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게 농담이 아닙니다. 실제로 그렇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미친소 운송거부는 정치투쟁입니다. 그것도 자기의 손해를 감수하고 하는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운수노조 조합원들은 이 어려운 결단에 동참하고 있기에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유가인하 투쟁은 그 자체로는 경제투쟁이고 생존권투쟁입니다. 노동조합 고유의 투쟁영역이기도 하지만 이것을 결합시키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면 현대자동차노조는 작년에 한미FTA반대를 걸고 정치파업을 감행했습니다. 그러자 여론은 노조가 웬 정치투쟁이냐며 난리를 칩니다. 철도노조는 2003년에 민영화계획에 맞선 총파업을 했습니다. 그러자 여론은 귀족노조의 제밥그릇 챙기기라고 매도를 했습니다.
지금 운수노조의 '미친소 수송거부'를 포함하여 금속노조의 구내식당 미국소 사용금지 협약, 서비스노조의 판매거부 등등은 모두 정치투쟁입니다. 이 정치투쟁에 대하여 온 국민이 환호하고 지지하지만, 보수언론은 침묵합니다.
운수노조 지도부는 미친소 운송거부를 결정하고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세우면서 굉장히 많은 갈등을 했습니다. 지도부의 희생이야 당연하지만 하루 벌어 하루를 살아가는 화물노동자들에게 일감을 포기하라고 하는 지침을 내릴 수 있는가 하는 고민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조합원들은 그것을 감수하는 결단을 해주었습니다. 눈물나게 고마운 일입니다.
운수노조 지도부는 '유가인하를 위해 쇠고기를 이용한다'는 역공을 피하기 위하여 대단히 노력을 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운수노조도 화물연대도 아직 유가폭등에 따른 어떤 조직적 결정도 내리지 않은 상태에서 조중동이 앞장서서 화물연대의 요구를 들어주라고 아우성입니다.
보수언론과 정부가 촛불 대신 고유가 문제에 매달리는 이유
탄압에도 불구하고 더 밝게 더 크게 타오르는 촛불과 가두행진에도 꿈쩍않는 이명박 정부와 보수언론이 고유가 문제에 대해서 이렇듯 발빠르게 움직이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경제살리기 대통령'이라는 이미지 하나로 버티던 차에 유가폭등 사태를 제대로 수습을 못할 경우, 지지기반 전체가 허물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하나는 바로 노동조합의 경제투쟁, 생존권투쟁이 정치투쟁으로 비화하고 결합하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발표하고 밀어붙였어야 할 공기업 구조조정과 민영화계획을 뒤로 숨기고 있는 것이나, 화물연대가 구체적인 결정도 하지 않았는데 대책을 마련한다고 범정부기구를 꾸리고 하는 것을 보면 이들이 얼마나 다급한지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마음만 급하다고 일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부에서도 28일 고유가대책 관계장관회의를 하고는 몇 가지 고유가 대책을 검토했다고 발표했는데 이것이 그 어려운 노동조합의 정치투쟁과 경제투쟁의 극적인 결합, 조중동이 두려워하는 '제2의 광우병 사태=유가폭등 사태'를 만들 것 같습니다.
운수노조는 정부 발표 직후 아래와 같은 논평을 냈습니다.
미친 소, 미친 기름값! 이것이 정부의 대책인가?
정부는 28일 중앙청사에서 한승수 국무총리 주재로 고유가대책 관계장관 회의를 열어 이른바 고유가 대책이라며 에너지 바우처제도 도입, 유가보조금 지급연장, 에너지 절약운동 등을 '검토'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하나같이 대책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고 작금의 위기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전혀 인식하지 못한 안일한 사고라고 규정한다.
지금 영세자영업자들은 물론 면세유를 지급받는 농어민들도 고유가로 일손을 놓고 있다. 운수노조 소속 화물연대는 6월 6일 확대간부회의를 통해 총파업여부를 결정할 예정이고 택시노동자들도 LPG가격 급등에 차를 세우자고 하고 있다. 덤프 레미콘 노동자들도 6월 중순 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정부의 유가대책검토라는 것은 ‘언 발에 오줌누기도 되지 못하는 것’이며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킬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정부는 고유가를 모두 국제유가 탓으로 돌리고 있지만 문제의 핵심은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MB노믹스’ 자체에 있다. 천문학적인 순이익을 올리는 정유사들에 대해서는 규제완화라는 이름으로 손도 못대고 서민들의 등골을 휘게 하는 반서민 정책, 노동자의 모든 생존권투쟁을 떼법으로 규정하는 반노동자 정책, 소통부족에 송구하다면서도 미국쇠고기 장관고시를 강행하는 반국민적 정책의 기조를 변경하지 않는 한 유가문제를 비롯해 아무 것도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이 우리의 예상이다.
운수노조는 지난 20일 국무총리실에 고유가와 관련한 5대 요구를 제출하고 성실하게 협의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여기에는 1) 휘발유:경유:LPG 100:85:50의 시장가격을 유지할 것 2) 정유사에 대한 규제를 강화할 것 3) 버스감차 및 노선폐지 중단 4) 트럭의 LNG전환 지원 등 에너지수급 다변화 5) 화물표준운임제 도입 등 전반적인 유가대책 마련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부는 우리의 이러한 요구에 대해서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알량한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인내에도 한계가 있다. 이제 우리는 전체 국민과 함께 유가인하투쟁을 전개할 수 밖에 없음을 분명히 한다.
운수노조는 이미 미국쇠고기 관련 장관고시가 강행되면 전면적인 운송거부에 나설 것임을 여러 차례 확인바 있는 바 있다. 정부가 오늘의 유가 대책발표와 같은 안일한 자세로 일관한다면 화물연대를 포함한 운수노조 전 조직이 유가인하를 위한 전면파업도 불사할 것임은 물론 잘못된 정책을 바꾸기 위해 민주노총, 나아가 전 국민과 함께 투쟁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오만하고 안이한 정책에 대한 운수노조의 답은 다음과 같다.
미친소, 미친기름값 투쟁으로 박살내자!
정부정책 기조 바꾸지 않으면 역풍 맞을 것
아마도 오는 29일 또는 30일 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농림부 장관 발표가 있을텐데 그렇게 되면 관보 게시까지 2~3일, 수입업체의 검역요청과 검역원의 검역에 3~4일이 걸립니다. 즉 장관 발표 이후 1주일 내외에 본격적인 물량방출이 있을 것이고, 이때쯤이면 민주노총의 지침에 따라 물리적 충돌도 벌어질 것입니다.
그런데 불난 집에 부채질 하는 격의 오늘 정부 유가대책은 화물연대의 파업을 아주 확실하게 부추키고 있습니다. 미친소 수송 거부야 약간의 손해를 보는 것으로 끝나지만 파업의 경우는 그야말로 끝장을 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기에 지도부는 신중에 신중을 더하게 되는 일입니다.
그런데, 총리까지 참석한 관계장관회의에서 아무 대책없다는 식으로 나오면 화물연대도 어쩔 수 없이 파업에 돌입하게 될 것이고 그 시기가 공교롭게도 미친소 물량이 본격적으로 방출되는 시기가 될 것입니다.
정치적 문제해결을 위해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했던 운수노동자들이 자기의 경제적 문제 해결을 위해 정치적 문제에 실질적으로 결합된 것입니다.
논평에서 잘 설명하고 있듯이 비단 미친소나 미친기름 값의 문제가 아니라 저들이 자랑하고 내세우는 'CEO대통령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MB노믹스' 정책기조 전체를 바꾸지 않는 한 '얼리덕의 위기'를 넘어서는 정권차원의 총체적인 위기에 직면할 것입니다.
정치도 못하고 경제도 수렁에 빠트리는 짓을 제발 그만 하시고 장관고시를 연기하고 재협상에 임하기를. 그리고 운수노조가 제기한 고유가 대책을 진지하게 검토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어제(27일) 운수노조 간부들은 경기도 용인의 외딴 곳에 있는 냉동창고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했습니다. 장관 고시를 앞두고 예행연습 겸 경고의 의미에서 간부 중심으로 120명 정도 모여서 조촐하게 진행된 '문화제'에 참여한 분들은 노동운동으로 산전수전 다 겪은 선수들입니다.
늘 질서정연한 집회와 강력한 투쟁에 익숙해져 있던 이 선수들이 촛불을 들고 문화제를 하려니 다소 어색하긴 합니다. 그리고 미친소 반출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벌어질 물리적 충돌과 그 이후의 과정을 너무나 잘 알기에 마냥 웃고 즐길 수는 없는 결연한 표정과 비장한 분위기가 연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