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촛불 문화제 참석하라고 등 떠밀었어요"

퇴근 후 다녀온 울산 촛불 문화제

등록 2008.06.04 10:04수정 2008.06.04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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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울산촛불문화제 사회자 작지만 당찬 여성이었다. 비도 오는데 많이 모여 주셔 고맙다는 인삿말을 여러번 했다.

울산촛불문화제 사회자 작지만 당찬 여성이었다. 비도 오는데 많이 모여 주셔 고맙다는 인삿말을 여러번 했다. ⓒ 변창기

▲ 울산촛불문화제 사회자 작지만 당찬 여성이었다. 비도 오는데 많이 모여 주셔 고맙다는 인삿말을 여러번 했다. ⓒ 변창기

울산에도 '미친소 수입 반대 촛불 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그동안 계속 열렸지만 참석 한다한다 하면서도 다른 일들이 생겨 미루어져 왔었다. 그러다 며칠전부터 '오늘은 꼭 가봐야지'하고 벼르고 있는 터였다.  3일 아침 출근하면서 사진기를 가방에 챙겨 넣고 출근했다. 오늘은 기필코 가보리라 단단히 다짐하면서.

 

하루 종일 하늘이 꾸리꾸리 하더니 퇴근시간 다되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서울은 비와도 하던데 울산은 비온다고 하지 않는거 아닐까?'

 

나는 갈까 말까 망설이다 이왕 마음 먹은거 가보자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저녁 6시 50분 작업 마치고 집회 장소에 도착해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모두 비닐 비옷을 입고서 서거나 앉아 촛불 문화제가 준비되고 있었다.

 

a 미친소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에 나온 시민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시민들이 많이 참석했다.

미친소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에 나온 시민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시민들이 많이 참석했다. ⓒ 변창기

▲ 미친소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에 나온 시민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시민들이 많이 참석했다. ⓒ 변창기

삼산동 큰 길 차도 옆에서 촛불 문화제가 열렸는데 밖에선 소리만 들릴뿐 뭐하는지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닭장차라고 불리는 전경 버스가 촛불 문화제가 열리는 주위를 빙 둘러 막아 버려 안을 볼수 없게 했다. 마치 엄마랑 딸이 길을 가다가 못볼 광경이 보이면 엄마가 얼렁 손으로 눈을 가리면서 "저런건 보면 못쓴단다" 하는듯이.

 

"미친소 수입 반대 촛불 문화제 하는 것을 차량으로 지나가는 시민들이 볼수 없도록 닭장차들이 다 막아 놨어도 우린 여기에 모였습니다. 비도 오고 하는데 많이 모여 주셔서 고맙습니다" 아직은 앳띤 여성 사회자가 그렇게 말하며 촛불 문화제가 시작되었다.

 

a 미친소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에 나온 여중학생들 무대에 올라 자유발언을 하다 울음을 터뜨린 여학생들이다. 씩씩하다.

미친소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에 나온 여중학생들 무대에 올라 자유발언을 하다 울음을 터뜨린 여학생들이다. 씩씩하다. ⓒ 변창기

▲ 미친소 수입 반대 촛불문화제에 나온 여중학생들 무대에 올라 자유발언을 하다 울음을 터뜨린 여학생들이다. 씩씩하다. ⓒ 변창기

나는 이곳저곳을 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중,고생을 찾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배후를 색출하라"고 회의때 말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학생들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여기 왜 왔어요? 누가 가라 하던가요?"

 

중학생으로 보이는 한 여학생에게 조심스레 다가가 귀엣말로 물어 보았다.

 

"네"

 

네? 그럼 선생님이 가라 했을까? 아니면 부모님?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다음 대답을 듣고자 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촛불 문화제에 참석하라고 등을 떠밀어서 왔어요"

 

너무나 뜻밖의 대답에 나는 놀라고 말았다. 그리고 더이상 다른 질문을 할수가 없었다.

하기도 전에 그 여학생은 단상으로 올라갔다.

 

a 동구 모 고등하교 여고생이라고 밝힌 여학생 또박또박 정부의 미친소 수입을 비판했다. 많은 박수를 받았다.

동구 모 고등하교 여고생이라고 밝힌 여학생 또박또박 정부의 미친소 수입을 비판했다. 많은 박수를 받았다. ⓒ 변창기

▲ 동구 모 고등하교 여고생이라고 밝힌 여학생 또박또박 정부의 미친소 수입을 비판했다. 많은 박수를 받았다. ⓒ 변창기

무대에선 '자유발언'이 진행되고 있었다. 자유발언 시간에 무대에 오른 사람들은 다양했다. 회사원도 있었고, 중년여성도 있었고, 학생들도 있었다.

 

"부모님 몰래 여기왔어요. 부모님께 촛불 문화제 간다고 하면 '공부나 하라'고 하니까 그냥 친구집에 놀러 간다고 하고 여기 왔어요. 지금 공부가 문젠가요? 미친소 먹으면 다 죽는데 사는게 먼저 아닌가요? 살아야 공부도 하잖아요"

 

북구에 있는 모 중학교에 다닌다고 자신을 소개한 여학생 발언이다. 그 여학생은 0교시 수업에 영어 교육에 숨이 막히는데 게다가 미친소까지 수입한다니 화가 나서 참석했다고 했다.

 

a 모 방송국에서 시민 인터뷰 모 방송사에서 취재를 나왔다. 가족이 함께 집회에 나왔다.

모 방송국에서 시민 인터뷰 모 방송사에서 취재를 나왔다. 가족이 함께 집회에 나왔다. ⓒ 변창기

▲ 모 방송국에서 시민 인터뷰 모 방송사에서 취재를 나왔다. 가족이 함께 집회에 나왔다. ⓒ 변창기

또 한 여학생은 동구 모 여중에 다닌다면서 무대에 친구랑 셋이서 올랐는데 말하다 말고 울먹이기도 했다.

 

"교과서에 보니 집회 자유가 있고 대한민국은 자유로운 나라라고 배웠는데 전경 아저씨들이 왜 시민을 때려요?"

 

그 여학생은 "우리가 미친소 먹고 미쳐 죽으면 이명박 대통령께서 책임 질거냐"고 하면서 울음을 터뜨렸다.

 

a 무대옆 자유발언 신청 자유발언 할 시민이 줄을 이었다. 특히나 학생들이 많았다. 가장 피해를 볼수 있는 곳이 바로 학교고 학생들이기 때문일까?

무대옆 자유발언 신청 자유발언 할 시민이 줄을 이었다. 특히나 학생들이 많았다. 가장 피해를 볼수 있는 곳이 바로 학교고 학생들이기 때문일까? ⓒ 변창기

▲ 무대옆 자유발언 신청 자유발언 할 시민이 줄을 이었다. 특히나 학생들이 많았다. 가장 피해를 볼수 있는 곳이 바로 학교고 학생들이기 때문일까? ⓒ 변창기

 

중간중간 노래와 자유발언을 번갈아 하면서 집회는 계속되고 있었지만 밤 9시 다되어 집회 장소를 빠져 나와야 했다. 내일 다시 출근해야 하므로.

 

버스 타고 가는데 길게 전경차만 줄지어 선 것만 보일뿐 집회 모습을 볼수  없었다. 사회자가 말한것처럼 이나라 정치권력은 일반 시민들에게 보여줄수 없는 비밀이 참 많은거 같았다. 떠나는 버스 밖에는 아직도 이슬비가 내리고 있다.

 

2008.06.04 10:04ⓒ 2008 OhmyNews
#미친소 #광우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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