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돌문화공원교래리 북쪽 경계 지점에 있다.
장태욱
제주 시내에서 표선을 향해 뻗은 동부산업도로(1137번 도로)는 회천에서 남조로(1118번 도로)와 만난다. 남조로 검문소에서 오른쪽으로 남조로를 따라 4Km쯤 지나면 길 오른쪽에 우뚝 솟은 오름이 보인다.
끝이 뾰쪽하기가 마치 바늘과 비슷하다 하여 바농오름(바농은 바늘을 이르는 제주 방언)이라 한다. 바농오름 앞에는 최근에 개장한 제주돌문화공원이 들어서 있다. 바농오름과 제주돌문화공원을 지나면 교래리의 북쪽 경계를 넘어선 것이다.
산악지대에 위치해서 사냥으로 삶을 지탱했던 마을교래리는 행정구역상으로 제주시 조천읍에 속해 있다. 해발고도가 410m에 이르러 제주도에서 가장 고지대에 자리 잡은 마을이다. 겨울에 한 번 내린 눈은 좀체 녹지 않고, 봄과 가을에도 밤에는 두터운 이불을 덮고서야 잠을 잘 수 있다. 차가운 기후로 이 마을은 예로부터 농사가 발달하지 못했다. 화전을 일구었던 흔적도 있지만 마을은 주로 목장과 산림지대로 이루어져 있다.
4·3 과정에서 마을이 전소되면서 많은 기록이 소실됐기 때문에, 교래리의 정확한 설촌 연대는 기록으로 남아 있지 않다. 다만 이 일대에서 고려장의 흔적과 화전민이 거주했던 터 등이 발견됐고 탐라순력도에 교래대렵(僑來大獵)이 남아 있어서 설촌 시기를 대략 700~800년 정도 전으로 추축하고 있다.
과거에는 교래를 '도리'라고 불렀다. 교래리에 하천이 발달했는데, 다리 모양의 암반이 있어서 그 곳을 다리 삼아 건넜던 것에서 유래된 마을명으로 보고 있다. 도리는 다리를 이르는 제주 방언이다. 도리가 교래리로 바뀌는 과정에서도 '다리 교(僑)'자와 '올 래(來)'자를 사용하여, 지명의 유래를 더 명확히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