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과 그 전신 정당들이 2004년 17대 총선이후 대형선거에서 연속으로 패배하면서 나온 푸념들이다.
이번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이 압승하면서 특히 수도권 111석 중 79석을 싹쓸이 하면서, 이런 푸념들은 '참명제'로 굳어졌다. 많은 이들이 '민주 대 반민주' 구도가 깨진 상황에서의 본격적인 대안모색을 시작했다.
통합민주당의 '전략통'으로 꼽혀온 민병두 의원도 '개혁세력의 재구성-재집권은 가능한가'라는 화두를 내걸고, 그 나름의 고민에 들어갔다.
그는 20일 기자들을 비롯한 지인들에게 보낸 글에서 '도발적 질문'이라는 이름으로 '우선' 8개의 문제를 제기했다.
협소해진 민주당의 지지기반을 분석하면서, 이에 대한 문제의식과 대안을 아직은 '총론' 형태로 정리하고 있다. 그동안 개혁세력이 '관성적으로' 또는 게을러서 '어어' 하면서 지나쳐온 사안들이다.
민 의원 자신이 18대 총선에 지역구(동대문을)로 나섰다가 패배했다는 점에서, 이 고민은 자신의 생존전략이기도 하다.
민 의원은 "지난 두 정권을 거치면서 우리가 가치중심적인 자세를 갖게 되면서 축소지향의 모습을 보여왔는데, 이제 확대지향적으로 가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아줌마 대중'이 가장 사회적 약자인데, 이 분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고민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의 편지는 17대 국회의원으로서는 회고사에 해당하고, 정치인으로서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겠다는 서약서이자, 대선과 총선현장에서 절실하게 체감한 문제들"이라며 "통일외교안보와 성장전략론을 추가해 집단적으로 고민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8개 질문의 요약정리.
① 노인정당은 안되나: 개혁세력은 항상 젊은 정당을 지향해 왔다. 4·19 이후 젊은 정당 지향을 기본으로 하고 고령층은 포기하다시피 했다.
근본적으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인구 구성층의 변화이다. 조만간 초고령화사회가 닥쳐온다. 65세 인구의 비율이 5분의 1인 사회가 다가온다. 노인을 포기해도 선거에서 과연 이 길 수 있을까. 투표율이 높은 50대 이상에서 2:8, 3:7로는 도저히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
과거에는 6·25세대를 중심으로 한 안보세대와 근본적인 벽이 있었다. 그 벽을 넘어선다는 것은 불가능했고, 지금도 그 벽은 강고하다. 하지만 안보이슈가 세상을 갈라놓던 시절은 오래됐고, 지금은 이념과 색깔이 선거판을 좌우하던 시대가 아니다. 생활이슈·생활경제가 제1의 관심이 되었다.
② 아파트정당은 안되나: 아파트가 들어서면 주민들의 의식이 바뀐다. 아파트자체가 계급화된다고 한다. 보수화된다고 한다. 문화도 바뀐다. 획기적인 대책이 없으면 우리는 지방으로, 소규모 도시로, 서울에서 생존하기 힘들어 이사를 한 시민들이 모여사는 외곽으로, 외곽으로 밀려나야만 한다.
아울러 정당은 대도시에서는 아파트에 기반할 수 있는 정당 문화를 가져야 한다. 환경, 생명, 여가선용 등 삶의 질에 관심을 갖고 있는 아파트 주민층을 겨냥한 조직화가 가능해야 한다. 아파트의 복지문화관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선도할 수 있는 정당문화와 지역리더가 있어야 한다.
③ 여성정당은 안 되나(취업과 조기 결혼, 교육문제): 암탉이 세상을 점차 지배해가고 있다. 지역사회도 여성이 움직이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여론을 형성한다는 자영업은 거의 부부가 함께 하고 있다. 자영업은 전통적으로 한나라당 지지기반이다.
조혼은 내집 마련과 관련된 것이고, 보육은 여성의 사회적 진출을 지속적으로 가능하게 해준다. 30~40대 여성의 주요한 관심을 교육이다. 자신의 노후가 현재의 계층에서 탈락하지 않고, 자녀가 현재의 계층에서 상승하는 길은 교육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대학과 중등교육 사이에 놓여있는 대학입시라는 악마의 저주를 근본적으로 끊어내는 획기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사교육비와 암기교육, 획일화교육, 서열화교육에 대한 획기적 단절방안의 제시를 진실로 고민하는 정당이어야 한다.
④ 40대 남성은 개혁에서 보수로 고착화되었나: 수도권의 40대 남성은 선거에서 승패를 판가름하는 요소였다. 김대중정권과 노무현정권을 탄생시킨 '386'세대였다. 40대는 생활과 경제에 가장 민감한 세대이다. 환란위기이후 세계화가 급진전되면서 평생직장의 꿈은 사라졌고 소규모 한계자영업을 전전하게 되었다. 따라서 경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아이들 사교육비는 늘어나고, 고령화 사회가 되면서 부모 부양 책임도 길어지는 것이 지금 40대의 현주소다.
하지만 지금은 정년도 보장이 되지 않고 노후도 불안하다. 인생 2모작에 대한 설계가 있어야 한다. 재교육 평생교육프로그램으로 제2의 인생설계토록 해주어야 하는 등 이런 변화에 해답을 주어야 한다.
⑤ 이민국가·다인종국가는 안되나: 5천년 단일민족은 옛날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국제결혼의 비율이 10% 안팎을 넘나든다고 한다.
차제에 우리나라를 아시아의 다인종국가, 이민국가로 만든다는 적극적인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중국의 중화주의 부활, 일본의 폐쇄적 국수주의는 다인종국가를 지향하기 힘들다. 우리가 아시아의 고급두뇌를 흡수할 때 우리의 다이나믹스가 보충되고 새로워진다. 다인종국가는 자원외교, 문화외교를 하는데 있어서도 유용하다.
⑥ 서울의 재구성: 지난 대선에서 '수도권 지역주의'라는 새로운 표심이 나타났다고 한다. 지난 총선에서는 서울에서 뉴타운 광풍이 불어닥쳤다.
뉴타운의 현실을 제대로 꿰뚫어 보고 있다면 뉴타운은 내놓아서는 안 되는 공약이다. 그렇다고 단순히 뉴타운을 반대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뉴타운의 폐해를 잘 모르는 다수의 시민들이 선거에서 집권당의 '뉴타운 후보'를 선택하지 않았는가. 우리의 대안이 분명해야 한다.
부동산가격을 안정시키면서, 원주민들이 삶의 공동체를 파괴당하지 않고 재산권을 실현할 수 있는 순환개발·광역개발·장기개발로 가야한다. '순환개발'이라 함은 국가와 도시가 일정공간을 매입해서 집주인이나 세입자들이 개발되는 동안 순차적으로 입주할 수 있는 개발을 뜻한다.
⑦ 질좋은 동반성장론: 시장과 윤리 중에서 양자 선택을 해야 한다면 시장만을 강조하는 것이 보수파이고, 윤리를 시장에 우선하는 것이 진보파이다. 개혁파는 공존이 가능한 사회, 패자 부활이 가능한 사회, 기회의 균등을 강조한다. 그래서 나오는 고민이 동반성장이다. 낙오자 없는 세계화이다.
하지만 건국·산업화·민주화·선진화와 같은 시대목표로 보기는 어렵다. 동반성장이 선진화의 방법론이고, 내용일 수 있지만 기치는 아니다. 선진화와 다른 기치를 분명히 하든지, 아니면 선진화를 우리의 기치로 만들되 내용에서 분명한 차별성을 보여야 한다. 그리고 이를 이행할 수 있는 국가전략을 분명히 해야한다.
⑧ 인물 기근과 충원의 벽을 돌파할 수 없을까: 대선과 총선의 패배로 다음 대선과 지방선거에 임할 수 있는 인물난은 더욱 심각해졌다. 오늘 개혁세력의 대표인물들은 김대중시대에 영입되고 육성된 인물이다. 김대중시대에 지속적으로 수혈하고, 스타로 제조된 인물이다. 상당한 정도로 자생력에 한계가 있다. 대중이 바라던 것과 달리 의존정치를 해왔다. 그 결과 대·총선에서 참패를 맛보았다.
개혁세력이 앞으로 인물을 키워내기 위해서는 구정치에 의존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시류에 따라 우왕좌왕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기치와 원칙을 양손에 부여잡고 있는 정치인을 육성해야 한다.
2008.05.21 22:11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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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노인당' '아파트당' 하면 안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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