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더러 한 번 더 대통령 하라지만..."

퇴임 후 첫 모교 개성고 총동창회 체육대회에 참석... "사람이 되자" 강조

등록 2008.05.18 15:58수정 2008.05.18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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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노무현 전 대통령은 18일 부산진구 당감동 소재 개성고(옛 부산상고) 교정에서 열린 총동창회 체육대회에 참석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18일 부산진구 당감동 소재 개성고(옛 부산상고) 교정에서 열린 총동창회 체육대회에 참석했다. ⓒ 윤성효


퇴임 후 처음으로 모교인 개성고등학교(옛 부산상고) 총동창회 체육대회에 참석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인사말을 통해 "더러 한 번 더 대통령을 하라고 한다, 그것은 헌법을 바꾸거나 나라를 하나 더 만들어야 한다,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마음을 접었다"면서 "꼭 대통령이어야 하느냐, 훌륭한 동문이 많이 나오면 된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18일 오전 부산 진구 당감동 백양산 아래에 있는 개성고를 방문했다. 이날 개성고 총동창회(회장 김종운)는 '개교 113주년 제33회 총동창회 체육대회'를 열었다.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이호철 전 수석 등이 동행했다.

a  개성도 재학생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환영하는 문구를 현수막에 적어 들고 서 있다.

개성도 재학생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환영하는 문구를 현수막에 적어 들고 서 있다. ⓒ 윤성효



김종운 회장의 대회사에 이어 연단에 오른 노 전 대통령은 먼저 "반갑다, 그냥 반가운 정도가 아니고 억수로 반갑다"면서 "여러분들이 힘을 모아주지 않았다면 대통령도 되지 않았을 것이고 고향으로 무사히 돌아오지도 못했을지 모른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그는 "오늘 행사가 성대한데, 가슴이 울렁거리고 뿌듯하며 자랑스럽다"면서 "요즘 봉하마을이 좀 시끄럽다, 거기에는 동문들도 더러 있다, 그 분들 중에는 가끔 대통령 한 번 더하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a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종운 개성고총동창회장과 함께 체육대회 입장식 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김종운 개성고총동창회장과 함께 체육대회 입장식 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윤성효



이같이 말하자 동문들은 박수를 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그런데 안 해본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다, 설사 된다고 해도 엄청 골치 아프고 고달프다, 할 생각이 없다, 그런데 마음은 변한다, 아이를 낳은 여성이 다시는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해놓고는 다시 아이를 낳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그런데 대통령 한 번 더 하려면 헌법을 바꾸거나 나라를 하나 더 만들어야 한다, 두 가지 다 원칙적으로 불가능해 마음을 접었다, 이 자리에 와 보니 마음이 달라진다, 여성 동문들도 있고 후배들도 씩씩하고 목마 타고 있는 어린 아이들이 뭉치면 대통령 하나 못 만들겠나"고 말했다. "저는 기왕에 지나갔고 제가 꼭 해야 하나, 동문 중에서 하나 더 내면 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a  개성고 총동문회 체육대회 입장식 때 동문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위한 현수막을 들어 입장하기도 했다.

개성고 총동문회 체육대회 입장식 때 동문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위한 현수막을 들어 입장하기도 했다. ⓒ 윤성효




노 전 대통령은 "봉하마을에 오시는 분들이 봉화산을 바라보고 아버지 산소를 보면서 묘 자리가 좋다고 하고 하나 더 나오겠다고 이야기 하는데, 백양산(개성고 뒷산)과 모교 교정을 보니 터가 참 좋다, 그래서 동문들이 잘 될 것이다, 하나 더 내자고 하는데 꼭 대통령이어야 하나, 훌륭한 동문이 많이 나오면 된다"고 말했다.

'사람이 되자'고 강조한 노 전 대통령은 "교정에 들어오는데 큰 돌에 '사람이 되자'고 새겨져 있더라, 사람이 되자는 것은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웃을 사랑하는 것이 가장 훌륭한 사람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도 학교 성적 중심에서 뽑다가 이제는 친화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고 뽑는다, 팀웍을 이루어서 일을 성취할 수 있나를 본다, 믿음으로 친구들과 더불어 일을 잘 할 수 있는 것이 기본이다"고 덧붙였다.

a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종운 개성고총동창회장,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과 함께 단상에 앉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종운 개성고총동창회장,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 등과 함께 단상에 앉아 있다. ⓒ 윤성효



노 전 대통령은 "더불어 살기 좋은 사회가 행복한 사회다, 동창회에서 서로 의지하고 협력하고 사랑하는 연습을 하자"고 제안했다.

"동창회가 성공하려면 동문들이 많이 모여야 한다"고 한 노 전 대통령은 "돈을 많이 내야 한다, 그런데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보면 비어 있다, 많이 못 벌어서 그런데 연금을 받는다, 저도 동창회에 돈을 내겠다, 그것보다 더 귀중한 일은 자주 나오는 것이다, 앞으로 자주 나오겠다"고 말했다.

이날 체육대회에서는 한 동문이 옛 교복을 입고 깃발을 들고 입장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교복 등 뒤에 노 전 대통령을 격려하는 등벽보를 붙여 입장하기도 했다.

a  개성고 한 동문이 옛 교복을 입고 체육대회에 입장하고 있다.

개성고 한 동문이 옛 교복을 입고 체육대회에 입장하고 있다. ⓒ 윤성효



a  개성고 한 동문이 옛 교복을 입고 등 뒤에 노 전 대통령을 격려하는 등벽보를 붙여 입장하고 있다.

개성고 한 동문이 옛 교복을 입고 등 뒤에 노 전 대통령을 격려하는 등벽보를 붙여 입장하고 있다. ⓒ 윤성효



a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단상에 앉아 후배들이 현수막을 들고 입장하자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단상에 앉아 후배들이 현수막을 들고 입장하자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윤성효


#노무현 #개성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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