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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 토요일엔 조용필 데뷔 40주년 콘서트를 구경했습니다.
성년인 아들과 동행하였는데 이제 성인이 된
아들이었기에 처음엔 다소 머뭇거렸던 게 사실이었죠.
그건 바로 제가 여전히 좋아하는 국민가수인 조용필 씨의
열창에 따라 저 역시도 합창을 하고팠기 때문이었습니다.
대전월드컵 경기장을 가득 메운 '아줌마부대'들은
이미 주변은 아랑곳 않고 목이 터져라
조용필 씨를 따라 노래를 부르고 있었거든요.
'에라! 모르겠다, 나도 오늘만큼은 미쳐보자!'
하여 '못 찾겠다 꾀꼬리'를 필두로
'모나리자'는 물론이고 '돌아와요 부산항에'와
'여행을 떠나요'를 연신 따라 불렀지요.
그러자 공연이 끝날 무렵엔 목이 쉬어서 칼칼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대전월드컵 경기장을 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지하철에 올랐습니다.
아들이 묻더군요.
"저도 이따금 노래방에 가면 조용필 아저씨의
히트곡을 부르곤 하는데 오늘 막상 공연을 보자니
정말이지 조용필 아저씨는 대단한 가수네요!
쉬지도 않고 연속으로 수십 곡을 불렀음에도 목소리가 처음과 끝이 똑같다니요!"
제가 좋아하는 가수를 만시지탄이긴 하되 아무튼
부전자전(父傳子傳)으로 아들 또한 이제야 '인정'했구나
싶어 얼씨구나~저는 흥이 더 났습니다.
"그럼! 조용필 씨야말로 진정한 국민가수지!"
집에 들어가기 전에 아들과 술을 한 잔 했습니다.
아까 대전월드컵 경기장에서 관람한 조용필 씨의
공연 장면이 여전히 흥분의 잔재로 남았기에
저는 술을 마시면서도 여전히 조용필 씨를 자랑하느라 입이 분주했지요.
"요즘엔 조금만 인기가 있다 하면 너나 할 것 없이
자기가 '국민가수'라고 떠들지만 내가 보기론 말짱 거짓말이야.
우리나라에서 국민가수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가수는 사실 몇 안 되거든!"
술을 따라주면서 아들이 또 물었습니다.
"아빤 조용필 씨가 그렇게 좋으세요?"
저는 거침없이 답해 주었지요.
"그걸 말이라고 하니? 네 엄마랑 연애할 적부터...”"
저는 그 때부터 벌써 조용필 씨를 좋아했거든요.
'돌아와요 부산항에'의 히트로 일약 스타덤에
오르기 전이었던 신인가수 조용필은 당시
'정'과 '너무 짧아요'라는 곡을 발표하였는데
그 때부터 그 고운 미성(美聲)에 저와 아내는 단박에 매료된 때문이었지요.
어느새 데뷔 40주년을 맞은 조용필 씨는 그러나 변함없이
여전히 국민들 가슴에 촉촉한 감흥의 비(雨)를 뿌려주고 있습니다.
연애기간까지 합치자면 30년이 넘도록
아내를 조용필 씨 이상으로 사랑해 왔습니다.
아들과 딸은 그보단 '연륜이 짧지만' 어쨌든 조용필 씨를
좋아하는 마음의 그 이상임은 물론이고요.
사람이 이 풍진 세상을 살자면 반드시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 내지는 대상이 있어야 한다고 믿는 바입니다.
그러한 기본옵션조차 없다면 어찌
팍팍하고 삭막하기만 한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요?
아들이 물었던 "아빤 조용필 씨가 그렇게 좋으세요?"라는
질문 뒤에 비록 무언(無言)이었으되
저는 이러한 첨언을 주렁주렁 연으로 달았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네 엄마랑 너, 그리고 네 동생을
조용필 씨 이상으로 정말 좋아하고 사랑한단다!'
덧붙이는 글 | 국민건강보험공단에도 송고했습니다
2008.06.02 19:22 | ⓒ 2008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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