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농부가 하얀 물이 차오른 논둑을 건너오며 논물을 보고 있다.
윤희경
요즘 논배미 속에서 들려오는 개구리 소리는 봄밤의 듣던 그 소리가 아니다. 봄의 소리가 전원 교향곡이라면 지금 소리는 폭죽이 터지는 황홀한 울림이다. 일시에 왁자지껄하다 뚝 그치고 또 와글거리며 논바닥을 한바탕 뒤집어엎는다. 두레패가 놀다 잠시 숨을 고르듯 아우성과 정적을 반복하며 긴 여름밤을 울며 지새운다. 울음 결에 녹아내리는 합창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빈 마음에 옹달샘이 파이고, 새로운 계절에 대한 설렘으로 가슴이 절렁거린다.
요즘의 모심기는 이앙기가 다한다. 모판을 싣고 긴 논둑을 따라 걸음을 옮겨 놓으면 꿈처럼 나란하게 모 줄이 생겨난다. 이앙기가 전진할 때마다 이앙기 운전수는 모 줄이 똑바로 나란 한가 돌아보고 또 돌아본다. '따 박 따 박' '차착 착착' 정들여 모를 심어보지만 다락 논배미가 많다보니 모 줄이 바르게 설 리 없다. 줄이 좀 삐뚤면 어떠랴, 나름대로 자연스러워 운치가 더하다.
이앙기가 논배미를 빠져나오면 귀퉁이나 자투리땅은 품앗이꾼들이 들어가 빈자리를 메운다. 파랗게 변한 논배미 속에 모를 꼽는 농부들의 모습은 지금 막 내려앉은 흰 왜가리들을 보듯 아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