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추리소설의 여왕을 소개합니다

프레드 바르가스의 <죽은 자들이여 일어나라>

등록 2008.05.16 08:58수정 2008.05.16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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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추리 여왕, 한국 독자의 마음에 들까?

 <죽은 자들이여 일어나라>겉표지
<죽은 자들이여 일어나라>겉표지

여름은 추리소설의 계절이다. 그리고 지금 그 시간이 다가오는 가운데 추리소설 좋아하는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작가가 소개됐다.


프랑스 추리소설의 '여왕'으로 불린다는 프레드 바르가스가 그 주인공이다. 추리소설작가협회상, 추리소설 비평가상 등 다양한 상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독자들에게도 사랑받는 베스트셀러작가로 자리매김한 그녀의 경력은 화려하다 못해 아름답다. 일일이 언급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다.

이렇게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그녀의 소설이 엄격하기로 소문난 국내 독자들의 마음을 훔칠 수 있을 것인가?

최근에 소개된 <죽은 자들이여 일어나라>로 보자면 가능성은 충분히 있을 것 같다. 재치가 넘치는 위트 섞인 글을 쓰면서도 정밀한 속임수를 적절하게 구사할 줄 알뿐더러 개성 있는 인물들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한번 잡으면 책을 덮을 수 없게 만드는 추리소설의 덕목을 두루 갖춘 셈이다.

누군가 일부러 심어놓은 너도밤나무 한 그루

<죽은 자들이여 일어나라>는 한적한 마을에서 살고 있는 은퇴한 성악가 '소피아'가 놀라는 것으로 시작한다. 어느 날 아침 소피아는 자신의 정원에서 너도밤나무 한 그루를 발견하게 된다. 누군가 일부러 심어놓은 것이 분명했다. 소피아는 이상한 불안감을 느끼며 남편에게 사정을 이야기하지만 남편은 무시한다.


그녀는 답답한 마음에 최근에 이사 온 이웃청년들에게 도움을 청한다. 도움이라고 해서 대단한 것은 아니다. 나무 아래를 파달라는 것이다. 이웃 청년들로서는 황당한 일이었지만 상상 이상의 보수를 받는 만큼 소피아의 청을 들어준다. 그 결과 알아낸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 이웃청년들은 공짜 돈을 벌었다고 생각하지만 여기서 일이 벌어진다. 소피아가 불에 타서 죽은 것으로 발견된 것이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불타버린 여성, 사건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갑자기 찾아온 소피아의 친척, 아내가 죽었다는 사실에도 크게 놀라지 않는 것 같은 남편, 이상할 정도로 우정을 강조하는 어느 여인….


<죽은 자들이여 일어나라>는 기이하게 나타난 너도밤나무 한 그루를 시작으로 수상쩍은 사람들과 소재들을 연속적으로 등장시키는 데 이 덕분에 오랜만에 작가와 경쟁하는 재미를 톡톡히 누리게 해준다.

작가와 경쟁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추리소설을 보는 독자라면 작가의 의도를 꿰뚫어 진실을 파악하려는 것이다. 그것이 추리소설을 즐겨보는 중요한 이유가 되는 만큼 작가는 이것을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독자가 진실을 쉽게 알아채서도 안 되지만, 쉽게 포기해서도 안 된다.

이것을 조절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터인데, 프레드 바르가스의 <죽은 자들이여 일어나라>는 그것이 탁월하다. 그런 까닭에 읽기 시작하면 쉽게 놓을 수가 없다. 이길 수 있을 것 같은 힌트가 계속해서 나오기 때문이니 오죽하겠는가. 물론 그 모든 것이 작가의 의도겠지만 말이다.

진실을 쉽게 알아채서도, 쉽게 포기해서도 안된다

<죽은 자들이여 일어나라>가 국내에서도 인정받을 것으로 보이는 또 다른 이유는 재치 넘치는 위트다. 추리소설 작가가 이런 것을 추구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많은 작품들이 그것을 잘못 사용해서 본전도 못 뽑았다. 그런데 프레드 바르가스는 이것을 능숙하게 사용한다. 얼렁뚱땅 등장하는 딴소리, 분위기를 깰 것만 같은 엇박자 행동 등이 보기와 다르게 등장인물들의 개성에 스며들어 또 다른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해준다.

추리소설의 '꽃'이라 불리는 반전은 어떤가. 반전의 명수라고 불리는 히가시노 게이고나 제프리 디버의 소설에 비하면 약한 면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수준급임이 분명하다. 정밀한 구성까지 생각한다면 <죽은 자들이여 일어나라>는 합격점을 주기에 충분하다.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이 다양하게 등장한다. 독자들을 '약' 올리는 정밀한 속임수도 있다. 허를 찌르는 반전까지 갖추고 있다. 사랑받는 추리소설의 덕목을 두루 갖춘 셈이다. 프랑스 추리소설의 여왕 프레드 바르가스를 처음으로 만날 수 있는 <죽은 자들이여 일어나라>, 무더위를 잊게 해줄 책으로 기억해도 좋다.

죽은 자들이여 일어나라 - 프랑스 추리소설의 여왕 프레드 바르가스

프레드 바르가스 지음, 양영란 옮김,
뿔(웅진), 2008


#추리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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