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부익부 빈익빈
.. 조국근대화니 경제재건이니 하는 그럴듯한 간판을 내세우고 밀고 나가는 그들의 경제정책이 어찌하여 그렇듯 부익부 빈익빈의 방향으로 지향하는지 알 수 없다 .. <김영삼-정치는 길고 정권은 짧다>(사상계사,1967) 164쪽
“-의 방향(方向)으로 지향(志向)하는지”는 겹말입니다. “-의 방향으로 가는지”나 “-를 지향하는지”로 고쳐야 할 텐데, 저라면 “-로 나아가는지”로 다듬겠습니다. “… 밀고 나가는 그들의 경제정책이”는 “그들이 … 밀고 나가는 경제정책이”로 손보면 ‘-의’를 덜어낼 수 있습니다.
┌ 부익부(富益富) : 부자일수록 더욱 부자가 됨
├ 빈익빈(貧益貧) : 가난할수록 더욱 가난해짐
│
├ 부익부 빈익빈의 방향으로 지향하는지
│→ 부자일수록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할수록 더 가난해지는지
│→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골이 더 깊어지는지
│→ 부자는 더 부자 되고 가난하면 더 가난해지는지
│→ 부자는 더 큰 부자로 키우고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으로 내모는지
└ …
있는 사람은 더 가지게 되고, 없는 사람은 더 없게 되는 우리 사회이기는 예나 이제나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합니다. 앞으로도 지금 모습이 바뀌지 않은 채 이어나갈는지요. 우리들은 이와 같은 모습을 고칠 마음이 없이 그대로 내버려 둘는지요. 우리들은 콩알 만한 작은 재산이라 해도 이웃과 넉넉하게 나눌 수는 없는지요. 이제는 학교에서도 ‘콩 한 알도 나눠 먹는다’는 말은 가르치지 않는가요. 학교에서 안 가르쳐 주고 시험점수 따기만 가르친다 하면 집안에서라도 가르칠 일인데, 집안에서도 안 가르치고 있습니까. 집안에서 못 가르친다면 마을 어른들이라도 가르쳐야 할 텐데, 마을 어른들은 그저 팔짱을 끼거나 뒷짐만 지고 있습니까.
┌ 있는 놈은 살찌우고 없는 놈은 굶기는지
├ 가진 놈은 더 가지고 못 가진 놈은 더 잃는지
├ 돈없는 사람을 자꾸 울리기만 하는지
└ …
우리 나라 경제정책이, 돈있는 사람한테만 더 많은 돈을 쥐어 주도록 치우치거나 비틀려 있다면, 교육정책은 어떻게 되어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문화정책은 어떻게 되어 있는지, 과학기술정책은 또 어떠한지, 건설정책은 또 어떠한지 생각해 봅니다. 교통정책은 ‘자동차 안 굴리는 사람’들도 헤아리면서 꾸려 나가고 있는가요. 주택정책은 ‘집 한 채도 없지만 달삯 내느라 허리 휘는 사람’들을 두루 살피면서 이끌어 나가고 있는지요.
ㄴ. 일당백
.. 매일 아침과 저녁엔 고모가 운영하는 남양주의 한정식 식당에서 일손을 돕는 일당백 종업원 .. <김종휘-너, 행복하니?>(샨티,2004) 56쪽
“매일(每日) 아침과 저녁엔”은 “날마다 아침과 저녁엔”이나 “아침과 저녁마다”로 다듬습니다. “고모가 운영(運營)하는”은 “고모가 꾸리는”으로 다듬어 주고, “남양주의 한정식 식당(食堂)”은 “남양주에 있는 한정식 밥집”으로 다듬어 봅니다.
┌ 일당백(一當百) : 한 사람이 백 사람을 당해낸다는 뜻으로, 매우 용감함을
│ 이르는 말
│ - 일당백의 장수 / 불과 삼백여 명으로 조직되었으나 모두 일당백의 기세다
│
├ 일당백 종업원
│→ 일 잘하는 종업원
│→ 믿음직한 종업원
│→ 훌륭한 종업원
│→ 든든한 종업원
└ …
‘일당백’뿐 아니라 ‘일당천’이나 ‘일당만’처럼도 씁니다. 이 말을 아는 분은 재미나게 가지를 쳐서 쓰곤 합니다. 아마 누구라도 그러겠지요. 한 가지 말을 잘 알게 된 뒤에는, 자기가 잘 알게 된 말로 가지치기를 하잖아요.
┌ 일당백의 장수
│→ 잘 싸우는 장수
│→ 혼자서 다 무찌르는 장수
│
├ 모두 일당백의 기세다
│→ 모두 용기가 넘쳐흐르고 있다
│→ 모두 힘이 불끈불끈 솟아오르고 있다
└ …
곰곰이 헤아려 봅니다. ‘일당백’을 놓고 ‘일당천’이나 ‘일당만’으로 가지치기를 할 수도 있으나, “혼자서 두 사람 몫을 한다”나 “혼자서 열 사람 몫을 한다”나 “혼자서 백 사람 몫을 한다”로 가지치기를 해 보면 어떠할까 하고.
“일당백 종업원”이라면 “여러 사람 몫을 하는 종업원”이나 “두 사람 몫을 하는 일꾼”이나 “세 사람 몫을 하는 일꾼”처럼 ‘얼마나 일을 잘하는가’를 낱낱이 나타내면서 가지치기를 할 수 있어요.
“잘 싸우는 장수”를 가리키는 ‘일당백의 장수’는 “마치 두 사람이 싸우는 듯한 장수”나 “마치 세 사람이 싸우는 듯한 장수”처럼 적어 볼 수 있습니다. “모두 일당백의 기세다”는 “모두들 백 사람 몫을 하겠다는 느낌이다”처럼 적어 보고요. 덧붙이는 글 | 인터넷방 <함께살기 http://hbooks.cyworld.com> 나들이를 하시면 여러 가지 우리 말 이야기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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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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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보다 좋은 우리 '상말' (29) 일당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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