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문화제가 열린 서울 청계광장에서 김밥 할머니를 폭행을 한 서울시 가로환경개선추진단 용역업체 박모(23)씨가 19일 오후 종로경찰서 강력계에서 조사를 받고 있다.
권우성
청계광장에서 벌어진 김밥 할머니 폭행 사건을 지켜본 누리꾼들은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미디어 다음> 아고라에서 진행된 '김밥할머니 잔인하게 폭행한 자 강력 처벌하라'란 내용의 서명운동은 시작된 지 몇 시간 만에 3000여명이 동참했다. '김밥할머니 폭행한 '가로 정비' 누군지 수사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서명도 순식간에 목표 인원인 1000명을 훌쩍 넘겼다.
또한 <다음>의 '평범한사람'은 '김밥 할머니' 카페를 개설하고 사건의 전모를 밝혀내기 위해 누리꾼들을 모으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된 기사에는 격분한 누리꾼들의 "노약자를 무지막지하게 패다니 당신은 부모도 없나"는 등의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노점상을 불도저식으로 내몰며 이룩한 '이명박 청계천 신화'의 그림자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이토록 무자비하게 때릴 줄은..." 서명에 동참한 누리꾼들은 하나같이 격한 어조였다. 'zoo6663'은 "아무리 세상이 험하다해 도 부모, 아니 내 할머니라 생각한다면 이런 행동이 나올 수 있는 것인가"라며 개탄했다. '다다'도 "노인들을 때린다는 것을 말로만 들었지 동영상으로 보긴 처음"이라며 충격을 감추지 않았다.
'김밥 할머니' 카페의 한 회원은 "정말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네요"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어려서부터 동네에서 먹고 싶은 간식거리가 있을 때마다 '할머니 100원만'이라 말하면 언제나 천원짜리 지폐를 꺼내주시던 돌아가신 할머니가 떠오른다"며 울먹였다.
서울시의 허술한 관리를 규탄하는 누리꾼들도 많았다.
'가제트'는 "오세훈 시장을 직무유기 및 관리감독 소홀로 고발해야 하고, 만약에 이것이 여의치 않다면 시민감사청구를 발동하여 반성케 해야 한다"며 "도대체 이게 말이 되는 일이냐, 시장이 자기 공과만 세우려고 디자인서울이라 하면서 시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건가"라고 맹비난했다.
"폭력적 '노점탄압' 계속되는 한 이런 피해 속출할 것" 노점상을 '불도저식'으로 몰아내면서 이룩한 '이명박 청계천신화'가 이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의견도 여럿 보인다.
'갯벌'은 "MB가 대통령이 되겠다는 야욕으로 만들어낸 청계천 사업을 언론에서는 추진력이니 노점상과의 대화니 하는 것들로 추켜세웠지만 결국은 이런 폭력을 써서 완성된 사업"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노점으로 하루 몇 푼 벌어먹고 사는 사람들이 도시개발로 터전을 잃고 산동네에서 폭력배들에게 얻어맞고 또 쫓겨나는, 정말 눈으로 보고 싶지 않은 광경들이 매일 서울 곳곳에선 공공연하게 일어나고 있다"며 "그 뒤에는 공권력이 있고, 또 그 뒤에는 땅값과 미화에만 관심이 있는 서울 시민들이 있다. 우리들이 그 원흉임을 외면하지 말자"고 당부했다.
'하이에나'도 "이명박 대통령의 노점탄압은 서울 시장 때부터 악랄했다"며 "한나라당이 집권하는 한 저 할머니 같은 불쌍한 민초들의 피해가 속출할 것 같다"며 씁쓸해했다.
'평범한사람'은 "자신의 삶의 공간에서 일어난 무차별적 폭력에 대해 그들은 이제 아무 것도 할 것이 없다"며 "장사를 하지 못하면 어차피 살 수가 없는 상황에서 저항을 하면 출두요구서가 나오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2신 : 19일 오후 1시 40분]"할머니가 욕해서 우발적으로 폭행... 죄송"지난 17일 저녁 서울 청계광장 촛불문화제 행사 장소에서 김밥을 팔던 할머니를 무차별 폭행했던 20대 남성은 현재 종로경찰서에 소환돼 조사를 받고 있다.
서울시 가로환경개선추진단과 계약된 용역업체 박모(23)씨는 인터넷 상에서 자신의 '폭행 동영상'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19일 오전 11시30분경 경찰에 자진출두했다. 박씨는 경찰 조사에서 "할머니에게서 심한 욕을 듣고 순간적으로 참지 못해 우발적으로 행동한 일"이라며 "죄송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폭행 피해자인 60대 '김밥 할머니'의 신원은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서울시의 자유게시판에는 "우리가 저런 놈들 고용하라고 세금 낸 줄 아십니까" 등의 비판 글이 쇄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