그대로 흡수하고 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민영화 이유에 대해 "시장에서 정부의 비중을 축소하고 건전한 경쟁을 촉진할 수 있는 시장환경을 조성코자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미 기획재정부는 국가의 305개 공공기관 가운데 20-30개를 민영화하겠다는 방침을 견지하고 있는데 청와대는 이를 50~60여곳으로 대상 기관을 최대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정부가 공공기관장에게 일괄사표를 종용하여 물의를 빚더니 기획재정부는 각 공공기관에 구조조정 계획서를 제출토록 하고 있다.

 

부족한 재정을 공기업 팔아 메운다?

 

산업은행의 민영화로 막대한 재정수입이 발생하는 것도 민영화를 추진하는 주된 이유다. 우량한 공기업을 매각하면 막대한 매각대금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산업은행의 조속한 매각과 더불어 대형화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것은 산업은행의 규모를 최대한 키워 더 높은 가격에 매각하기 위해서다.

 

이를 두고 현정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은행을 민영화하는 이유는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것이지 돈을 많이 받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조속한 매각을 종용하였다. 돈을 많이 받기 위한 대형화나 조속한 민영화 주장이나 둘 다 마찬가지지만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는 산업은행 민영화의 내심 목적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자기자본 비율이 16%를 상회하는 산업은행 매각으로 발생하는 매각 대금은 수십 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산업은행을 매각하는 방식은 연말까지 산업은행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투자자를 물색하는 과정인데 이 경우 산업은행 매각대금은 이명박 정부의 재원 운용에 전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청와대는 304개 공공기관을 대규모로 조속히 민영화하고, 그 자금을 공공부문에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기업 법인세 감면 등의 감세정책을 중심으로 자신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법인세 감면 등으로 감소된 세수에 대한 대응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그러하기에 산업은행을 비롯한 공기업 매각대금이 이명박 정부의 부족한 재정을 마련하는 데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실용주의'가 아니라 경제를 살린답시고 나라 기둥 뿌리를 뽑아 먹는 한심한 작태가 아닐 수 없다. 시장에 논리에 따라 산업은행을 매각하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각종 규제개혁을 통해 기업할 환경을 만들겠다고 해놓고는 정작 기업을 위한 산업은행을 민영화하는 이명박 정부식 행태는 기업가들로부터도 외면받기 십상인 청개구리 정책이다.

 

산업은행 민영화는 재정 운용 뿐 아니라 증시활황을 위한 방편으로도 활용될 태세다. 현재 산업은행은 주식시장에 상장되어 있지 않은 우량기업이다. 산업은행을 민영화하면 극단적인 예가 아니면 주식시장에 상장될 것인데 이 경우 건실한 은행의 상장으로 전체 주식시장이 탄력을 받을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안들은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나타나는 부작용을 매우겠다는 논리에 불과하다. 공기업을 팔아 소비를 독려하고 경기를 부양한다는 것은 배가 고픈 집 안에서 냉장고를 팔아치워 그 돈으로 회식을 하는 것과 하등 다르지 않다.

 

곽승준 청와대 경제수석은 산업은행을 빨리 민영화해 20조 원의 자금을 얻어 한국투자펀드(KIF 가칭)를 조성해 중소기업 지원에 사용하겠다고 하는데 이 역시 사실관계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이후 한국투자펀드를 민영화한다는 이야기가 당연히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곽승준 수석의 작전은 단지 산업은행에서 한국투자펀드로 차를 갈아타는 것인데 결국 그 이유는 기업을 매각해 시세차익을 얻기 위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는 가히 정부차원의 투기행위라 할 수 있다.

 

국책은행을 헤지펀드에 맡기다니...

 

산업은행 민영화에서 본격적으로 논란이 되는 부분은 민영화를 헤지펀드에 맡기겠다는 이명박식 사고방식이다. 금융위원회는 산업은행 정부 지분 중 49%는 앞으로 3년 내, 나머지 51%는 그 후 2년 내에 매각하여 이명박 정부의 임기 내에 매각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놀라운 사실은 내년 중 헤지펀드가 도입되고 우량 공기업을 지속적으로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방안이 추진된다는 점이다. 전 위원장은 "올 상반기 중 헤지펀드 세부 도입방안을 마련하고 내년 중 헤지펀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헤지펀드(hedge fund)란 국제금융시장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높은 운용 이익을 노리는 민간 투자기금을 통칭하는 말로 IMF 당시 조지 소로스의 퀀텀 펀드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명박 대통령이 야심차게 개입하였던, BBK 관련 LKe 뱅크와 옵셔널벤처스 코리아도 크게 보면 헤지펀드의 범주에 묶이게 된다.

 

여기저기 투자처를 변동하면서 최대의 금융이윤을 위해 세계를 떠돌아다니는 헤지펀드는 1980년대 이후 세계 각국 중앙은행을 공격하여 막대한 이윤을 수탈해 간 주적으로 손꼽히고 있으며 그래서 '21세기판 해적'으로까지 불리기에 손색이 없는 세력들이다.

 

이들 헤지펀드에게 한국의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을 내맡기겠다고 하니 아무리 실용정부라지만 그 극단적 실용성에 입이 저절로 벌어질 지경이다. 국책은행이라 함은 나라의 정책에 의해 설립, 운영되는 은행이다. 산업은행을 헤지펀드의 손에 내맡기게 되면 산업은행의 기능과 역할은 완전히 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정부는 이들 헤지펀드의 난입을 이미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29일 "산업은행 민영화 과정에서 국내, 외 자본을 차별하지 않는 공정한 게임의 룰을 견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그러나 매각대금이 수조 원을 넘어가는 산업은행 매각에 나설 자본세력은 해외, 특히 미국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이미 전광우 위원장은 "현재 9개의 외국회사들이 한국에서 증권업과 자산운용업 영업을 위한 신청서를 제출했다"면서 "인허가를 불필요하게 지연하지 않고 최대한 투명하게 처리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의 본질은 '아메리카 프렌들리'

 

산업은행은 매각대금이 수십 조 원에 이를 정도로 거대하기 때문에 해외 헤지펀드가 수혜자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매우 유력하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아예 드러내놓고 "산업은행 민영화에 외국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며 "외국 투자자들을 유인할 수 있는 다양하고 광범위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산업은행 인수자는 해외 헤지펀드 세력이 가장 유력하다는 말이 된다. 즉 외환은행 매각 당시 불법적인 탈세와 주가조작으로 논란이 된 론스타, 제일은행을 매입한 뉴브리지 캐피탈과 같은 금융 투기자본이 산업은행 매각의 후보세력으로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산업은행은 한국전력 주식의 29.95%와 토지공사의 26.66%, 관광공사의 43.59% 등 국내 주요 공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전력 주식만 하더라도 6조 원을 넘어 공기업 주식을 전부 사는 데에는 무려 15조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는 정부 재정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만큼 외국계 투자자본이 들어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명박 정부가 산업은행의 해외매각을 밀어붙인다면 한국전력의 29.95% 주식도 해외로 팔려나가 급기야 한국전력이 민영화 대상으로 부상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건실한 외환은행에 이어 산업은행마저도 투기자본에 넘어갈 상황이다. 우리 국민들이 쇠고기에 이어 또 다시 분노할 상황이 서서히 발생하고 있다.

 

청와대는 쇠고기 여론에 이어 산업은행 민영화 반대여론도 '밥그릇 지키기'로 규정하고 있지만 실제 산업은행의 민영화 반대는 밥그릇 지키기가 아니라 나라경제를 지키는 일환이다. 끝간 데없는 신자유주의식 폭주는 미국 금융자본의 함박웃음으로 귀결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비지니스 프렌들리'는 결국 '아메리카 프렌들리'가 아니었던가.

덧붙이는 글 | 곽동기 기자는 한국민권연구소 상임연구원입니다.

2008.05.14 18:57ⓒ 2008 OhmyNews
덧붙이는 글 곽동기 기자는 한국민권연구소 상임연구원입니다.
#이명박 #공기업 민영화 #산업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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