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속수무책 1
책을 읽건 이야기를 나누건, 또 텔레비전을 보건, ‘속수무책’이라는 말을 어렵지 않게 듣습니다. 무척 자주 듣는 말인데, 적잖은 분들은 이 말을 거리낌없이 쓰기도 합니다. 모두들,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제대로 알면서 쓰고 있을까요.
┌ 속수무책(束手無策) : 손이 묶였을 때처럼 어찌할 수가 없어 꼼짝 못함
│ - 달아나는 모양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고만 / 우리도 속수무책입니다 /
│ 거의 속수무책으로 방치되어 있던
│
├ 손을 못 쓰다 / 손도 못 대다
├ 할 수 없다 / 어쩔 수 없다
├ 그냥 바라만 보다 / 그냥 지켜만 보다
├ 두 손 놓다 / 두 손 두 발 다 들다 / 손발을 들다
├ 꼼짝 못하다 / 꼼짝달싹 못하다 / 옴쭉 하지도 못하다 / 옴짝달싹 못하다
└ …
국어사전 보기글에 나오는 ‘속수무책’이라면, “달아나는 모양을 하염없이 바라보고만”과 “우리도 어쩌지 못합니다”와 “거의 아무렇게나 내버려져 있던”으로 다듬어 줄 수 있습니다. 다음 보기글 둘을 봅니다.
.. 결국 우리가 그 방에서 나와 버렸지만 아이는 이내 가슴에서 쥐어짜는 듯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내가 얼른 다시 들어가 안아주자 아이는 내 몸에 꼭 달라붙으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할 수 없이 우리는 오늘만 특별히 내가 아이와 같이 잠을 자기로 결정을 내렸다 .. <도리스 클링엔베르그/유혜자 옮김-한국에서 온 막내동이 웅>(문학사상사,1988) 49쪽
.. 오늘 밤 달이 흰 빛이 많으면 새해 비가 많이 와서 풍년이 들고 붉은 빛이 많으면 가물어 흉년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나의 눈에는 달이 붉게 보이는데 아내는 희다고 우겼다. 내가 옳으면 흉년이다. 나는 할 수 없이 아마 내가 달빛을 붉게 보는 것은 이때껏 불장난을 심히 하고 온 탓이라고 조금 전 생각을 하며 마침내 양보하였다 .. <안회남-불>(기민사,1986) 68쪽
두 보기글에는 ‘속수무책’이라는 말이 쓰이지 않습니다. “할 수 없이”라는 말만 나옵니다.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할 수 없다고 할 때에는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어쩔 수 없다고 할 때에는 “어쩔 수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이런 모습을 놓고 “두 손을 놓는다”고 하거나 “꼼짝을 못한다”고 하거나 “마냥 바라본다”고 하거나 “멀거니 지켜본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사는 그대로 말을 합니다. 또는 사는 모습을 담아서 말을 합니다.
ㄴ. 속수무책 2
.. 누구나 다가오는 죽음에 대해서 속수무책이라는 것은 참으로 비극적이다 .. <하임 기너트/구선회 옮김-자녀를 키우는 센스>(평화출판사,1979) 137쪽
“죽음에 대(對)해서”는 “죽음 앞에서”나 “죽음에는”으로 다듬습니다. “속수무책이라는 것은”은 “속수무책이라는 대목은”으로 손보고, ‘비극적(悲劇的)이다’는 ‘끔찍한 노릇이다’나 ‘끔찍하다’로 손봅니다.
┌ 죽음에 대해서 속수무책이라는 것은
│
│→ 죽음 앞에서 손을 못 쓴다는 대목은
│→ 죽음 앞에서는 어쩔 수 없음은
│→ 죽음에는 어찌할 길 없음은
│→ 죽음에는 다른 길이 없음은
└ …
손을 못 쓰는 일, 어찌할 수 없는 모습을 가만히 헤아려 봅니다. 어떤 말로 나타내 볼 수 있을까 하나하나 생각해 봅니다.
― 손을 못 쓰다 / 손도 못 대다 / 할 수 없다 / 어쩔 수 없다
그냥 바라만 보다 / 멀거니 지켜만 보다 / 멀뚱멀뚱 쳐다만 보다
두 손 놓다 / 두 손 두 발 다 들다 / 손발을 들다
꼼짝 못하다 / 꼼짝달싹 못하다 / 옴쭉 하지도 못하다 / 옴짝달싹 못하다
어찌할 길 없다 / 달리 방법이 없다 / 달리 손을 쓸 수 없다
달리 어떻게 할 수 없다 / 하는 수 없다 / 그냥 그렇게 할 밖에
(있는 그대로 / 주어진 대로) 받아들이다 / 사람 힘으로는 안 되다
자기가 나타내고 싶은 느낌을 있는 그대로 나타내 줍니다. 이 보기글은, “누구나 다가오는 죽음에는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뿐임은 참으로 안타까운 노릇이다”처럼 적어 보든지, “누구나 죽음 앞에서는 쪽도 못 씀은 참으로 슬픈 노릇이다”처럼 적어 보아도 썩 어울립니다.
ㄷ. 속수무책 3
.. 너의 겸손! 그것 때문에 나는 네 앞에서 속수무책이다 .. <유시 노무라/이미림 옮김-사막의 지혜>(분도출판사,1985) 39쪽
“너의 겸손(謙遜)”은 “네 낮춤”이나 “네 너른 마음”이나 “네 바다 같은 마음”으로 손질해 줍니다.
┌ 네 앞에서 속수무책이다
│
│→ 네 앞에서 힘을 못 쓴다
│→ 네 앞에서 쪽도 못 쓴다
│→ 네 앞에서는 손도 못 쓴다
│→ 네 앞에서는 쪼그라든다
│→ 네 앞에서는 웅크리게 된다
│→ 네 앞에서는 작아진다
└ …
손도 못 쓰고 힘도 못 쓰고 쪽도 못 쓰는 이는, 누군가 앞에서 그지없이 ‘작아지기만’ 합니다. ‘쪼그라듭’니다. ‘옹크립’니다. ‘보잘것없이’ 느껴집니다. 작아지니 힘을 잃고, 쪼그라드니 쪽도 못 쓰며, 옹크리니 손도 못 씁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방 <함께살기 http://hbooks.cyworld.com> 나들이를 하시면 여러 가지 우리 말 이야기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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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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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성어'보다 좋은 우리 '상말' (30) 속수무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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