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812미터 천마산 정상
이승철
"왜, 무슨 우울한 일이라도 있나?"
산행을 할 때면 항상 즐거워하던 친구가 표정이 어두워서 물어보았다.
"어젯밤 꿈자리도 그렇고, 오늘은 그냥 산행 포기할까 하다가 왔어."그는 어젯밤 기분 나쁜 꿈을 꾸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혹시 무슨 사고라도 생길 것 같은 불안감과 함께 기분이 내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꿈자리? 그거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개꿈이지 뭘 그런 걸로 걱정하고 그래."다른 일행이 별 걸 가지고 신경 쓴다며 묵살해 버리자 그도 애써 잊으려고 하는 눈치다. 경기도 남양주 마석 근처 마치고개 터널 입구에서 시작된 산길은 완만한 경사에 5월의 싱그러운 숲 향이 온몸과 마음까지 상큼하고 포근하게 감싸는 느낌이었다.
등산길에서 상쾌하게 기분 전환한 친구지난 화요일(5월 27일)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천마산 등산은 일행 다섯 명과 함께한 즐거운 산행이었다. 잠깐 올라가자 오른편 산자락으로 스키장이 내려다보인다. 그러나 계절이 여름이어서 리프트 시설과 함께 파랗게 풀이 자란 슬로프가 지저귀는 새소리에 묻혀 있다.
"저 뾰족한 꼭대기가 정상 아냐? 힘들겠는 걸."서울에서 자랐으면서도 천마산이 초행이라는 일행 한 사람은 뾰족하게 높아 보이는 산에 지레 겁을 먹은 표정이었다.
"무슨 소리야? 소백산도 거뜬하게 오른 친구가 겨우 800미터급 산에 겁을 먹다니.""아! 그렇던가. 그래도 조금 힘들어 보여서."겁을 먹었던 일행은 멋쩍은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등산이 꼭 높이로만 쉽다거나 어렵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날 몸의 상태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