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최근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대운하와 747공약 등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그는 대운하에 대해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라며 "국민적인 여론이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한나라당 경선 과정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대운하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던 사람으로 이런 반응은 어쩌면 당연한 것. 그러나 여당의 입장으로 대통령의 공약을 대놓고 비판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보면 그 심정이 이해도 된다.
또 이명박 대통령의 또다른 핵심공약이던 '747(매년 7% 성장, 4만 달러 소득 달성, 세계 7대 경제강국 진입)에 대해서도 "공약이 아닌 비전일 뿐"이라고 했는데, 아무래도 이 발언은 그가 박근혜 전 대표의 경제자문으로 활동할 때와 비교하면 좀 머쓱해진다.
물론 이미 이명박 대통령이 후보였던 때부터 매년 7%의 성장을 낙관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경제대통령을 표방하며 출마했던 이명박 대통령에게 국민들은 그의 '불도저 정신'과 청계천에서 보여 준 '기적적인 경제부흥'을 기대했다.
그만큼 경제문제는 절박했기 때문이다. 만일 한나라당이 집권하기 전에 이번 이한구 의장의 말대로 "7% 성장이 가능하도록 체질을 바꾸겠다는 것이 우리의 약속이고, 7%를 꼭 만들겠다거나 뒤에 있는 47까지 반드시 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는 말을 했다면 과연 이명박 대통령이 그만큼 지지를 받았을 지 의문이다.
박근혜 때 가능했던 7% 성장, 이명박에 와서는 불가능(?)
하지만 문제는 그의 이런 발언이 한나라당 경선때 박근혜 전 대표를 돕던 때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2007년 2월 5일, 여의도 박근혜 캠프 사무실에서 박 전 대표는 '연평균 7% 경제 성장 달성'을 골자로 하는 경제구상을 발표한 바 있다. 여기서 박 전 대표는 "새 국가지도자가 올바른 경제 리더십만 발휘한다면 성장률 7% 달성이 가능하다"고 했다. 이를 위해 국가기강확립, 규제철폐, 국제사회 신뢰도 제고 등 3대 실천 전략 등을 제시했다.
이른바 '근혜노믹스'(박근혜 + 이코노믹스)로 불리는 이 정책은 그를 지원하던 경제자문팀이 지난 2006년 9월부터 5개월 간 준비한 작품이었다. 여기서 핵심인물이 바로 대우경제연구소 사장을 지냈던 이한구 의장이다.
당시 같은 팀에는 남덕우 전 국무총리와 현명관 전 삼성물산회장이 좌장 역할을 맡았고, 차동세 전 KDI 원장, 신세돈 숙명여대 교수, 이혜훈 의원의 남편인 김영세 연세대 교수, 안종범(성균관대), 이종훈(명지대), 김광두(서강대), 표학길·방석현(서울대), 김인규(한림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또 KDI 출신인 유승민 의원과 청와대 경제비서관 출신인 최경환 의원도 가세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한 때 "7% 성장률은 너무 높게 잡은 것"이라는 반론도 나왔지만, 회의를 거듭하면서 "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한다. 당시 박근혜 전 대표의 7% 성장론은 대선후보들 중 최초였다. 그래서 당시 다른 당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받았다. <오마이뉴스>가 당시 상황을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대선후보 중 처음으로 경제정책 밑그림을 내놓은 자신감이 깔려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은 싸늘하다. 선봉에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섰다. 그는 7일 '근혜노믹스'의 실현 가능성을 거론하며 "8% 공약 못하는 난 '바보정치인'이라며 박 전대표를 겨냥했다." <오마이뉴스 2007년 2월 7일>
이같은 포화를 받는 박근혜 전 대표를 위해 경제성장 7%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홍보했던 사람이 바로 이한구 정책의장이 중심이 됐던 '경제자문팀'이었다. 이들은 틀림없이 연평균 7% 성장이 가능하다고 했었다.
그런데 무슨 이유인지 박근혜 전 대표가 낙선하고 이명박 대통령이 당선 된 지난해 12월 19일 이후에 이 의장의 입장이 대선 직후 갑자기 바뀐다. 지난해 12월 24일자 <경향신문>은 이한구 의장이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 내용이라며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24일 7% 성장과 관련,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무리가 따를 수도 있다"면서 "4대 규제 완화는 물론 새로운 내수시장 창출, 경영권 보호장치 마련 등의 방안을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중략)…이한구 의장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7% 성장은 다소 힘들다. 해외 여건은 상당히 나쁘다"면서도 "무리가 있지만 일자리 창출이 제대로 되려면 성장을 이 정도 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다소 부작용을 감수하고라도 달성해야 되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해외여건이) 나빠지는 만큼 국내에서는 더 강력한 개혁·개방 노력을 하고 또 일하는 사회분위기를 만들어서 잠재성장률을 올려야 한다"며 경기부양·시장개방 확대 방침을 시사했다. <경향신문 2007년 12월 24일>
한 마디로, 같은 7% 성장이라도 박근혜 때는 가능한데 이명박 때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논리. 이 의장의 말장난과 같은 이번 발언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서운함 때문인지 아니면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맹목적 충성에서 오는 객기인지 더 두고 볼 일이다.
2008.05.25 10:58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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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성장, 박근혜 때는 되고 이명박 때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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