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사 전공한 미국계 기업 출신의 '변화'와 '고객'이야기

[서평] 구본형의 <익숙한 것과의 결별>

등록 2008.05.19 19:42수정 2008.05.19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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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소 정국이다. 익숙한 것마저 너무 힘들어지는 시대가 되어 가는 것 같다. 이런 시대를 갈무리하려는 마음으로 책을 들었다. 변화전문가 구본형의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다. 그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책제목도 너무 매력적이다.

 

그런데 이 책을 집어 들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나름 진보적인 책만을 읽겠다는 '고정관념'에 저자 구본형은 공병호류와 비슷한 책을 쓰는 사람처럼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그런 내 생각에 변화를 준 것이 늘상 보는 <한겨레>였다. <한겨레>가 그를 자주 다루는 것이었다(한겨레는 공병호도 자주 다룬다. 재벌들의 이데올로그라고 알고 있는 그를. 내가 잘못 안 것일까? 그래서 한 번 공병호 책도 기사로 다룰 예정이다).

 

구본형의 프로필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그가 대학에서 '혁명사'를 전공했다는 점이다. 혁명사와 전직 IBM직원은 뭔가 생경한 느낌을 줬기 때문이다. 하기사 내 친구 하나는 대학내내 화염병에 각목으로 시위판을 전전하면서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기없이' 모든 것을 학생운동에 쏟다가 지금은 외국계회사의 마흔살 이사로 있다. 그처럼 내게는 혁명과 미제는 다른 것으로 이해가 되었고, 반면, 세상은 사람들에게 변화를 해야할 다양한 조건들을 만든다. 변화된 조건들에 순응을 하는 것이 아니라 '대응'을 해야한다는 것도 이 책을 읽으면서 사색한 점이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은 책을 읽기 전의 일반적인 선입견과는 여러모로 다른 책이다. 이 책을 읽고 싶다면 이 점을 주의해야 한다. 경영학에 대한 지식이나 전공여부는 필요없지만 관심은 조금 있는 사람이 읽어야 더욱 유익한 책이라는 점, 술술 읽을 에세이류의 책이 아니라 아주 강한 로직을 깔고 있는 책이라는 점 등을 사전에 이해해야 한다. 이 책은 독자의 사객과 사고의 깊이에 따라서 응분의 보상을 주는 책이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에서 그의 일관된 주장은 '고객'이라는 키워드로 집약된다. 이 땅에서 '제대로' 직장인 생활을 하고 싶다면 '고객'에게 얼마나 '미친듯이' 집중을 해야 하는지를 세뇌 수준으로 써 내려가고 있다. 그의 책은 독자의 생각을 바꾸고 독자에게 정말 익숙한 관행과 습관들에 대해서 결별할 것을 강요(?)한다. 거부감 때문에 떨어져 나갈 것 같으면 이 책을 읽지말기 바란다. 서점에 널린 자기계발서나 처세술 책이나 읽기 바란다.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면 두 번째 주의해야 할 점이다.

 

살다보면 익숙해 지는 것이 너무 많고, 그걸 바꾸기란 너무 어렵다. 그렇지만, 때론 익숙한 것을 바꿔야 한다. 그냥 먹는 쇠고기라도 한 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저자는 쇠고기같은 우리들의 고정관념을 바꾸라고 계속 지시한다. 그의 문체는 다정하지도 살갑지도 않다. 미제기업의 간부출신답게 거의 지시형에 명령형이다. 약간 예의바른 문구를 쓴다는 것이 전부다.

 

자의식이 강한 독자라면 읽다보면 기분이 나빠진다. 지가 뭔데 나더러 이래라 저래라 지시해라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아마 저자는 그럴 것이다. 그러면 내 책 읽지말라고(아마도). 그런데, <익숙한 것과의 결별>은 계몽적이면서도 대단히 이성적이고 논리적이며 설득력이 있다는 점에서 그의 핸디캡을 '완전히' 극복했다.

 

진지한 독자라면 "저자라는 권위"에 반발은 할 수 있지만 '자신의 발전을 위해서' 도저히 저자의 논리와 설득을 그냥 넘겨 버릴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피곤하고 힘들어 진다. 그냥 던져 놓고 싶다. 이 책을 읽기전에 주의해야 할 세 번째 점이다. 자신의 고정관념들과 싸우기 싫다면 그냥, 읽지마라!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도서관에 반납하면서 정말 잘 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간의 독서여행이 일찍 끝난 것이 너무 아쉽다. 구닥다리 책들만 출판하는 줄 알았던 '을유문화사'도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고, 출판된 지 제법된 책들도 한 번 검토해 봐야겠다는 '소중한' 생각이 들었다(<익숙한 것과의 결별>의 초판은 IMF사태 무렵에 나왔음). 정말 소중한 것들이 아니라면 나와 내 생활의 근저에 고정되어 있는 익숙한 것들을 이제는 정말 깨고, '결별'해야 겠다.

2008.05.19 19:42ⓒ 2008 OhmyNews

익숙한 것과의 결별

구본형 지음, 윤광준 사진,
을유문화사, 2007


#변화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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