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386의원들 "우리가 물대포 막겠다"

야당 장외투쟁 찬성여론 55.2%... '뒤늦은 돌격 앞으로' 눈총도

등록 2008.06.03 15:12수정 2008.06.0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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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8일 저녁 국회 본청 앞에서 쇠고기 장관고시 연기와 재협상 촉구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는 통합민주당 내 소장개혁의원 모임인 '개혁과 미래' 소속 의원들.
지난달 28일 저녁 국회 본청 앞에서 쇠고기 장관고시 연기와 재협상 촉구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는 통합민주당 내 소장개혁의원 모임인 '개혁과 미래' 소속 의원들. 남소연

한미간 쇠고기협상문제로 촉발된 촛불시위가 전국민적인 '반이명박' 시위로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통합민주당도 장외투쟁을 강화하고 있다.

송영길 의원 등 민주당 내 386의원들이 중심이 돼서 결성한 '개혁과 미래' 소속 의원들은 3일 촛불집회에 전면적으로 결합하기로 했다. 이들은 지난 달 28일부터 국회 본청 앞에서 '쇠고기 고시 강행 반대'를 주장하면서 천막농성을 벌여왔다.

모임 간사인 김재윤 의원은 3일 오전 "오늘부터 '개혁과 미래' 소속 의원들이 촛불집회의 제일 선두에 서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국회의원들의 기본책무가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기 때문에, 젊은 386의원들이 제일 선두에서 물대포와 군홧발을 막아서기로 했다"면서 "우리가 청와대까지 행진하고, 물대포를 맞고 쓰러져야 상황이 종결될 것 같다"고 밝혔다.

이날 촛불집회에는 우선 송영길, 김재윤, 안민석, 강기정, 최재성 의원 등이 우선 합류하기로 했다.

김 의원은 "국회의원은 입법기관이라는 점에서 그동안 민주당이 좌고우면한 측면이 있지만, 이제는 현장으로 가야 한다는 데 당내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밥상 다 차려놓으니까, 숟가락 들고 나선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다"는 질문에 "그 질타를 다 받겠다"면서 "우리가 이후 얼마나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국회 농성, 의원 전원 참여로 확대 예정


이들은 또 이날 오후 2시에 열리는 의총에서 민주당 의원 전원의 농성 참여를 제안하기로 했다. 김 의원은 "농성확대는 지도부와도 조율을 거친 것"이라고 말했고, 서갑원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도 "의원들의 의견을 물어 의견이 모아지면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의 이같은 모습은 그동안 민주당이 보여온 어정쩡한 모습에 대한 질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지난 1일 서울 명동에서 첫 장외집회를 열었으나, 1천여 명이 모이는 수준에 머물렀다. 이어 김상희 최고위원 등 일부 의원들이 촛불문화제에 참여했으나, 마이크를 잡고 자유발언에 나선 한 시민으로부터 "텔레비전에 나오는 사람들 따로 있고, 물대포 맞는 사람들 따로 있는 것이냐, 대충 사진 찍고 가려면 아예 나오지 말라"는 질타를 들어야 했다.

또 사회자가 "민주당 의원 한 명이 자유발언을 신청했다"며 발언허용 여부를 참석자들에게 물었으나, 반대의견이 많아 마이크를 잡지도 못했다. 이날 거리시위에 참석했던 당의 한 관계자는 "민주당은 촛불시위대 논의대상에서 아예 배제된 상태"라며 침울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3일 오전 통합민주당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통합민주당의 쇠고기 문제에 대한 대응을 비판하고 있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3일 오전 통합민주당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통합민주당의 쇠고기 문제에 대한 대응을 비판하고 있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황방열

'엘친은 탱크를 막아 대통령이 되었다' 등 민주당 홈페이지 연일 비판글

민주당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연일 쇠고기 문제에 대한 민주당의 '미온적'인 모습을 비판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국민의 정당으로 회생할 절호의 기회를 멍하니 놓치고…'(신미숙), '이딴게 제1 야당이라니 창피하다'(홍현창) '늬들은 진짜 좀비정당 소리 들어도 할말없다' (장효준) '민주당은 내각사퇴가 아니라 이명박 퇴진을 외쳐야 한다' (윤미자), '옐친은 탱크를 막아 대통령이 되었다'(정재호) 등이다.

'차라리 당간판 내려라'(최창민)나 '한나라당처럼 홈피 해킹 당하기 싫으면 넷심을 살피세요'(한상훈)라는 글도 있다.

'제1 야당 맞습니까??'(김정훈)라는 글은 "거리에서 시민들이 쓰러지고 짓밟힐 때 당신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민노당 강기갑 의원이 표심을 생각해서 민노당 지지율을 한몸 바쳐 끌어 올리려고 생쑈를 하신다고 보시나요??…선거철엔 지하철 현장이며 시장 구석 구석을 돌아다니고 시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던 그 모습 다시 한번 보여주세요… 우리는 우리 시민들은 아직 갈길이 멀고 함께 갈 길동무가 필요합니다…"라고 적었다.

'민주당은 그 어디에도 없다…'(조규철)는 "한나라당 박근혜는 보수집회면 어디든 얼굴 한번은 비친다… 민주당 손학규 대표님께서는 그 때 어디에 있었읍니까…반 한나라당 집회는 어디든 가세요… 얼굴 한번이라도 비치고 오세요…"라고 손 대표의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했다.

"민주당은 정치권의 2부리그 소속 상황"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도가 최하 19%까지 떨어졌음에도 민주당 지지율은 11%~16%대 사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연구실장은 "냉정하게 보면 현재 한국 정치에서 한나라당의 '이명박계'와 '박근혜계'가 1부리그이고, 민주당은 2부리그"라면서 "지금 이명박 대통령이 무슨 대책을 내놓아도 효과가 떨어지는 것은 진정성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인데, 민주당도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실장은 "젊은 의원들이 촛불집회에 가서 온몸으로 물대표를 막겠다는 것은 이미 늦은 일이기는 하지만, 그렇게라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데서 조금씩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방법밖에는 없는 것 같다"며 "고 말했다.

그나마 민주당에 고무적인 것은 장외투쟁에 대한 찬성여론이 높다는 점이다. SBS-TNS코리아의 1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쇠고기관련 야당의 장외투쟁에 대한 찬성의견이 55.2%, 반대의견이 37.4%로 나타났다.  민주당은 3일 오후에 인천시 부평에서 2차 장외집회를 열 예정이다.

젊은 의원들은 "우리가 가야할 길은 정해져 있다"면서 당 차원의 촛불집회 참여도 주장하고 있으나, 지도부는 반대 입장이다. 서갑원 수석부대표는 "우리가 당 차원에서 참여할 경우 촛불문화제의 자발성이 훼손되고 불필요한 정치공세에 노출될 수 있다"며 "현 상황을 마지막의 극한 상황으로 판단하면 모르겠지만, 책임있는 정당으로서 여지는 남겨놔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386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돌격앞으로'가 '뒷북'이라는 비판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그들이 밝힌 대로 "물대포를 맞으면서 가장 마지막에 돌아오겠다"는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동시에 "전시성으로 끝나고 말 것"이라는 예상도 그 만큼이다.
#촛불시위 #통합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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