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아내는 두 아이를 키우며 느낀 교육의 뜻, 사는 이야기, 자라는 이야기 등을 책으로 모으기로 했습니다.
교육전문가까진 아니더라도, 부부는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자라고 어울리는 자연을 보며, 그 속에서 자라는 아이들 모습을 역시 자연스럽게 담아두기로 했습니다.
남편과 아내는 사이좋게 살아가려 애쓰는 모습 그대로, 상대방이 쓴 글을 서로 다듬어주는 것은 물론 두 아이도 함께 이 작업에 참여시켰습니다. 아빠 김광화씨가 탱이(딸. 정현)와 나눈 대화 두 편을 부록으로 넣은 것도 다 아이들과 만든 책임을 강조하는 뜻에서입니다.
그리고 함께 책을 쓰며 엮어나간 부부는 책 쓰는 내내 아이들에게 이것저것 묻습니다. 글 한 편 한 편마다 주제가 있을 텐데, 그 때마다 부부는 아이들 생각을 물어서 자연스럽게 책을 살아있는 교과서로 만들어 간 겁니다. 그저 글자만 죽 늘어져있고 사람 목소리는 없는 그런 교과서 말구요. 아이들까지 참여하여 만들었기에 사는 모습, 사는 냄새 그대로 배어나는 그런 책 말입니다. 그렇게 부부는, 적절한 관심과 또 적절한 '방치'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늘 고민합니다.
1~3부를 통해 부부는 '자연스런 부모 노릇'이 무엇인지를 찾아 떠난 과정을 술술 적어나갔습니다. 자연과 몸이 반응하는 대로 살 수 없는 도시에서 '자연스러운 부모'가 된다는 건 정말이지 '불가능'이었습니다. 부부는, 자신들은 물론 아이들까지 '굴레 인생'을 살게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4부는, 이들이 기존 교육 체계를 떠나 새로운 교육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고민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걱정스러울 때'라는 제목이 그것을 말해주죠.
나머지 부분인 5~7부는 아이들이 지식 채우기에 앞서 '자신을 찾아가는 길'을 찾아야 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부부는, 사는데 필요한 기술마저도 '온전한 사람'이 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레 터득하게 합니다(5부). 그리고, 자기 몸이 성장하고 변화하는 것을 보며 '자란다, 커간다'가 무엇을 말하는지를 배우게 합니다(6부). 게다가, 모든 것이 나누어져 있어서 나와 관계된 일이 아니면 하지 않고도 잘 사는 곳이 '도시'라면, '시골'은 모든 게 '내 일'이자 '우리 일'(7부)이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누누이 알려줍니다.
"점심시간에 아이가 입을 다물 줄 모른다. 시험장 풍경이 너무 신기했나 보다. 할아버지, 아줌마와 함께 치는데다, 서로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니 인심이 넉넉하단다. '인디언은 시험을 볼 때 서로 힘을 모아 문제를 푼다'는 말이 떠올랐다. 이 시험은 합격 여부를 떠나 탱이에게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같은 책, 중학교 과정을 그만둔 후 검정고시장에서 탱이가 겪은 일, 71)
함께 가르치고 함께 배우는, 그래서 심심할 틈이 없는 네 식구
"예전에는 책이 공부가 된다고 생각했는데 깊이 생각해보니 책이 벗이 되네요. 책은 시간만 난다면 언제든 친구가 될 수 있어요."(같은 책, 아빠와 수다 떨던 상상이가 한 말, 191)
탱이(딸, 첫째)와 상상이(아들, 둘째)는 혼자 노는데 익숙합니다. 물론, 처음에는 그렇지 않았죠. 하지만, 아이들은 곧 스스로 자기 삶을 스스로 만들어갑니다. 부모님 농사를 거들고, 책을 읽으며 자신을 발견하고 세상을 발견합니다.
아이들은 질문을 받지 않더라도, 눈으로 보는 것과 몸으로 겪는 모든 것에서 질문거리를 찾아냅니다. 그리고, 같이 뿌리 볍씨가 각기 달리 자라듯이 '탱이'와 '상상이'도 크는 모습이 조금씩 다릅니다. 서울 반쪽이자 산골 반쪽인 '탱이'에 비해 '상상이'는 아기 때부터 산골서 자란 '산골놈'입니다. 그래서, 상상이는 서울 외할아버지가 스스로 농사짓지 않아서 밥 먹는 게 힘들것 같다는 걱정을 하기도 합니다. 상상이는 그런 아이입니다.
'몸으로 배운 건 몸에 밴다'(7부 네 번째 글 제목)는 단순한 진리를 그대로 실천하는 부부는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새로운 교육, 참다운 교육을 찾아 서울을 떠났던 이들 부부는 한때 경남 산청에서 간디공동체 생활을 하기도 했습니다. 첫째 탱이를 데리고 서울을 막 떠난 때(1996년)이었습니다. 그러다, 점점 학교살림이 커지면서 자연을 벗삼아 아이들과 '자연스레 살리라'는 꿈이 점점 제한받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1998년에 그곳을 떠나 다시 새로운 곳을 찾아다녔고, 두 번째 여정에서 다다른 곳이 바로 지금 살고 있는 무주입니다. 네 식구는 공부도 같이 하고 일도 같이 합니다. 서로 교사가 되고 또 학생이 됩니다.
"내가 존경하는 이오덕 선생님은 '일한다'는 말은 '사람이 자연 속에서 자연을 상대로 즐겁게 무엇을 할 때' 쓴다고 하셨다." (같은 책, 아이들이 일 배우는 걸 본 엄마의 말, 249)
장영란·김광화 부부 그리고 탱이와 상상이는 '자연달력'도 키웁니다(?!). 그 안에는 오랫동안 어우러져 사는 이웃도 있고 그때그때 들렸다 가는 손님도 있습니다. 부부는 이곳에서도 다정하게 손잡고 같은 자리를 꾹 지키고 있습니다.
(자연에서) 일하면서 (세상을) 배우고, 배운 대로 또 일하는 부부는 여전히 할 일이 참 많습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기로 한 초기에는 학교와 관련된 일에서 벗어난다는 생각만 했지만, 지금 부부는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가야 할 세상을 실현하기 위해 오히려 더 바쁩니다. 물론, 절대 일에 치이지는 않습니다. '자연달력'에 따라 물 흐르듯 살아갈 뿐입니다. "누가 해설하지 않으니 시가 좋아지데요"라고 말하는 탱이의 한 마디에서는 '자연스런 부부'가 되려는 이들의 노력이 열매 맺는 모습을 살짝 엿볼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아이들은 자연이다- 귀농 부부 장영란·김광화의 아이와 함께 크는 교육 이야기> 장영란·김광화 지음. 박대성 사진. 돌베개, 2006.
누리집 '자연달력' www.nat-cal.net
2008.05.21 20:46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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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자연이다 - 귀농 부부 장영란·김광화의 아이와 함께 크는 교육 이야기
장영란.김광화 지음,
돌베개,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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