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한미 FTA 비준동의안 조속한 처리를 촉구하고 최근 쇠고기 파문에 유감을 표명하는 내용의 대국민 담화를 발표했다. 그러나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청와대 제공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물체는 대부분 원자로 이루어져 있고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구성된다. 원자핵은 다시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되는데, 중성자는 그 수명이 약 15분에 불과하지만 양성자는 수명이 무척 길다. 양성자의 수명이 길지 않다면 우리의 몸과 모든 생명체와 이 지구와 우주의 존재도 장담하기 어렵다.
과학자들은 양성자의 수명을 대략 10^32(10의 32제곱,이하 '^'은 거듭제곱을 의미한다)년 정도(혹은 그 이상)로 추정한다. 이 시간은 우주의 나이(약 100억년=10^10년)와 비교해도 엄청나게 길다. 양성자의 수명을 확률적으로 말하자면, 1년에 양성자 하나가 붕괴할 확률이 약 1/10^32 정도 된다는 얘기다. 무척 작은 확률임에 분명하다(1조의 1조의 1억 분의 1).
그런데 과학자들은 오랜 세월 동안 양성자 붕괴를 실험적으로 관측하려고 노력했다. 언뜻 생각하면 이것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양성자 수명의 추정치가 우주의 나이보다 훨씬 길기 때문이다.
양성자 수명을 밝히려는 과학의 도전 과학자들이 생각한 방법은 확률을 역이용한 것이었다. 양성자 하나를 두고서 그것이 붕괴하는 것을 관찰하려면 무려 10^32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 즉, 1년에 이 양성자 하나가 붕괴할 확률은 1/10^32 이다.
그러나, 만약 엄청나게 많은 개수의 양성자로 실험하면 어떨까? 통계적으로 생각해 보자면 10^32개의 양성자를 관찰하면 1년에 약 1개가 붕괴하는 현상을 관찰할 수 있다! 이 정도 개수의 양성자를 얻는 것은 아주 쉽다. 약 300톤의 물이 가지고 있는 양성자의 개수가 10^32개쯤 된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이렇게 큰 물탱크를 만들어서 양성자의 붕괴를 관측해 왔다. 불행히도 아직 양성자 붕괴를 관측하지는 못했다. 1998년 중성미자(neutrino)의 질량을 간접적으로 확인한 일본의 수퍼 가미오칸데실험에서 약 5만톤의 물로 실험한 결과 양성자의 수명은 10^35년 이상인 것으로 밝혀졌다.
낮은 확률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현대물리학의 기본이다. 곧 가동예정인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의 대형강입자충돌기(Large Hadron Collider, LHC)가 대표적인 예다. LHC는 물리학계의 40년 묵은 과제인 질량생성의 비밀을 밝혀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 비밀을 밝혀 줄 입자는 보통 무척 낮은 확률로 생겨난다. 거시적으로 비유하자면, 가로 세로 1광년씩(1광년은 빛이 1년간 가는 거리로 약 10조km=10^13km이다.)인 우주 공간에 임의로 총을 쏘아 가로 세로 1cm인 정사각형 하나를 맞출 확률이다.
상식적으로 상상해 보면 이는 거의 불가능한 확률에 가깝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이 불가능에 도전해 오랜 세월 동안 대형가속기를 건설해 왔다. 과학자들이 이 낮은 확률을 극복하는 방법은 양성자 붕괴실험과 기본적으로 같다.
LHC는 가로 세로 1광년씩인 공간에 초당 약 10^34개의 총을 쏘는 능력을 가졌다. 이 정도의 성능이면 약 100초에 한번 꼴로 원하는 표적(가로 세로 각각 1cm의 정사각형)을 맞출 수 있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는 횟수의 기대값은 (확률)*(시행횟수)로 주어진다. 과학자들은 천문학적으로 낮은 확률을 극복하기 위해 역시 천문학적인 시행횟수를 동원한다. 지금까지 알고 있는 자연현상들은 대체로 그리 낮은 확률이 아니었기 때문에 쉽게 그 현상을 볼 수 있었지만 과학이 발전할수록 무척 낮은 확률의 현상들만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그만큼 더 많은 시행횟수를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입자가속기의 성능이 계속 높아져야 하는 이유도 여기 있다.
입자가속기 성능이 높아져야 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