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에 광고를 싣지 않겠다는 소식이 전해 진 후의 <명인제약> 게시판
이봉렬
광고주들의 이런 대응은 미국산 소고기 수입에 대한 국민의 여론이 어디에 있다는 것을 기업들 역시 파악하고 있다는 걸 증명한다. 이번 일로 인해 일반 소비자들을 직접 대상으로 하는 기업들은 앞으로 <조중동>에 광고를 실을 때 적어도 한번 더 고민해야 하게 되었다.
시민들이 언론에 대한 항의의 표시로 언론이 아닌 광고주에게 압력을 가하는 일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가까운 사례로 MBC PD수첩이 황우석 관련 보도로 곤경에 빠져 있을 당시, 황우석을 지지하는 이들이 광고주에게 압력을 가해 광고가 모두 취소되었던 일이 있었다. 광고주를 압박하는 이런 방법은 신문 절독이나 시청 거부에 비해 언론사에 보다 직접적인 영향을 주며, 보다 많은 대중의 참여를 끌어들이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보인다.
촛불시위 현장에서는 미국산 소고기 관련 졸속협상을 벌인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와 함께 국민들의 분노를 한낱 괴담에 휩쓸린 철없는 행동쯤으로 보도하는 보수언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 역시 높다. 언론이 권력 혹은 자본과 유착하여 진실을 가리고, 현실을 오도하는 게 우리 사회에 얼마나 큰 해악을 끼치는지를 시민 학생들이 시위 현장에 직접 참여 해 봄으로써 스스로 깨우친 결과다.
그 깨달음이 보수언론에 대한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광고주를 통한 실제적 압박을 시도하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이는 이제까지 '안티조선'으로 대표되어 온 시민언론운동의 새로운 확장이며, 운동가가 아닌 시민들 스스로 언론을 견제하는 주체가 되는 시발점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새로운 시민언론운동에 연대하는 시민의 수가 늘어날수록 거기에 동참하는 기업들도 늘어날 것이며, 이는 언론이 정부권력이나 자본의 편이 아니라, 시민의 편에 설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낼 것이다. '미친 소'를 막기 위해 켠 촛불이 새로운 세상을 열어 제치고 있는 중이다. 촛불은 힘이 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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