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 하늘을 수 놓은 까마귀떼
최대석
리투아니아인들 사이에 살면서 음식에 관해 대화를 나눌 때면 빠지지 않는 물음이 있다. 그 물음은 다름 아닌 한국 사람들의 개고기 식용이다.
대부분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한국 사람이 일반 가정에서도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처럼 개고기를 소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심지어 이들은 작은 애완견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개를 한국 사람들이 먹는 것으로 믿고 있다.
이제 이들에게 쉽게 한 방 날릴 수 있는 거리가 생겼다. 바로 일부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까마귀 고기를 먹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속담에 무엇인가를 잘 잊어버리는 사람을 가리켜 '까마귀 고기를 먹었나?'라는 말이 있다. 정말 까마귀 고기를 먹으면 잊어버릴까?
하지만 한국에 살 때 주위에 까마귀 고기를 먹은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리투아니아 사람들도 까마귀 고기 먹는 것을 비정상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들은 까마귀 고기 먹는 것을 별미로 바라보는 것보다 우선 역겨워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몇 세대 전까지만 해도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까마귀 고기를 전통적으로 먹어왔다는 사실이 문헌을 통해 밝혀졌다.
옛 음식풍습인 '까마귀 고기 먹기 운동'을 주창하고 있는 리투아니아 사람을 만났다. 전직 검사 출신인 변호사 안드류스 구진스카스(50)는 사냥꾼 노인으로부터 까마귀를 사냥해 까마귀 고기 요리를 장만하는 법을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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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마귀고기 맛있어요! ⓒ 최대석
까마귀 고기를 시식해보니 아주 맛이 좋아 이후 계속 먹어오면서 주위 사람들에게도 권했다. 처음에는 "같이 까마귀 고기를 먹었다는 말을 다른 사람, 특히 아내에게 하지 말라"고 부탁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까마귀 고기를 먹는 사람들이 하나 둘씩 늘어났다.
몇 해 전 까마귀 고기 먹기 축제를 열기도 했다. 참석자 대부분은 처음 먹어보는 까마귀 고기를 닭고기·토끼고기·오리고기 등과 비교하면서 맛이 아주 좋다고 평했다. 이제 이들은 더 이상 까마귀 고기를 먹는 것이 역겹고,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라 조상들이 먹었던 음식을 먹는 떳떳한 일로 생각하게 되었다.
까마귀 고기 먹기를 주창하는 구진스카스는 "까마귀 고기를 먹는 것에만 그치지 말자. 까마귀는 서로 상대방의 눈을 쪼지 않는 신사의 새다. 우리도 서로 도우면서 화목하게 살아가자"라고 강조한다.
당시 만난 한 참석자는 "한국은 개고기를 먹고, 우리는 까마귀 고기를 먹는다. 음식 문화는 지역과 민족에 따라 달라진다. 그러니 자기 기준만으로 상대방의 음식문화를 절대적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지당하신 말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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